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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 -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클래식 해설서의 고전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지음, 김형석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클래식이라 불리우는 음악분야는 대중음악과는 차별이 되어 있다. 클래식이라 불리우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방대한 음악 지식을 필요로 하고, 더불어 타고난 재능이 함께 하여 역사에 남을 곡들이 완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중음악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여기까지의 인식이 좀 오래된 생각이라면 요즈음의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뛰어난 음악적 기량과 노력이 클래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서의 갈등은 클래식 쪽에서 먼저 시작되어 보인다. 정통 클래식을 하는 분들은 대중음악보다 스스로 우월하다 생각하는 인식이 과거에는 팽배했다. 80년대 성악가 박인수님과 가수 이동원님이 함께 불렀던 '향수'는 화제가 되었고, 클래식의 편에선 성악가는 미운 오리가 되고, 가수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한 뮤지션으로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확신으로 용기있는 시도를 하고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번스타인은 바로 그런 음악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있었던 분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라얀과 함께 레나드 번스타인은 유명한 음악가이다. 유태인 율법학자인 아버지는 16세에 미국으로 이주하고 번스타인은 미국에서 출생한다. 그의 이력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일곱개 외국어에 능통하고 하버드 대학에서는 언어와 철학,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니 이런 사람을 천재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로 활동했는 번스타인은 십대때부터 밴드활동을 했다고 한다. 음악활동은 클래식 분야 뿐만아니라 재즈, 팝 음악을 오가며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작곡하는 등 대중과 호흡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을 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번스타인이 쓴 책의 서문을 읽을 때 까지만 해도 책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철학을 전공한 탓에 순수음악에 대한 접근을 교양과목 듣는 학생의 입장이 아니라 철학과 음악을 전공하는 전공자를 청자로 두고 말하는 듯 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1부를 읽으면서 나의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서정시인과의 대화에서는 산의 모습을 음악에 비유한 것에 대한 이견을 서로 주고받으며 음악에 대한 철학을 토해낸다. 때로는 고집불통으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지만 번스타인의 자유로운 사고는 스스로에게 대답을 듣기 위한 물음으로 보인다. 감성부분에선 서정시인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머리로는 집요하게 이론적인 부분을 따지고 있는 모습까지 보인다. 다음으로 나오는 서신 형식의 글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미국의 유명한 뮤지컬 프로듀서가 번스타인께 음악작업을 제안하고, 번스타인은 교향곡 작곡 작업으로 이 일을 거절한다. 웬만한 사람이면 그걸로 포기할텐데 그 프로듀서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시대의 요청에 의해 미국만이 대표하는 음악을 이제는 누군가 만들어야 하며 그것을 번스타인이 해야함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직설법으로 표현한다. 이 책을 읽으며 웃을꺼라 생각 못했으나 이 부분에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프로듀서의 제안을 번스타인은 받아들이게 되고 대중의 요구와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는 훌륭한 음악가의 명성을 얻게 된다. 번스타인은 음악에 대한 대중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음악가였다. 그 다음에 나오는 매니저와의 대화에서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2부는 옴니버스 7강 TV프로그램으로 번스타인이 직접 원고를 쓰고 방송을 진행했다. 7강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1악장, 재즈, 지휘, 뮤지컬, 현대음악, 바흐, 오페라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갔음을 알 수 있다. 2부의 첫페이지 일러두기에 TV 영상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있고, 책을 읽다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편곡한 곡을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들어야만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대로 영상을 봐야할 것 같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부분은 1악장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베토벤이 실제 음악 작업한 노트를 참고하여 '적확한'(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어휘. 적확한은 적절함의 의미가, 정확한은 옳음의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 음들을 찾아가며 연결해나가는 과정을 여러가지 다른 편곡을 통해 비교하며 음악을 감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음악의 형식이란 젤리 과자를 만드는 틀이 아닙니다. 음을 쏟아 부으면 저절로 론도나 미뉴에트나 소나타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형식의 진짜 기능은 30분 가까이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교향곡이라는 다채롭고도 정교한 여정을 이끄는 것입니다. 이 여행을 이끌려면 작곡가 안에 여행의 이정표가 있어야만 합니다. 작곡가는 다음 도착지가 어떤 곳인지 아는 능력, 풀어 말해 주제로부터 이어지는 모든 음이 정확히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는 유일한 음이라는 감각, 이 '적확함'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음 다음에 어떤 음이 나와야만 하는지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베토벤은 이 능력에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도 적확한 음을 찾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고뇌했습니다. 이제 그 고뇌의 여정을 따라가 봅시다. -P82~83
책을 보면서 언급되는 곡들을 감상하고 있으면 새삼 음악가들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그 엄청난 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부산물이기 때문이었다. 잘 알지 못할때보다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듣게 되는 음악은 더 많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음들이 그곳에 있어야하는 필연적인 존재의 이유라는걸 생각한다고나 할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음악의 거장 번스타인의 철학과 음악의 세계를 경험해봄으로 잘 몰랐던 음악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