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보았다 - 분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이얼 프레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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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나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피부에는 더 와닿는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보면 한 개인의 인권에 관심이 높아지고 제도도 보강되었지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생각보다 넓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때로는 정부라는 거대 세력에서부터 작게는 주변에 내가 속해 있는 이익단체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서 그들과 반대되는 의사를 표명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왕따와 같은 사태에 어른도 예외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홀로 서야 하는 외로움과 공포로 인해 옳음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을 현실에선 맞닥뜨리게 되곤 한다.

 

상대적 조건에 의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서 옳은 것 즉 양심이 알려주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실화를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를 찾아가면 인터뷰하고 조사한 내용이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 세워둔 자신의 원칙이 충성심 혹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의무와 충돌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우리는 양심을 깨끗하게 간직한 채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해왔으며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떤 목소리가 우리에게 말한다, 양심을 지키라고. 그러나 또 다른 목소리는 경고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고, 자신의 상관을 당혹스럽게 만들지 말라고. 혹은 자신의 경력과 명성, 나아가 가족의 평온함과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지 말라고. -P13

 

2차 세계대전 직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인접한 국경으로 입국하는 유대인을 되돌려 보내라는 스위스 정부의 법을 어겨가며 많은 유대인을 도와준 경찰서장 파울 그뤼닝거, 1991년 부코바르에서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들의 민족 갈등으로 내전이 벌어지고  세르비아인이었던 알렉산데르 제브티치가 크로아티아인들을 빼돌려 목숨을 구해준 일, 2000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영토를 두고 분쟁이 일어났던 곳에서 이스라엘의 키부츠 공동체에서 자라난 아브네르 위시니체르란 군인과 대원들의 항명, 미국 금융계의 속임수를 파헤쳐 세상에 알렸던 내부 고발자 레일라 위들러 등 네가지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다른 형태이지만 양심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혁명의 선두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한 선구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웬지 그런 인물들은 일반인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특별한 사람이라 여기지는 까닭에 그들의 위대함은 좀 먼 얘기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사람들은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연설하지도 않는다. 생사의 고비에 직면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잘못된 일들에 맞닥드렸을때 그들은 스스로가 옳다 여기는 일을 선택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법을 어기거나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동료를 배신하거나 그들이 속해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동체에 등을 돌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댓가로 직장을 잃거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분명 그들은 그런 결과에 대해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해보이는 그들은 왜 용기있는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정의로움을 선택함에 있어 이유를 묻는다는게 맞는 건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것이 정의롭지 않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용인에 의해 자행되는 비도덕적인 일들은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선으로 둔갑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온다. 그런 가운데 비겁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과연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며 사상과 민족을 초월하며 이루어졌던 인간애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믿으며 좀더 나은 세상, 정의로운 세상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진 않지만 역사속에서 용기내어 선택했던 사람들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서 좀더 나은 세상으로 향할꺼란 믿음을 이 책을 통해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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