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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평점 :
소설 속에는 자매가 등장한다. 평범한 외모를 가진 동생과 '후리후리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를 가진 상반된 이미지의 언니이다. 장소는 병원, 화자는 동생을 당신이라고 지칭하고 동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의 발목 화상이 심각해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는다. 그럼에도 덤덤하게 자신의 상처를 바라본다.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듯이.
이야기의 흐름은 가장 최근 과거인 발목 화상이 생기기 전으로 거슬러 가고, 다음은 발목이 심하게 삔 그 날로 그리곤 그녀가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언니의 이야기로 넘어 간다. 어린 시절 언니와 동생은 친했던 것 같다. 술래놀이를 하다 동생이 넘어진 곳에 언니도 함께 넘어지면서 언니는 이마를 다치게 된다. 수술실에서 꿰매고 나오는 언니는 울고 있는 동생을 위로하며 달래기까지 했던 너그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들이 자라서 동생이 대학에 합격했을때 언니는 서양식사 예절을 알려주고, 목걸이를 선물해주며 성형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 다정한 언니의 모습이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동생이 대학 1학년, 언니는 졸업반이었던 그 해 겨울. 언니는 동생에게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여 소파수술을 받는다. 입이 무거운 동생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 봤지만 그 후 언니는 동생을 불편해하며 외면한다. 그런 언니를 여전히 사랑하는 동생은 언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보지만 소용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언니는 8살 연상의 사업가인 형부를 만나 결혼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것 같은 인생을 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언니는 10년간 어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가질 수 없었고, 그러한 언니를 애써 무심한 척하며 동생은 지켜봤다. 그랬던 언니가 아파서 세상을 떠나고 산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동생은 발목을 다친다.
언니와 동생 중 좀 더 예쁜 아이였던 언니가 부모의 사랑을 더 받았던 것 같다. 부모의 의식 속에 있던 틀에 박혀 있던 통념은 언니에게 고스란히 학습된 듯 하다. 여자라면 예뻐야 하고, 사랑보다는 조건을 봐야 하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시집가는 것이 여자에게는 행복의 조건인냥 언니는 키워졌을 것이다. 언니에 비해 동생은 평범한 외모였고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으며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이런 동생은 세상의 통념에 반감을 가진다. 그 통념 안에서는 자신이 너무 하찮아지니까.
그렇게 저항하는 동생의 삶을 언니는 부러워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언니가 동생을 질투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짐작건데 학습되어진 통념으로 잘 포장하고 살았던 자신의 삶은 스스로가 선택했던 가치관이 아니었고, 그런 통념을 멋지게 반대하며 용감히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동생의 모습이 부러워 보였던 건 아니였을까.
동생은 언니를 보내며 참았던 울분과 슬픔은 뜸을 뜨는 순간 발목의 상처와 함께 표면화된다. 그동안 표출하지 못했던 그래서 꾸역꾸역 참고 억누르기만 했던 감정을. 화상을 방치해서 피부 조직이 상하고 있었음에도 동생은 참는다. 자신의 감정이 슬픔으로 뒤덮여도 참았듯이.
<회복하는 인간> 속의 동생과 언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적당히 통념이라는 것에 편승하여 살아가는 사람과 적당히 자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가족 안에 있을 법한 적당한 갈등들.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들의 고통에 집중되니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누가 더 행복했을까를 따져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힘들었을까를 떠올리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