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김영하라는 작가를 방송에서 처음 만났다. 그만큼 이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여러 편의 소설 책을 출간했다고 하지만 이 분의 책을 한 편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방송에서 본 강한 인상 탓이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형식의 강연에서 작가는 책의 제목 만큼이나 간단하고 명료하게 심지어 싸늘하게 답변한다. 어떨때는 질문자가 상처 받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냉정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기에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보다는 정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김영하라는 작가를 '글 쓰는 작가'로 만난 것이 아니라 '말 하는 작가'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산문집 <말하다> 는 김영하 작가의 인터뷰와 대담, 강연들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글쓰는 작가이지만 강연이나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현시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 흔적이 보인다. 현 세대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작가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이 공감간다. 과거에 비해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졌고,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자식 세대는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품기 어렵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희망의 총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의 20대에는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그래서 현재를 조금 희생하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이제는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뼈아픈 말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점 줄어드는 세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대에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비관적 현실주의자라는 모델을 제시한다. 미래와 현실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되,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 남과는 다른 내면을 가진 개인주의 즉 쉽게 딴 사람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견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런 내면을 가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감성 근육이 발달되면 다양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자기 만의 느낌을 가지되 타인에 의해 쉽게 동조되지 않는 것이다. 감성근육이 발달되지 않은 사람은 소설도 재미없다. 왜냐하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이 조금의 육체 활동만으로도 힘들어하고 부정적인 감정상태로 되는 것과 동일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육체의 근육처럼 감성 근육도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데, 훈련을 위한 방법으로 '오감을 이용한 글쓰기'의 예를 보여 준다.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만들기 위해선 지식, 감각과 경험이 모두 갖추어질때 완성될 수 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조용히 자기 집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자기 침대에 누워 어제 읽던 책을 이어서 읽는 삶. 자기 서재와 마음속에서 만큼은 아무도 못 말리는 정신적 바람둥이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세상이 제가 꿈꾸는 이상적 사회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꿈은 꿀 수 있겠죠. 그리고 그 꿈 역시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앗아갈 수 없듯이 말입니다. (본문 중)


작가라는 직업탓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의 기본은 즐거워야 하고, 글을 통해서는 모든 억압된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폭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 바로 대면하여 정직하게 쓴 글이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된다.

책의 뒤로 갈수록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이유와 소설 속에 나타난 김영하 작가만의 성향, 소설을 쓰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글쓰기를 해야하는지 등등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모습도 매력적이겠지만 산문집을 통해 작가의 사상과 철학을 들어보는 시간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고민해오던 문제 중 언어화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작가의 언어만으로 명쾌하게 정의한다. 실체가 없던 것이 드러나는 짜릿함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견고한 나만의 내면을 위해 무엇부터 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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