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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책 표지만 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할머니와 젊은 여인이 어딘가 매장되어 있는 4구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섬뜩하면서 약간은 코믹하기도 하다. 대체 어떤 장르일까 궁금함을 유발시킨다. 박연선 작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 등 유명한 작품을 쓴 작가였고 그런 까닭에 책의 내용이 한층 기대되었다. 추리소설은 소싯적부터 좋아했던 장르라 이유불문하고 우선 읽고 본다는게 나의 신조라 이 책도 예외일 수 없다.
충청남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 아홉모랑. 홍간난여사의 집이 있는 곳이다. 여든살의 홍간난여사는 얼마전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은 막장 일일드라마 시청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결국은 깨어나지 못한다. 첩첩산중 시골에 단둘 노부부가 2남 2녀 낳고 62년을 살았는데, 남편 먼저 보낸 심정이 오죽하랴.. 라고 생각했던 자식들은 21살의 삼수생 손녀를 그녀 곁에 버려두고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자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엄마를 손녀에게 돌보라고 떠맡긴 셈이다. 모양이야 그렇지. 결국은 여든 노인이 철없는 손녀 밥 먹이며 적적함을 달래고 있는 게지. 홍간난여사는 씩씩하다. 늦잠자는 손녀딸에게 호통치는 것은 예사고 어찌하면 밭일 시킬까 호시탐탐 노리기까지 한다. 반면 그 할머니에 그 손녀라고 강무순으로 말하자만 홍간난여사의 적수를 끝끝내 고집하지만
내가 봤을때는 한참 밀린다.
강무순은 산골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할머니 집 이것저것을 뒤적이다 보물지도를 발견한다. 강무순은 15년 전 6살때 시골에 내려와 지냈던 적이 있다. 그때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발견한다. 그림은 보물이 그려져 있는 장소였고 강무순의 호기심은 그림 속 보물을 찾아야겠다는 희망으로 옮겨 가게 된다. 그림 속의 장소는 마을 종갓집 마당이었고 강무순은 보물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헐! 쭈그리고 앉아서 뭐하나 했더니, 그 남자 공기 집고 있었던 거다. 두왕리에서 놀고먹는 건 나뿐인 줄 알았는데. 기상 시간만 봐도 알겠지만 나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는 쪽이다. 인생은 꼴리는 대로 살아가는 거고, 누군가 '제 취미는 작두 위에서 탭댄스추기예요' 한다 해도 '아, 그러시구나, 열심히 하세요'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른은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가 공기놀이라니. 그렇다. 그 남자는 어느 동네에든 한 명은 꼭 있다는 동네 바보였던 거다. (본문 중)
종갓집을 찾아 가던 중 바보를 만나 작전상 후퇴를 한 후 바보때문에 결국 지름길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말우지고개를 넘으면 바로 종갓집이라고 하니 그 길로 다시 시도한다. 종갓집의 마당에서 보물상자를 찾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말우지 언덕에서 문명의 냄새가 나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것도 쭈그리고 앉아서 토하는. 이 순간 새끼 손가락이 짧은 것을 알아채는 강무순은 분명 촉이 발달한 사람이다. 미스터리 사건을 풀 수 있는 촉.
보물상자에서 발견된 것은 글자가 지워진 오각형의 뱃지, 젖니, 자전거와 소년 목각, 다임개술이란 단어. 그 상자를 여는 순간 15년 전 4명의 여자아이 실종사건이 수면위에 오르게 된다. 강무순은 보물상자 속 자전거와 소년 형상의 목각을 만든 사람을 찾게 되고 결국은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를 모티브로 했는지 밝혀진다. 15년 전 실종된 4명의 여자아이들의 행방도 한명씩 드러나게 되고.
처음 책을 읽을때는 작가의 감칠 맛나는 글 맛에 매료되었고, 15년 전 실종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때는 스토리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주인공 강무순, 홍간난여사, 그리고 꽃돌이 세명의 콤비는 3인 3색의 활약을 보여줬고, 실종사건의 베일이 벗겨질때마다 예상치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현실의 실종사건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 하지만 닮은꼴이 많다. 사건수사과정의 구멍, 알권리라는 이름하에 마을을 휘젖고 다니는 기자들, 실종의 뒤에 숨어 있는 진실에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 등. 우리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상황이지 않나. 코믹, 미스터리, 추리 등이 적절히 믹서되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약간 소름돋는 순간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