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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이 책은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상투적인 제목 탓에 볼까 말까 살짝 망설여지긴 했었다. 떳떳하지 않은 남녀의 만남과 관계를 불륜이라 하며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채택되는 소재이기도 하다. 대체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결론으로 삼류 스토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책의 저자가 파울로 코엘료 라는 것 하나만으로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읽었다.
30대 잘나가는 신문사의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가장 부유한 스위스인 300인’에 매년 이름이 올라가는 남편, ‘자신의 삶의 이유’라는 두 아이를 키우며 누가 보더라도 부러워 할만큼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 것 같은 린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린다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지만 상위 1%만이 누리는 삶의 안락함과 성공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 어느 작가와의 인터뷰로 인해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정직하고 바르고 안정된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행복해지는 것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위험한 일이지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P11
안정되고 행복하다 여겨졌던 자신의 일상이 권태로워지고, 생기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대해 불안해하며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시절 남자친구였던 야코프를 인터뷰하게 된다. 국회의원 재선을 준비하는 야코프는 교수이자 재력가인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다. 10여년 만의 첫 재회로 인해 불륜이라는 은밀하고 위태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린다는 일상에서 벗어나 불륜이라는 모험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일시적인 일탈의 경험으로 인한 열정은 근본적인 불면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일탈의 모험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순간적인 활력은 된다.
야코프에 대한 린다의 감정을 사랑이라고도 말한다. 야코프의 부인 마리안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고 자신에 대한 마리안의 감정을 의심하고 야코프의 일상을 궁금해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 아이들과 자신의 일상에는 아무런 변화 없이 야코프와의 비밀스러운 밀회를 즐기는 린다는 마리안에 대한 질투심으로 야코프와의 관계에 대한 본심을 드러내 버린다. 린다와 남편은 서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결혼 전 함께 여행한 곳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진정한 사랑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모험에 목말라하는 남편의 권유로 산 꼭대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며 린다는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는 순간 진정한 사랑의 감정에 접근함을 느끼게 된다.
아주 짧은 순간 생각한다. 이렇게 하늘을 날아본 사람들은 모두 이런 느낌을 갖는 걸까?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영원 속에 떠 있다. 사랑하는 딸에게 말을 건네듯 자연이 내게 말을 건다. 산이 말한다. “너는 나의 힘을 가졌어.” 호수가 말한다. “너에겐 나의 평화와 고요가 있어.” 태양이 말한다. “나처럼 빛나렴. 너 자신을 뛰어넘어. 들어봐.” –P346
린다는 공기를 가르며 대자연 속에 쌓여 엄마의 자궁 안에 완전히 보호받음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땅에 두 발로 서면서 삶을 바로 직면하게 된다. 사랑이란 의미는 여러가지이다. 남녀간의 사랑을 얘기할때는 2~3년 뜨거운 사랑을 하는 동안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콩깍지가 씌워져 서로만 보이지만 마법의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열정적으로 상대를 바라보지 않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은 이렇게만 말할 수 없는 큰 영역이라 생각한다.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정신적 사랑 등 이런 광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자신을 잊어버리는 그 순간 진정한 사랑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불륜>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한우리 북카페 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