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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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떼쓰던 중학교1학년 여자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붉은 털실로 자신이 짠 긴 줄에 목을 매고 스스로 삶을 버렸다. 책의 시작은 한 여중생 (천지) 의 자살이라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 만지 (언니), 천지 이렇게 세 가족이 살았다.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며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씩씩하게 살아간다. 언니 만지는 설렁설렁하는 듯 하지만 씩씩하고 뒤끝이 없는 하지만 동생 만지를 많이 생각하는 언니이다. 천지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다. 싫어도 싫다는 소리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모든 것을 기억하며 지독히 외로워하고 꼼꼼한 아이다. 외로움과 자신의 고통을 감추면서 우울증이란 병이 있는 것 조차 철저히 감추기 위해 계산해서 행동하는 아이. 천지는 그런 아이였다. 갖고 싶은게 있어도 가정 형편을 알기 때문에 떼쓰지 않고 눈치보며 자신의 욕구를 참는 것에 더 익숙한 아이. 하지만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전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떼를 엄마에게 부려보고 떠난다.
천지가 아주 어렸을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천지는 몹시 울었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천지는 조용하고 존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아이였다. 책을 많이 좋아했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하면서 그러나 뒤쳐지지 않는 아이. 어떻게 보면 경쟁하는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할만한 아이일진 모른다. 하지만 그 것이 괴롭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어린 소녀가 목숨을 끊을 때에는 이유가 뭘까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천지에게는 남들이 보기에 유일한 단짝 화연이라는 친구가 있다. 보신각 (중국요리점) 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화연이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한다. 자신의 생일날에 가게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중국음식을 먹이는데 천지에게는 일부러 1시간 늦게 초대한다. 남은 음식을 먹게 하면서 천지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그 후 천지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자장면이 된다. 천지의 아버지 죽음을 자살로 소문내며 친구들과 천지 사이에 확인되지 않은 거짓 소문들을 화연이가 퍼뜨린다. 천지는 침묵하고 있지만 소문의 근원지가 화연임을 안다. 국어 수행평가 설문조사 발표를 통해 천지는 자신을 농락한 화연이에게 정면으로 표현한다.

언니 만지는 천지가 죽기 전까지 미래를 계획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왜? 무엇 때문에? 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천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천지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 실타래 5개에 남긴 유서를 찾게 된다. 천지는 자신의 죽음을 조금씩 준비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유일하게 상대해 준 화연이는 다른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천지의 험담을 하며 그 사이를 유지해가는 이상하게 삐뚤어진 모습을 보인다.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의 그릇을 훔쳐서 버리고 나쁜 재료를 사용한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등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만지가 화연에게 묻는다. 천지에게 왜 그랬냐고. 화연은 천지가 너무 힘들었다며 '너랑 친구 안한다' 는 말은 차마 천지가 불쌍해서 할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항상 바쁜 천지의 엄마. 아빠의 몫까지 하려니 섬세한 천지의 성격을 알면서도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한다. 만지의 무뚝뚝하고 씩씩함을 부러워하면서 가족이 자신에게 의지나 위로가 안되었던 그저 외롭고 슬펐던 천지가 책을 통해 마음에 전해졌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중학생때 천지처럼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때가 있었다고.

"잘 지내니?"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나를 붙잡았던 말입니다. 늘 안부를 묻던 이모의 저 말이 없었다면,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내 어린 생을 놓아 버렸을지 모릅니다. 너밖에 없다는, 사랑한다는, 모두 너를 위해서라는 우아한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저 평범한 안부 인사가 준비해 두었던 두꺼운 줄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입니다.-P257


각자에게 인생이란 것은 선물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지 않다면 주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힘들때 내가 지탱할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내 주변에는 얼마나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인가. 과연 나는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진심어린 말로 '잘 지내니?' 라고 말해주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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