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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미술관 - 명화와 심리학으로 성경 인물을 만나다
최승이 지음 / 포이에마 / 2013년 9월
평점 :
어린시절 교회학교에서 배운 성경 속 이야기를 오랜만에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성경의 내용은 신화나 전설과는 달리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적으로 믿는 경전이며, 행위의 바탕이 되는 말씀이기에 재미보다는 교훈을 삼거나 학문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미술심리치료사인 작가가 성경 속의 인물을 통해 나타나는 특징을 현실에서 치료사로 만났던 내담자의 상담내용과 결합시켜 겉으로 나타나는 행위와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그 내용에 적절한 미술작품을 소개하며 때로는 화가의 인생이 겹쳐져 작품으로 꽃피운 화가의 마음이 되어 보기도 한다.
책의 내용은 여성, 남성, 여성과 남성이란 파트로 나뉘어 있다. 여성부분엔 여성으로 살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성경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나오는 여성이 살로메이다. 엄마인 헤로디아는 세번째 남편인 안디바와 사람들 앞에 두번째 남편의 딸인 살로메를 춤추게 한다.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어린 살로메의 춤으로 인해 기뻐하는 의붓아버지는 어떤 소원도 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살로메는 엄마에게 달려가 무엇을 구할 것인지 물어본다. 엄마가 알려준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는 소원을 살로메는 말한다. 엄마가 시키는 일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마보이, 마마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행동과 유사하다. 모든 일어나는 일을 혼자 결정하지 못해 엄마에게 전화해서 묻고 또 묻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늪'이란 소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늪은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과 함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함정이라는 양면성을 어머니라는 존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랑과 보호가 적절하지 않고 지나칠때는 그 것이 아이에겐 족쇄가 되고, 심지어 엄마의 이기심으로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하게 될 때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펼치지 못하고 날개잃은 새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남성편 중 아담은 하나님이 살게 해주신 완벽한 환경 에덴동산에서 유일하게 금지시킨 선악과를 먹음으로 추방당한다. 뱀이 유혹하길 '눈이 밝아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과 같아진다'라는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저지르게 된 것이다. 절대자이고 자신을 만드신 아버지인 하나님에 대한 무모한 정면도전을 해버린 것이다. 이렇듯 아버지를 넘고자 하는 아들의 권력욕은 발달과정에 따라 조금씩 내포하고 있지만 발현되는 형태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아버지와 친근한 아들은 세상을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고 탐색하려 한다. 도전이 주는 긴장을 즐기기도 한다. 이때 아버지가 주는 찬란한 빛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요, 독립된 주체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성장 요소다." - P132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하지만 건강한 아버지가 아니라 권력을 휘두르고 독재자로 군림하는 경우이면 아들이 강해지고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탐탁지않게 여길 것이다. 그 예가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라는 작품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성장하는 아들을 용납할 수 없어 삼켜버리는 아버지는 괴물 그 자체의 모습이다.
여성과 남성이란 파트는 부부로 또는 과부와 선지자로 그리고 자매가 한 남자의 부인이 되어서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세파트 중에서 제일 와닿는 부분은 내가 여성이고, 작가가 여성인 까닭인지 여성부분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신과의 관계 경험은 어린 시절에 부모와 형성된 관계성에 기초한다고 보았다.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신을 믿고 그의 사랑까지 믿을 수 있는 능력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다." - P 54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유년기의 경험이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정서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뱃속에서의 경험과 태어나서 온전한 보호와 사랑을 건강히 받고 성장했을때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불행한 경험을 한 사람은 사이코패스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엄마에게만 왜 그렇게 큰 막중한 임무가 주어질까 예전에는 좀 억울한 맘도 있었다. 직장도 다니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잘 키워야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해도 바뀔 수 없는 역할이면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 아이를 잘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 바로 서기도 힘들지만 자식을 낳아 건강한 어른으로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