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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해부도감 - 가족 구성원의 감성과 소박한 일상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내다 ㅣ 해부도감 시리즈
오시마 겐지 글.그림,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3월
평점 :
부모의 곁을 떠나 결혼을 하고 집을 마련할때까지는 큰 욕심 없었다. 살아가는 것에 불편치 않고, 실용적인 공간인걸로 족하다 생각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협소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고, 일반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자유롭지 않으며 갑갑함을 느꼈다. 아이들이 성장하니 각자의 방을 필요로 했고, 짐들도 많아지고, 책도 많아지고, 취미도 다양해지니 갈수록 수납할 공간이 절실히 부족해졌다. 집을 옮기지 않고, 현재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공간 활용을 잘할까가 현재는 주관심사이다. 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는 크진 않더라도 작은 마당이 있고, 우리 가족만 거주하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안전할진 몰라도 서로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공간들을 만들어 살고 싶다는 소망도 부쩍 커지고 있는 터라 경제적인 상황이 따라 주지 못하는게 한참 야속하기만 하다.
이렇듯 내가 설계한 집에 살아보고 싶은 소망때문에 건축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이 간다. 특히 건축분야는 일본의 건축가들이 자주 거론이 되는데, 이 책도 일본인 건축가 오시마 겐지라는 작가이다. 100만부 이상 판매된 최장기 베스트셀러 해부도감 시리즈의 실천편으로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가까이 직접 건축설계한 실제 건축물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많은 설계 도면이 있지만 모두가 누구네 집인지,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책은 테마별로 5장으로 나뉜다. 쾌적한 생활의 구조, 집 전체의 배치, 집의 얼굴에 대한 설계, 수납을 위한 설계, 기타 살펴야 할 부분으로 나누어 설계도면을 보여준다. 특히 집을 놀이터처럼 설계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계단 난간에 봉을 만들어 매달리고 미끄러지는 것을 실내에서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계단에 미끄럼틀을 만들고, 복도에는 수평사다리도 설치했으니 어른들의 운동기구로도 좋아 보인다.
일본의 주택 특징은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오시마 겐지의 설계 역시 짜투리 공간을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휑한 복도는 허용하지 않고, 책장이나 장식용 선반, 실내 빨래 건조실 등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계단 아래의 공간 역시 책장이나 수납장 또는 선반 등으로 설계했다.
일본의 주택구조에서만 존재하는 토방은 현관과 내부의 완충공간인데 과거에는 창고나 작업실, 장작난로, 놀이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안에 있는 안뜰도 일본 주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거나, 작은 화단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납에 대한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쉬운 맘이 있지만 나름 건축가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집의 수납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건축가와 인테리어의 입장이 조금씩은 다를테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채광을 위해 천정에 창을 만드는 것, 계단 때문에 공간이 낭비되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지붕과 천정 사이의 비어 있는 공간까지도 활용하는 것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었다. 작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잘 활용하는 일본인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참고로 미래의 내 집을 조금씩 그려나가야 겠다.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