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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ㅣ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평점 :
복지의 천국
북유럽 스웨덴의 노인요양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메르타 안데르손은
79세의 노부인으로 엉뚱한 범죄를 계획한다. 소설의 첫 장면은 메르타가
은행털이범이 되기로 결심하고 은행마감 5분 전에 은행 창구로 향한다. '3백만 크로나를 내놔'라고
다짜고짜 말하는 장면에서 웃기다 못해.. 뭐지? 이런 느낌이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범죄가
되겠냐고. 보행기에 의지하고 있는 노부인이 돈을 달라고 한들 무슨 이유로 순순히 내주겠는가.
직원들은 친절히 연금을 잘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된다며 택시를 불러주고 보행기까지
접어서 태워준다. 결국 계획했던 은행털이는 무산되고, 다이아몬드 요양소로 안전하게 귀가한다.
이런 평범하지
않는 행동을 한 메르타 할머니는 현실에 순응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불의에 맞서
반항도 했었고, 초등학교 교사시절에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면 앞장서서 반대 했었다. 그런 메르타가 다이아몬드
요양소의 처후에 불만이 많다. 다이아몬드 주식회사가 노인
요양소를 인수하기 전에는 질 좋은 음식으로 삼시 세끼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매일 산책, 교육 등 복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생활이 제공되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요양소로 바뀐
후 비용절감이란 명목하에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양도 줄어 들어 늘 배고픔을 느낀다. 심지어 요양소에선 정체불명의
약을 노인들에게 먹게 하여 생활의 의욕과 지적인 활동을 강제로 못하게 제어하는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다.
요양소에서 노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야기가 간간히 있긴 하지만 약물을 먹여서 무기력하게 만들고
순종적으로 만들어서 요양원이 뜻대로 운영한다니. 물론 소설이지만.
메르타는 어느날
TV에서 교도소의 생활을 방송으로 보고, 요양소의 환경보다 훨씬 좋다는 것에 흥분한다. 친한 동료에게도 함께 보여 주며
메르타는 요양소를 떠나 범죄를 꿈꾸게 된다. 평소 좋아했던 추리소설같은
범죄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앞으로의 일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게 되었다. 비양심적인 부잣집을 털어 훔친
돈은 잘 감춰두고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다. 그런 후 감춰둔 돈으로 멋지게
사는 것. 그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과 전개라고
생각했지만 메르타와 일당들은 그림을 훔치고, 감옥에 가는 가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자수하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읽는 동안
재미있기만 하진 않았다. 노인들의 이야기가 내 인생에서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청춘과 장년의 시간을 지나서
결국 모든 사람이 노인이라는 시절을 살아야 한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요양소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요양소에 대한 장미빛 환상이 깨어졌다고 할까?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을 넘어서려고 하는 메르타의 도전정신에 감탄을 하게 된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그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고, 사람을 모으고 설득하며
추진해내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내 나이가 많아서 이것도 못
하겠고 저것도 안될 것 같고 이런 마음을 가졌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비록 소설의 인물이지만 용감한
메르타와 친구들을 보면서 내 마음을 점검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매번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때마다 그들은 더 젊어지는 것만 같았다.
자극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따로 없는 것이다. (P4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