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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명이 품은 한국사 6 : 서울 호남편 ㅣ 지명이 품은 한국사 6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3년 8월
평점 :
나의 학창시절 역사나 국사라는 과목은 나의 관심 밖의 것이었다. 무슨 연도에 무엇이 있었고 어쩌고 하는 것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실로 여겨지는 그러면서 나를 아주 귀찮게 만드는 과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역사를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대학입시 학력고사에는 포함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한번 쓰윽 보고는 시험을 칠 수 밖에. 그러고도 한동안 우리 문화유산이니 역사니 이런 용어들과 친하지 않았었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를 이렇게 재밌게 접할 수 있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 후에는 역사를 사랑하는 것 까진 아니어도 관심을 의도적으로라도 가질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시니 좋든 싫든 알아볼려 노력했고 [지명이 품은 한국사]도 그런 맥락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곳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그 곳의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와 사연을 알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한 사람의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든 집안어른들이 모여서 고민을 하든 100년 남짓 사는 인간의 이름 짓기에도 그리 공을 들이는데 명이 얼마나 길런지 알기 어려운 지명의 이름을 짓는 것에는 얼마나 의미를 두고 고심을 할까 인간사와 비교해보니 지명의 중요함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저자의 말 중 역사는 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땅마다 위치하고 있는 모양새와 기운이 달라 같은 나라에 있다 하더라도 땅에 따라 배출되는 인물(人物)과 역사가 달라지는 것이다.
지명은 고장의 역사와 함께 변화하며 이어지고 있는데 글자로 만들기 이전부터 한자를 빌어 땅이름을 표기해왔으나 우리말식 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땅이름을 한자로 고치며 오히려 나빠졌고 조선시대, 일제치하에서 지명의 훼손은 질곡의 역사와 함께 했을 것이다.
여러 지명중 관심을 끄는 곳은 미아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아동에 관련된 이야기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미아사'란 절의 지명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고종 초기의 공식적인 역사기록이 있고 일제강점기때 미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아래 공동묘지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저승으로 넘어가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미아'라는 지명 탓인지 근처에는 철학원이 많다고 한다.
지명이 품은 한국사는 시리즈물로 서울,호남편은 여섯번째로 쓰여진 책이다. 공식적인 문헌에 나오지 않은 흔적들을 확인하고 찾아다니면서 책을 쓰신 작가님의 노고가 느껴진다. 역사의 큰 흐름속에 기록되지 않은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근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