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전작인 <오두막>을 몇 년 전 신앙인의 입장에서 읽었었다. 그 당시에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이 후의 내 신앙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 영향이라는 것을 좋으냐 나쁘냐 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전과 같이 맹목적으로 사는 종교인의 삶은 아닌 듯. 다시 인연이 되어 그의 세번째 작품 <이브>를 읽게 되니 그 당시의 느낌이 새삼 떠오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모호하다. 수집하는 자인 존과 존재하는 자들의 어머니인 마더 이브. 이브는 오래 전부터 예언되었던 특별한 존재인 세 사람 - 씨앗의 약속을 받은 자, 씨앗으로 뱀의 머리를 치는 자, 씨앗과 영원히 함께 할 자 - 에 대한 이야기를 존에게 들려주며 이브의 딸이 도착하면 종말이 시작될꺼라 말한다. 그 후에 등장한 레티로 인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걸 감지하게 된다. 이들은 바다에서 커다란 금속 컨테이너를 발견했고, 컨테이너 속에 발견된 12구의 시체로 인해 절망과 슬픔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컨테이너를 조사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다. 발견된 12구의 시체는 11명의 소녀와 1명의 중년 남자였고, 발견된 자료에는 12명의 소녀가 있었던 것이다. 존은 마더 이브의 예언과 컨테이너의 등장이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나머지 1명의 소녀를 찾아 나선다. 거의 죽은 듯한 모습의 소녀의 이름은 릴리. 컨테이너 안에서 벌어졌던 일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잃은채 막연한 두려움과 수치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채 다시 살아 난다. 온몸이 망가진채로 말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인 이 소녀가 바로 이브의 딸이며 예언 속에 등장하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녀의 존재가 왜 특별한지 명확히 규정지어지진 않았다. 사실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꿈 속에서 또는 기록을 위한 작업 속에서 소녀는 천지창조 당시로 돌아 간다. 그 곳에서 세상을 만드시는 '영원한 이'를 만나고, 흙으로 빚어 그 속에서 태어나는 아담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아담이 아기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흙으로 인간을 만드셔서 어른으로 만드셨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고정관념을 넘어선 부분이었다. 그렇게 영원한 이 즉 하나님은 아담을 키우며 함께 더불어 에덴동산에서 살게 된다. 아담이 하나님한테서 돌아서기 전까지.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온전히 믿지 못한 댓가로 에덴에서 쫓겨 가기까지 마음 속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뱀이 말하는 것에 귀기울이면서 아담은 외롭고 혼자인 것을 슬퍼하고 하나님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멀어지고 결국 하나님은 아담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아담의 몸을 통해 이브를 잉태하게 하신다. 이 부분도 놀라웠다. 그냥 아담의 갈빗대를 취해 이브를 만드신게 아니라 아담의 몸을 통에 이브를 애기로 낳은 것이다! 아담은 이브를 키우면서 함께 한다. 물론 하나님도 함께 하신다. 이 모든 과정을 릴리가 보며 영원한 이로 부터 아담과 이브가 돌아서는 것을 목격하는 증인이 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이 것을 기록하고 학자들이 연구하고. 마지막엔 릴리의 세번째 특별한 역할이 드러난다.
아담이 자신의 돌아섬이 좋은 거라고 믿게 되자, 어둠은 실재가 되었어. 신뢰 대신 통제가, 말 대신 상상력이, 그리고 관계와 사랑 대신 힘이 찾아왔지. 그는 자신의 어둠을 통해 하나님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어. 자신이 돌아섰다는 사실조차 곧 잊었지. 그는 여전히 하나님의 아들이며 권위와 지배를 가진 창조의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독립적인 자기만의 힘이라고 주장하게 되었어. 슬프게도 우리 모두 아담의 자녀이기에,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계속 살면서 무엇이 선과 악인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해.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발휘된 것 같다. 사람들의 이름을 그들의 역할과 의미로 명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집하는 자, 영원한 이, 치유하는 자, 고치는 자 등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과 꿈을 오고가며 이어지는데 꿈과 무의식 속에서 에덴동산의 사건들이 자세히 다루어진다. 하나님, 아담, 이브, 뱀 그리고 릴리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내 아들아, 너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너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네 돌아섬으로 인해 어둠이 너에게서 나를 숨길 뿐이다.
인간을 만드시고, 그 안에 죄악이 싹트게 내버려 두시고, 지켜보시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나쁜 길을 갈지라도 하나님은 되돌아올 기회를 주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기다려 주신다는 것. 우리에게 주신 자유의지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 삶에서 연속되는 선택의 상황은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배려라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바른 길로 가기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내 신앙의 마음자세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