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1 - 헬로 스트레인저 길에서 만나다 1
쥬드 프라이데이 글.그림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표지의 연한 수채화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길에서 만나다니... 무엇을?' 이란 궁금증을 갖게 한다. 누군가는 책을 표지만 보고 선택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첫인상에 이끌려 따라가 보게 되는 경우도 살다보면 생기지 않나. 이번이 그 경우이다. 자세히 어떤 책인가 소개란을 보니 웹툰(web과 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이라 한다. 어릴때 만화를 책으로 많이 봤으나 웹에서 만화는 거의 보지 않아 나에게 웹툰은 오래된 친구의 향은 나지만 낯선 존재랄까... 아무튼 오랜만의 만남인데 신선함까지 느껴진다. 등장인물보다 배경이 더 아름답고 세밀하게 표현 되었으며 수채화 작품들을 책으로 엮어 놓은 작품집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한장 한장 구겨질세라 조심히 넘기게 된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는 광고디자인을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웹툰 만화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주인공 은희수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닮은 꼴이다.

 

 

데뷔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 은희수, 말없이 떠난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일본에서 무작정 서울로 온 호시노 미키. 이 둘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희수는 서울의 남산을 산책하고, 미키는 그 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서로 만나게 되는데 길에서 만남의 시작인 것이다. 자신의 꿈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의 마음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의 만남. 그리고 함께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스스로를 선명하게 찾아가고 있다. '길에서 만나다'는 사람이나 사물만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과 정체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며 걷는 길들은 서울의 아름다운 장소들이다. 그 장소를 사진과 함께 수채화로 표현하고 있는데, 사진보다는 수채화가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내고 있다. 어찌 저리 섬세히 그렸을까 감탄이 나올뿐이다.

 

 

대단한 사건이 진행되거나 갈등구조가 펼쳐지진 않지만 잔잔하게 이어지는 전개 속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펼쳐진다. 희수를 도와주는 옛연인이자 영화배우인 강예나, 미키가 만나고 싶어했던 제이와의 관계가 어찌 전개될런지 궁금해지고 어떤 장소를 어떻게 그려냈는지도 다음편이 궁금하다.


 

이 책은 만화라는 장르로 보기 보단 그림이 있는 수필집으로 보고 싶다. 곳곳에 작가의 주옥같은 글들이 수놓아져 있으니까. 여행 에세이 같기도 한 이 책 한권을 들고 서울의 숨은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과정은 늘 부자연스럽다. 만약 그 혹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아마도 상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함축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회화나 시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용기를 내어 닫힌 문에 노크를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건 아마도 상대와의 연결에 대한 욕망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벗어나 그가 주인공인 세계에 들어서려는 건, 그건 말 그대로 모험이다. 그 모험을 통해 우리는 천천히 서로의 역사를 배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느낌을 받는다. 짧은 대화에서 알아차릴 수도 있고 눈빛이 마주친 순간일 수도 있다. 같이 밥을 먹거나 함께 어떤 음악을 듣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와 나 사이에 아주 가느다란 선이 연결되었다는 느낌. 

 

- P167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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