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래식 400년의 산책 -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
이채훈 지음 / 호미 / 2015년 6월
평점 :
나에겐 클래식이란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서민의 애환이나 그들의 삶을 담았다기 보다는 귀족이나 왕족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 장르라고 생각해서인지 멀게 느껴졌었다. 오페라는 사람에 의해 연주되어 지지만, 그밖의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은 악기의 비용만도 엄청난 고가이기에 그런 생각을 더욱 부추기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왜 예전의 음악들을 시간이 많이 지난 현대에도 '고전'이란 이름으로 재조명을 하기도 하고, 연주되어지고 사랑받는게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내가 너무 몰라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릴적 배운 피아노 책에도 모차르트나 베토벤, 바흐 등의 당대의 내노라는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곡들이 담겨 있었음에도 그 곡의 가치를 알았다기 보다는 기계적으로 연습하고 배웠던 터라 어른이 된 지금 새삼스럽게 그들의 음악이 궁금해졌다. '고전'이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클래식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곡들이기에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
음악은 사랑하는 만큼 아는 것입니다.
음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며, 지식은 그 마음에 묻어서 따라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선택했을때는 아는 만큼 들릴 것이라고 그래서 클래식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책의 도입부분에서 작가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지식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이 궁금해지는 것 처럼 음악을 듣고 감동하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면 지식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채워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책의 저자 이채훈은 전직 방송 PD로 그 분야의 인정받는 분이셨다.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들을 만들어 냈는데, 소위 시대의식이 있는 작품들을 만들기도 했고 그 당시에도 클래식 분야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등 오랜 시간동안 클래식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클래식이란 숲을 구석구석 걸어봤다'는 저자는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2권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클래식 400년 중 첫번째 이야기로 최초의 오페라부터 모차르트 이전까지의 음악을 다루고 있다. 두번째 책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만으로 구성할 예정이고, 세번째 책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을 예정이다. 솔직히 1권보다 2권과 3권이 더 기대되는 작곡가들이 많았다.
책에선 음악을 직접 듣도록 가이드한다. 유튜브 검색어와 QR코드를 모두 제공하고 있어 손쉽게 음악을 검색해서 들을 수 있다. 최초의 오페라 <오르페오> 를 감상해보면 책을 함께 읽지 않고는 솔직히 듣기가 힘들다. 모두 외국어이고 친숙하지 않은 멜로디를 긴 시간동안 듣기는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기에 이 부분은 이런 내용이구나 짐작하며 따라갈 수 있었다. 코렐리 <라 폴리아> 변주곡을 감상해보면 잘 알고 있던 곡은 아니지만 어딘지 친숙하다. 이 곡을 듣다보면 음표의 나눔과 쳄발로의 연주는 바흐의 곡을 연상케 했는데, 코렐리는 바로크 바이올린 음악의 기초를 다진 사람으로 비발디와 바흐의 음악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스물 두개의 변주곡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리코더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새삼 느끼게 한 곡이었다. 아득한 그리움을 노래한 곡이라고 한다. 단조의 곡에서 느껴지는 애잔하고 쓸쓸함과 함께 격정같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용재 오닐의 바이올린 버전을 듣고 있노라면 이 곡에 대한 그의 표현을 꼽씹게 된다.
"이 곡을 들으면 영혼에 쓰나미가 밀려오는 느낌을 받아요. 삶의 모든 것을 가슴으로 떠안고 가는 모습이랄까, 슬픈데 내색하지 않고, 그것조차 동반자인 듯 말이죠."
파헬벨 <카논>, 비발디 <사계>, 그리고 바흐의 음악 등 내가 좋아하고 친숙했던 음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음악까지도 솔직하게 감상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의 말대로 현재 나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음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음악은 아침과 저녁에 들을때 느낌이 다를 수 있고, 내 기분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다음 편을 기대하며, 내 마음이 가는대로 클래식을 들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