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 세계적 건축가와 작은 시골 빵집주인이 나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건축 이야기 더숲 건축 시리즈
나카무라 요시후미.진 도모노리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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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빵집이 함께 소재가 된 이 책은 나에게는 특별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몇 년전 좋은 기회가 되어 건축가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어 설계를 어깨 너머로 경험할 수 있었고,  빵가게는 내가 직접 빵을 구운 것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가 있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이 꼭 나를 위한 것 같아 마음이 가는 책이다. 작가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불리우고 30년 동안 자신의 색깔로 다양한 집을 설계했고 건축관련 책들을 펴내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와 프랑스 요리사였고 현재는 빵을 직접 구우며 빵가게 건축의 꿈을 이룬 진 도모노리이다. 빵가게 주인이 건축가에게 손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설계의뢰서인 셈이다.

 

 

 

 

 

 

 

 

왼쪽 - 진 도모노리 씨의 빵가게(건축전), 오른쪽 - 건축 후 빵가게와 집, 서재

 

 

손편지로 보낸 설계의뢰서를 읽고  건축가는 기꺼이 빵가게 설계를 맡기로 승락한다. 평범한 시골의 빵가게를 설계하는 일로 나의 셈으론 큰 돈도 안되어 보이고, 현장에 오고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일이지만 건축가는 설계의뢰자의 소박하고 진심어린 편지 한 통에 여러번 읽어보며 감동받는 모습이 순수함마저 느껴진다. 다음의 글에서 설계자는 건축의뢰자에 대해 자신의 감동받은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처음 맛카리무라에 있는 진 도모노리 씨의 가게 겸 집을 찾아 갔을 때, 무엇보다도 그가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장작가마가 설치된 벽돌집을 보고 매료되었다.  

그것은 빵을 굽는 가마에 비와 눈을 견디는 간단한 지붕을 얹은 것과 같은 간소하기 그지없는 작은 집이었다. 전혀 꾸밈이 없는, 노골적으로 기능만 중시한 집이었다. 빵을 구울 때가 되자 진 도모노리 씨는 적당한 크기로 패놓은 장작을 가마 속에 슉 슉 던져놓고, 때때로 몸을 숙이고 가마 안의 모습을 살펴보며 불의 세기를 확인했다. 가마 안에는 한 아름이나 되는 불기둥이 올라가고 활활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진 도모노리 씨는 마치 증기기관차의 기관사처럼 늠름하고 거침없는 태도로 일하고 있었다.  - P189  

 

그런데 설계의뢰자가 평범한 시골의 빵가게 주인같아 보이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비범함이 보인다. 빵을 구울때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가마 앞에서 작업을 하는 장인의 모습이며,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건축물과 그 분이 쓴 책에 관심을 가지며 그 건축가가 설계한 가구를 소장하고, 살고 있는 집도 직접 짓는 등 건축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빠른 실천까지 되는 다양한 재주꾼이었다. 이번에는 설계의뢰자가 건축가에 대한 존경심이 나타나는 글이다. 

 

 

 "사실 설계를 의뢰하기 훨씬 전부터 나카무라 요시후미 선생님이 쓴 책에 빠져 있었으며, 완전히 그 매력적인 글의 팬이 되었다. 처음에는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문장에서 배어나오는 인품이며 젊은 나이에 일찍이 주택건축 외길로 살아가자고 결정한 것과 고집과 끈기 있는 직업 정신으로 가구 제작에도 나서는 모습등을 보면서, 좀 과장스레 말하자면 "이 사람을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201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 나타난 집에 대한 가치관이 건축가와 의뢰자 사이에 변함없이 공통분모로 자리잡아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은 더 커갔고, 한번의 충돌이 있었으나 사소한 오해로 예의바르게 잘 넘어가는 등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심지어 요시후미씨는 도모노리씨 집을 빈번히 드나드는 '친척 아저씨'로 자처하게 된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존중이 글 속에 배어있고 나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예의 바르게 배려하는 모습과 각자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등은 인상적임을 넘어선 감동까지 자아냈다. 일본인의 전체주의나 나라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으나 일본인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인에 대한 존경함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 등은 그들이 가진 장점인 것이다.
 
건축설계에 대한 세세함 보다는 투박하지만 일반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설계안을 손그림으로 보여 주고, 건축의 시작과 끝까지의 진행 사실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그들의 주고 받은 편지 속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한번 읽고 다시 처음부터 펼쳐보게 된다. 책에서 풍기는 따뜻함에 빠져 마음 속으로 책 속의 건축가와 의뢰인의 관계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게스트하우스겸 서재로 사용하는 공간은 내가 꿈꾸던 나만의 방과 유사하여 이런 근사한 공간을 가지고 싶은 꿈을 꾸게 된다. 우선은 나카후마 요시후미씨의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러움의 미를 추구하고 억지로 무언가를 치장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실용성을 기본으로 하는 건축가의 작품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궁금하다.
 

 

 

 

 

 

 

 

 

완성된 게스트하우스 겸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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