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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이었다. 구조는 없었다. <본문 중>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단원고 2학년 324명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 중이었고, 이 어린 영혼들은 구조의 손길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라’는 방송만이 메아리치는 배 속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대참사라 불리우는 세월호 사태를 실시간 뉴스로 보면서 설마 희생자가 있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전원 구조라는 방송을 들으며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를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일관성이 없었고, 이 모든 일이 지난 후 그 당시의 ‘진실’은 참담하기까지 했다. 만약 진실이 보도되고, 온 국민이 마음으로 기도라도 열심히 했더라면 정말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 쉽게 안도하고, 그냥 믿었다. 하지만 구조에 의해 살아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300명 가까운 사망자가 집계되면서 너무 슬펐고, 무력함을 느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대참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항된 낡은 배였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통해 수입된 선박이었다. <본문 중>
비정규직 선장, 출항 전날에 고용된 직원, 선사직원들이 출항을 거부한 일, 국정원이 보고 받는 대상이었던 배, 안개가 많이 낀 그 날 유일하게 출항했던 배 등 모든 상황은 아주 나빴다. 왜 이런 사실들을 무시 했을까 의문이 든다. 이 배를 탄 476명은 아무것도 모른채 여객선을 믿었을 것이다. 침몰의 조짐을 보였을 때 선원들은 탈출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으며 그 많은 승객들은 바닷속으로 가라 앉았다. 그 중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만이 생존자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음에도 잠수부도 해경도 그 누구도 그들을 구조하려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흘러나온 최대규모의 구조는 모두가 거짓이었고, 나라와 언론은 하나가 되어 국민을 기만하였다. 나라는 국민의 생명을 버렸고,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할 사명을 버렸다. 이것만이 이 땅에서 일어났던 그날의 진실이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그 어느 것도 신뢰하지 않는다. ‘정치’의 시작은 어떨지 모르지만 결국은 권력과 탐욕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것에 도취된 사람들은 양심을 져버리는 모습이 정치인들의 말로임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대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여전히 변함 없었다. 사과와 눈물로 변화를 약속한 자들은 그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돌았고, 유가족들에게는 더 큰 상처로 현실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유가족 몇 분을 만나며 침몰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전해들었으며 마음속에 분노가 더 커졌다. 침몰한 인근에 구조 배는 없었고 부모들이 민간인 어선을 빌려서 상황을 보러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조해달라고 부모들이 다시 찾아 갔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17일 새벽까지 침몰한 배에서 문자를 보낸 기록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골든타임 뿐만 아니라 너무나 길고 긴 시간 그 차고 어두운 바닷 속에서 고통스러워 했을 아이들이 어른거린다. 아무 연고없는 내 마음이 이럴진데 유가족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진상규명과 함께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그들의 외침이 잘못된 것인가. 비난받아야하는 일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날이 떠올라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했던가. 12인의 작가분들의 글이 많은 분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여,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된 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금의 변화라도 기대해본다. 추운 겨울이면 잊혀질꺼라는 그래서 유가족들도 흩어질꺼라는 위정자들의 생각이 빗나가서 더 많은 공감대와 지지를 얻기를 바라며, 300여명의 희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