3평 집도 괜찮아! - ‘짐’이 아닌 ‘집’을 선택한 사람들
야도카리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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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면 부모를 떠나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주거공간인 집을 장만하여 신혼살림을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집을 소유하는 것은 어렵다. 월세나 전세의 형태로 시작해서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질때가 되자면 사람마다 여건이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대출까지 받아서 집을 장만하게 되면 원금과 이자를 부지런히 갚아야한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여 돈을 모아야 하는 과정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고비용의 집이 반드시 필요한가? 넓은 집에서 살고, 그 안에 채워지는 물건들이 반드시 꼭 필요할까?


Tiny House 라고 작은 집에서 사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의 개념이 집의 크기에도 적용된 것인데, 큰 집에서 사는 것이 풍요롭고 행복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작고 심플한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Tiny House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닥친 2008년 금융위기, 일본이 1980년대 겪은 부동산 거품은 크고 좋은 집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는 고베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란 자연재해로 많은 피해가 있었고, 집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 지킬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거주지에 많은 시간을 담보로 매달려 산다는 것이 의미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필요한 물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도시화란 미명 아래 피폐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과 가까이 하려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뭐든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에 너무 익숙해져 돈으로 해결하는 삶의 방법밖에 몰라요. 인간관계가 희박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조그만 일로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가득하죠. 모두가 모순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에너지나 음식, 집,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험이 시작되었어요. 클릭 한 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거죠. 어려움에 처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에도 서로 돕는 인간관계를 하나씩 만들어요. 그런 삶의 방식을 배우고 직접 만듦으로써 살아가는 힘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지금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본문 중) 



책에는 작은 주거공간을 실천하는 5명이 소개된다.

4인 가족이 10평 정도의 트레일러 하우스를 만들어 살고 있는 스즈키 나오, 트레일러 하우스를 직접 만들어 냉장고나 에어컨 없이 혼자 살고 있는 마스무라 에리코, 육첩헌이라는 전통공법으로 지은 건강한 집에서 살고 있는 우치다 야스요, 작은 장소로 시작해서 증축을 스스로 하고 있고, 수영장까지 딸린 장소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는 모토야마 사호, 6개월 전부터 집을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 캡슐호텔, 지인의 집 들을 다니면서 매일 매일을 여행하듯 살고 있는 니시하타 토시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처럼 직장도 나니고, 경제 활동도 하고 있었으며, 사람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들이 주거에 대한 틀을 깨는 순간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위기와 자연재해라는 크나큰 어려움 앞에서 무너지기 보다는 다른 삶을 모색하는 그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 변화는 시작되고, 새로운 주거문화가 만들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물질문명이 만들어낸 편리함에 노예가 되어 돈을 벌기 위해 끓임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고 어설퍼도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그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책을 읽는 동안 소유보다는 비움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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