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의 만찬 - 한식 문화로 본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 이야기
이영애.홍주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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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다큐멘터리 '이영애의 만찬'이란 프로를 연초 TV에서 방영했다는 것은 책을 보고야 알았다. 이웃나라 일본의 발빠른 마케팅 전략으로 우리의 음식이 일본 국적으로 바뀌어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는 경우가 더러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었는데,  한식 문화가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되어야 하는 시점에 방송에서 좋은 프로를 기획한 듯 하다. 어디에서 깃발을 들고 나갈 것인가를 고심하기 보다는 어디에서든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의 것으로 알리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이영애의 만찬'이라는 방송과 그 뒷이야기를 쓴 이 책이 세계속의 한식 문화를 알리는데 작은 씨앗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장금에서 장금이로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아시아에 널리 알려진 이영애씨가 진행을 맡았다니 이 일에 적임자임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할일이다.

 

배우 이영애씨는 120분 다큐를 위해 6개월의 준비와 촬영기간을 가졌다. 문헌에 남겨진 조선시대의 먹거리 문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양반가의 전통을 이어오는 며느리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대장금 촬영시절 도움받았던 한복려 선생님, 먼 몽골과 중국 등을 직접 찾아가서 먹어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식문화의 뿌리를 찾는 작업을 했다. 아름다운 여배우가 작가가 만들어준 대본으로 진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부하고 체험하고 확인하고 음식을 만들어 봄으로 한식 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우리 음식에 담긴 소통의 철학 

조선시대 양반가의 연회이야기로 시작된다. 북촌, 남촌, 동촌 각기 재상집에서 가져온 음식 중 어떤 음식이 가장 대단한가를 따지고 있는데, 동촌에서 가져온 작은 합에 담겨진 대추 열 개가 보기에는 보잘것 없어 보였으나 산삼, 대추살, 소고기를 곱게 다져 쪄내어 대추 속에 채워 양끝을 잣으로 봉한 귀한 음식으로 그 당시 기와집 한채의 가격이었다 한다. 그 외에도 조선시대에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사슴의 혀, 사슴의 꼬리, 표범의 내장, 곰발바닥 등 구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하니 현대의 미식가들은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

임금님의 수라상을 12첩 반상으로 가정시간에 배웠었는데 여기엔 7첩이었다는 문헌의 기록을 보여 준다. 정조 19년에 쓰인<원행을묘정리의궤> 라는 기록에 보면 하루에 다섯 번 수라상이 올랐다고 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말자 초조반(죽이나 미음), 아침식사인 조수라, 가벼운 점심인 낮것상, 저​녁식사 석수라, 야식인 야참상으로 구성된다. 첩은 반찬으로 밥, 국, 김치, 찌개, 전골, 찜을 제외한 반찬을 모두 포함한다. 어느 문헌에도 임금의 수라가 12첩이었다는 기록이 없다니 의아한 일이다. 요즈음 교과서는 어찌 씌여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맘이 생긴다. 또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은 구절판이 궁중음식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기생집 음식이었다는데 그것 또한 잘못 인식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럴듯하다.

조선 왕들의 수라상은 여러가지를 의미하고 있었다. 전국 팔도에서 거둬들인 진상품을 재료로 만들어낸 수라상에서 임금은 음식을 대면하면서 지역의 흉년이나 태풍으로 백성이 삶이 어떠한지를 생각하며 살필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또한 백성이 천재지변으로 고통을 당하고 돌림병으로 신음할때 임금도 함께 고통에 동참하고자 '감선'(반찬가짓수를 줄이는 것), '철선'(고기음식을 물리는 것)을 하셨다. 조선의 스물 일곱명 임금 중 연산군과 광해군을 제외한 모든 임금이 철저히 지켰다고 하니 성군이고자 노력함이 느껴진다.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성군의 존재는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화려한 것을 취하는 왕이 아니라 철저하게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을 몸소 보여주는 군주를 지향해야 했습니다. 결국 성리학에서 말하는 검소한 절약정신이 가장 압축적으로 구현된 것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왕의 밥상이었다고 할 수 있죠." -P40

330년 전 반가의 요리비법을 담고 있는 <음식디미방>이란 책의 잡채를 직접 재현하고 있다. 여러가지 계절별 채소를 3.3센티 정도로 잘라 각각 볶아두고, 그 당시에는 당면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꿩고기를 삶아 가늘게 찢어 놓고, 꿩 육수에 몇가지 양념을 첨가하여 걸쭉하게 만든 즙으로 소스삼아 즐겨 먹었다 하니 요즈음의 잡채와는 사뭇 다른 음식이었다.

한국의 맛, 이천 년의 기억

 

우리 고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 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근원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중국엔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함께 모여 사는데 그 중 길림성 연길의 조선 자치구 마을에서 '맥적'이라는 된장에 삼겹살을 재워두고 먹는 음식을 발견하게 된다. 된장 속에서 3개월을 숙성시킨 삼겹살을 시래기와 끊이면 장국이 되고, 된장묻은 삼겹살을 맑은 물에 씻어 석쇠에 구우면 고기구이가 된다. 저장도 하고, 고기의 맛도 살리는 양념도 되니 지혜가 돋보인다. 

 

​1000년 전 몽골의 음식문화가 한반도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하여 몽골로 찾아 간다. 소의 살코기를 잘라 말린 보르쯔, 여러가지 야채와 뜨거운 돌멩이와 고기를 삶은 허르헉, 칼국수같은 고릴테슐 등을 보면서 조리방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과 화합의 만찬

​이영애씨는 피렌체에서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찬을 준비한다. 구찌 박물관에서 한국의 젊은 요리사들과 함께 만찬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한국식당의 불모지인 그 곳에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두번째 만찬은 우리나라에서 팔도진미, 탕평채, 비빔밥 등을 선보이며 음식으로 서로 나눔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책은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잡는 것과 더불어 음식의 역사도 공부하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영애'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큐를 통해 자신의 가족, 이웃과 함께 하는 모습이 진솔해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임하는 모습이 대장금 속의 장금이를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리고 크게 느낀바는 비록 온갖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진 정치를 온전히 펼치기 어렵고 결실 맺기 어려웠지만, 문헌을 통해 노력한 임금들의 모습이 작은 감동이 되었다. 최근 세월호의 참사를 접하며 조선의 어진 임금이 현재의 임금이었다면 어떤 심정으로 이 어려움을 맞았을까를 상상해보며 음식의 역사를 통해 조상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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