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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ㅣ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시오노 나나미라는 작가가 유명한가보다. 이 책을 읽겠다고 펼쳤을때 큰 아들이 <십자군이야기>를 쓴 작가라며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가.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 제목은 들었지만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녀는 20대 후반에 이탈리아로 가서 5년간 르네상스와 로마 역사를 공부했다. 그 이후에도 40여 년 동안 이탈리아에 정착하여 서양역사를 연구하고 해석하면서 집필활동을 이어왔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전 3권으로 구성되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싹트게 되었던 배경과 과정을 짚어보면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리스인의 '행적'을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은 올림피아 지역에서의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한 개의 나라가 아니라, 규모가 작은 지역까지 포함하여 500개 이상의 도시국가들을 묶어 그리스라고 지칭한다. 올림픽에는 도시 국가의 대표이자 개인으로 경기에 참여하였고 반드시 성인 남자인 그리스인만 가능했다. 지형적인 특징과 도시 국가라는 요소는 잇권다툼이라는 불씨를 키우게 되고 끊임없이 분쟁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올림픽이 개최되는 7일을 포함한 1개월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휴전했다고 한다. 신 앞에 정정당당히 싸우겠노라고 맹세한 것은 오랜 기간동안 올림픽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 중 대표적인 나라가 스파르타와 아테네이다. 스파르타의 신분계층은 스파르타인, 페이오이코이, 헬롯으로 나뉘었고 시민권이 있고 군사이기도 한 계층은 스파르타인 뿐이었다. 나머지는 스파르타인의 역할 외의 모든 일을 수행했다. 스파르타인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보면 비정하고 잔인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5명의 감독관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중증 장애가 있는 경우는 낭떠러지 아래로 던지움을 당하고, 장애가 경미하더라도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 스파르타의 전사로 키워질 수 있을만한 아이로 판정을 받는 경우만 시험에 합격한다. 합격한 아이는 7세까지 엄마가 키우고, 7세 이후 집단생활 시작하여 20세에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의 마지막에 헬롯을 습격하여 머리를 가져가야 한다는데 그런 후에야만 어른으로 인정 받는다. 이후에도 30세까지는 집단생활을 지속했다. 그리고 스파르타의 정치는 두 명문 집안에서 각각 1명씩을 선택하여 2인의 왕이 세워지고, 장로회의, 시민집회, 감독관청과 같은 기관이 있었다.
아테네의 상황은 스파르타와 양상이 달랐다. 계급은 4종류의 계급으로 나뉘었고, 그것은 금권정치 즉 소유재산의 규모에 따라 국정에 관여할 권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솔론의 개혁으로 만들어진 정치체제는 상급재판소, 아르콘, 하급재판소, 시민집회 등으로 구성된다. 사회구조면에서 귀족정치가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테네에서는 사유재산이 인정되어 해외에 재산을 축적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대개 아테네에서 전략적 후퇴를 위해 해외로 망명한 사람들의 사례가 많았다.
도시 국가간의 크고 작은 전쟁 중에도 페르시아라는 거대 나라와의 전쟁 앞에서는 결속하는 그리스인이었다. 1차 페르시아전쟁은 마라톤이라는 곳에서 시작되었고, 아테네의 수장 밀티아데스의 지혜로 다리우스의 군대를 대파할 수 있었다. 페르시아는 1만 5000 명 중 전사자가 6,400명, 아테네는 1만명 중 192명이 전사자라고 하니 아테네의 큰 승리임을 알 수 있다. 그 후 2차 페르시아전쟁은 다리우스의 아들 크세르크세스에 의해 준비되었으나 결국은 그리스 연합과 맞붙게 되고, 살라미스 해협에서의 해전으로 페르시아는 대패하게 된다.
그리스 도시 국가의 정치, 사회구조, 주변 나라와의 관계 등 사실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복원하지는 못했지만 때로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편으로는 추론과 주변상황을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소설과는 사뭇 다른 형식이었다. 역사라는 과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동안 흥미진진하게 따라 갈 수 있었다. 현대와는 많이 다른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일반 시민들의 지위와 그들의 역할은 결국 지도자의 큰 그림 속에 일부분이었고 그렇다보니 시민의 참여도가 높을 수는 없었다. 민주주의의 태동기에서 발전했는 그들의 사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결국은 지도자가 제시하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시민들이 많아야 하고, 그것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하며, 시민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퇴보이며 독재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니 말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 오늘 책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