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스릴이 넘치는 소설과 흥미진진한 영화의 느낌을 준다. 그만큼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삶을 선택한 (나는 그리 받아 들였다. 이 분들의 경우는 선택이었다고) 12인의 생생한 체험담은 한편 한편 감동 그 자체였다. <일분 후의 삶> 책에 대해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궁금함이었다. 내가 체험해보지 못한 인생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경험하신 분들의 그 순간이 궁금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경험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감동이 되어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좀 더 진지하고 색다른 변화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12인의 경험담. 여성 선장을 꿈꾸는 대학 실습생이 바다에서 겪은 일, 바다에 빠져 거북이 등에서 4시간을 버티며 살아난 분, 포베다의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 프로복서 선수가 어린 시절 성수대교에서 일탈을 꿈꾸며 직면했던 마지막이 될뻔한 순간, 망년회가 끝나고 만취해 끝도 없는 암흑의 공간에서 9일을 버틴 분의 이야기, 2만 2900볼트의 전기가 몸을 관통하고도 살아 남은 태권도 사범, 바다 낚시 갔다 서해 훼리호 침몰을 경험하신 분, 낭가파르바트 등정을 이루신 산악인, 시골로 이사한 노부부가 천재지변으로 인해 겪게 된 일과 애완견 라라와의 인연,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난 부부, 건국 후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분이 일본비행 당시 겪었던 위기의 순간,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죽었다 다시 살아난 소년의 일 등 때로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으로 인한 경험일때도 있고, 일상을 살아가다 예기치 않은 천재지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그 분들은 죽음에 직면한 순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여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그런 고민 끝에 뭔가 극한적인 출구를 찾아보려는 십대들이 있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무언가 자기를 내던질 만한 '단 하나'를 찾아보라고. 거기에 끝없이 몰두해보라고. 그건 삶이란 무언가하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삶을 낭비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 P99

이 분들이 생사를 오가는 그 순간 비슷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음이 가까워지는 순간의 1분 1초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그렇다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은 아주 빨리 지나가버린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몇 분이 죽음의 문앞에서 그 동안 살아온 시간들이 영화필름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표현도 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삶은 얼마나 소중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로 다가올까.

 

"시간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시간에는 상대적인 게 있다. 즐겁고 기쁜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괴롭고 힘든 시간은 아주 느리게 지나간다. 고통의 날이 길고 지루하게 여겨지는 것, 노년에 들어 자기 인생이 괴로움뿐이었다고 여기는 것, 이런 게 모두 시간의 그런 상대적인 속성 때문이 아닐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평범한 시간을 아깝고 소중하게 여기면 어떻게 될까. 과거의 그늘도 미래의 불안도 없는 현재의 소박한 시간을 담백하게 음미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매순간 음미한 만큼 내가 더 행복해지고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는 게 아닐까." - P138 

연초에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신년계획도 세우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그 결심은 흐릿해지고 어느 순간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끌려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삶이 아니라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불만족스러움이 감사함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사춘기에 접어드는 큰 아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하고 싶다. 그리고 현실이 불만족스러운 사람이 있는지 둘러보고 선물로 주고 싶다.또 행복하고 싶은 많은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우리가 살아있는 이 순간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행복하게 삶을 누리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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