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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자식을 두는 것은 독사의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 아프도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중 (본문에서 인용함)
“All Joy and No Fun” 은 책의 시작이 되었던 특집기사의 제목이다. 책의 제목으로 훨씬 적합하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코 재미있는 일이 아님을 두 아들을 키우면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일이 소중한 일이며, 큰 기쁨과 보람된 일이기에 더 노력하고 애쓰게 되는 것이다. 자식을 낳는 행위를 종족번식이라는 동물의 본능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것인데 요즈음 세태에는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자식을 가지는 것도 선택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으니 말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좋은 것만 바라보고 미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그저 많은 것이 아름답게만 여겨진다. 하지만 그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는 순간 우리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책에 나오는 앤지와 클린트 부부처럼 아이가 태어난 후 생긴 더 많아진 집안일, 아이를 돌보아야하는 것, 부족한 수면 등으로 시간을 쪼개어 가며 서로가 역할분담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늘 아이의 중심에는 엄마라는 존재가 밀착되어 있어서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에게는 엄청나게 과중한 일들이 주어짐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아이를 핑계로 일을 소홀히 할 수 없고, 집에서는 온전히 아이에게 엄마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렇다고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덜 힘든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몫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육아의 대부분을 전업주부에게 정당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에 매어 자유롭지 못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엄마들은 깊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상황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은 신의 축복이긴 하나 현실의 어려움 앞에서는 그 축복조차 불행으로 여겨지기도 하니 준비되지 않고 부모가 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과정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어릴때는 아이를 돌보는데 부모들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어릴때는 양육에만 신경쓰면 된다. 잘먹고, 잘자고, 안아프고, 잘 놀고 이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양육만이 아니라 한 성인이 되기까지 교육을 통해서 아이는 성장을 해야만 한다. 큰아이가 한참 사춘기를 맞고 있는 지금은 갈수록 태산이란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랄까. 정말 사소한 것에서도 쉽게 화내고 그러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나 또한 내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 때 절망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나.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따지면 따질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니 어렵다는 생각만이 자리잡는다.
스타인버그는 이런 현상을 이론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의 관점으로 볼 때, 사람에게 사춘기는 소금과 같아서 가깝게 닿는 것은 무엇이든 격렬하게 만든다. 이미 어떤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면, 아이가 지나가고 있는 사춘기는 이 갈등을 한층 악화시킨다. 특히 직장생활에서나 결혼생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본인도 알지 못했던 갈등이 드디어 가면을 벗고 전면에 나타나기도 한다. –P305
이런 양상을 보이는 사춘기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교육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교육을 찾아가게 된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 어려운 상황을 순탄히 지나가고 싶어 찾아간 곳에서는 나 스스로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은 아이를 통해서 내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그것을 공격하는 아이에게 화내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이의 마음도 읽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아이 때문에 시작한 것이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나에게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내 자신이 세상을 똑바로 직면하는 것이다. 싫은 것 피하고, 어려운 것 대충 넘어가고 고통스러운 것은 눈감았던 것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모든 걸 해결하든 받아들이든 감당해야 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성숙된 한 인간으로 완성되어가는 것. 그 모습을 보며 아이는 부모를 닮아가는 것 그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 어릴적 치열하게 살며 양육하느라 바쁘게 보내었던 순간을 생각해보고, 현재를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고, 가르침이 되니 인생의 선배를 만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