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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동의보감 1 : 죽을래 살래? ㅣ 허영만 허허 동의보감 1
허영만 지음, 박석준.오수석.황인태 감수 / 시루 / 2013년 8월
평점 :
얼마전 감기 기운이 있고 몸이 몹시 아파 어쩔 수 없이 근처 병원을 찾게 되었다. 가벼운 병은 스스로 앓아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지만 요즈음 감기는 도통 내 면역력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찾아간 양의는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1분만에 진료를 끝내고 처방전을 주는 것이다. 급한 맘에 병원을 찾았지만 이리 처방한 약을 먹는게 나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이런 순간엔 항상 고민이 된다. 이런 고민들때매 한때는 자연건강법이나 침뜸을 공부하면서 생각하는대로 실천하면서 살고자 했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사는대로 살게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의학의 정수이며 우리 민족의 자랑인 동의보감을 만화로 보면서 재밌기도 하고 새삼 잊고 지내던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작가 허영만 선생님은 너무나 유명한 분이라 다 기억도 못하겠다. 이분의 작품 식객, 타짜는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몰이에도 성공한 작품이었고, 식객의 경우는 사전 취재를 통해 재료와 솜씨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 내용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이번 동의보감도 한의학이라는 어려운 분야이기에 2년동안에 걸쳐 전문가들께 과외를 받고 계신다고 한다. 이 어려운 분야를 책으로 써보시겠다 도전하심도 놀랍지만 젊지 않은 연세에도 과외공부까지 해가면서 열정을 다해 쓰고 계신다니 기대와 놀라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미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남쪽에 남의(南醫), 북쪽에 북의(北醫)와 당당히 견주기 위해 동쪽에 있는 우리나라 의학을 동의(동의)라 칭했다. 그리고 '보배롭고 귀중한 거울'이란 의미의 보감(寶鑑)을 붙여 이 책을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 이름 지었다. 400년 전의 일이다. - P19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은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 탕액편(湯液篇), 침구편(鍼灸篇) 이렇게 다섯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필 당시 중국의 방대한 의료서적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였으며 특히 약재 이름을 우리 약재 이름과 함께 기재함으로 누구나 쉽게 약재를 찾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모자람은 채우고, 넘치는 것을 덜어내어 건강이 나빠지기전에 예방함으로 건강을 지키고자함이 이 책의 취지라고 한다.
양의와 다른 한의에서 강조하고 있는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을 해야한다는 것 이부분이 내가 한의학을 더 신뢰하게 된 중요한 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춘하추동, 남녀노소, 체질, 건강한 사람, 약한 사람, 빈부귀천, 사는 곳 등을 따져서 처방한다" 고 한다. 사는 곳과 빈부귀천은 왜 따지냐는 질문에 허준은 이렇게 대답한다. "부자는 몸이 편하되 마음은 불편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몸은 고달프되 마음은 편하네 어찌 같은 약을 쓸 수 있겠는가 높은 곳은 건조하고 낮은 곳은 습하고 기압과 음식이 다르니 달리써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복잡한 다양성까지 달리 고려하여 처방하는 한의학이야 말로 그 어떤 의학보다 한 수 위이지 않을까?
사계절에 따라 수면시간을 달리하는 것, 산삼의 효능과 식별법은 흥미로운 부분이었고 남성의 정기에 대한 부분은 재밌기조차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양생은 병이 생기기전에 병을 미리 막는 법으로 오장, 얼굴, 어깨와 허리의 양생법을 동작으로 알려주고 있어 간단히 실천해볼 수 있다. 뒷부분에는 오래 살게 하는 약에 대한 내용과 취재일지로 구성되어 있어서 작가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동참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양생에서는 몸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장수하는 방법이다. 편안할 때 위태로울까 걱정하는 것은 위험의 싹이 나기 전에 막으려는 것이다." - 내경편, 양생하는데 가장 긴요한 방법중에서, P194
이 책의 전체를 통해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얘기하고 있다. 쉼도 적당히 일도 적당히 쾌락도 적절히 음식도 적절히 먹음으로 인생의 고단함이 줄어들고 질병도 쉬이 걸리지 않고 인간의 명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적절함으로 조절해야 하는 대상은 마음의 영역까지 포함되어 병이 걸리기 전에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라 강조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평균수명 100세를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길게 살되 질병없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만화 동의보감은 독자들에게 쉬운 방법으로 적절한 충고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적합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