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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하이쿠가 뭘까?' 단순한 궁금함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더불어 류시화 시인의 번역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럼 시 인가 보다' 이리 쉽게 단정지어 버렸다. 나의 지식만큼 상상력도 빈약하다니. 나의 청소년기에는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역사적 감정 탓에 많은 장르의 문화가 금지되어 있었고 그들의 모든것을 배척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성장하며 역사적 사실은 잊지 않되 그들의 뛰어난 면은 인정해야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할까. 하이쿠라는 용어는 나에게 낯설다. 내 인생의 첫 하이쿠를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두산백과에서 참고함>
하이쿠[ 俳句(배구) ] - 일본 고유의 단시형(短詩形)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원래 일본에는 중세 무렵부터 조렝카[長連歌]라는 장시(長詩)가 있었는데, 15세기 말부터 이 조렝카는 정통(正統) 렝카[連歌]와 서민생활을 주제로 비속골계화(卑俗滑稽化)한 하이카이렝카[俳諧連歌]로 갈리었고, 에도시대에 이르러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같은 명인이 나와 하이카이렝카는 크게 유행하였다. 이 하이카이렝카의 형식이 제1구(句)는 홋쿠[發句]라 하여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지고, 제2구는 7·7의 14음, 제3구는 다시 5·7·5의 17음 등, 장·단이 교대로 엮어져 많은 것은 100구, 짧은 것은 36구 등이 있다. 마쓰오 바쇼는 이 렝카의 제1구, 즉 홋쿠를 매우 중요시하여 홋쿠만을 감상하기도 하였으며, 에도 중기 이후에는 이 홋쿠의 비중이 더 커졌다. 메이지[明治]시대에 이르러 시인(詩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렝카의 문예적 가치를 부정하고 그 홋쿠만을 독립시켜 하이쿠[俳句]라 이름하였는데 이것이 정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人情)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의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룬다.
바쇼가 제자 한 명과 도보 여행을 떠나기 전 배웅 온 제자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읊은 하이쿠다. 오래 전의 여행은 편리함도 안전함도 보장되지 않은 터라 죽음을 각오하며 떠났다고 한다. 다시 만날 기약없는 이별을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 눈물' 언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 하이쿠의 경우 5.7.5 운율을 지나치게 맞춘 느낌이 든다. 오히려 5.4.8 이 문맥상 더 어울리지 않을까
들판의 해골 되리라
마음먹으니
몸에 스미는 바람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를 시로 표현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함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읽을수록 느껴지는 바는 굳이 길게 쓰지 않아도 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이 시를 썼을 때의 배경을 아는 것이 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나팔꽃
한 송이 깊이 모를
심연의 빛깔
바쇼의 시와는 달리 회화적인 요소를 내포하는 부손의 시는 그만의 색깔을 띄고 있다. 짧은 문장에 스며있는 각 시인들만의 개성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용어들이 다소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졌지만 5.7.5의 17음으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일본의 문학장르 중 하나로 짧은 시로 인식되었다. 바쇼, 부손, 잇사, 시키의 하이쿠가 소개되어 있으며 그외의 저자들의 하이쿠와 책의 뒷편에는
자유율 하이쿠를 소개하고 있다. 형식보다는 시의 내용을 봐야함을 강조하며 형식탈피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들이 정형의 틀을 깨고 새 형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세련된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토해 내는 외마디 같은 한 줄 시를 써야만 했던 필연성, 자신을 극한의 고독으로 몰고 간 절실함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P528
나에겐 시라는 장르의 큰 특징인 언어의 기교가 가끔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과도한 은유나 비유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내 감정선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들을 언어의 마법사라 불리우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즐겨하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하이쿠는 문장이 최소한으로 구성되어 있어 과도한 기교를 부릴 수도 없다. 최소한의 언어와 최소한의 기교 등 어쩜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 더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이렇게 짧은 글로도 자신의 심상을 함축해서 표현할 수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처음 알게 된 문학장르 하이쿠는 잔잔한 바람처럼 내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