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 도시락 - 남자 마음 사로잡는 불굴의 마녀 레시피
김수연.정민경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중고등 학창시절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을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러워 하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워낙 먹는걸 잘 안먹고 편식이 심했던 때라 엄마를 많이도 속상하게 해드렸었는데, 그래서인지 도시락에 국이며, 떡볶이며 내가 좋아할만한 여러가지 반찬을 매일매일 다른 것으로 채워주시느라 많이 힘드셨다는 얘기를 나중에서야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대학 입학하는 순간 사용하던 도시락통을 몽땅 버리셨다니 엄마의 애쓰심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다. 그런 엄마의 정성을 떠올리며 나는 우리 두아들의 도시락을 매일 싼다. 엄마가 정성을 들인 것의 조금이라도 닮고 싶지만, 직장다니는 맘이라는 핑계를 떠올리며 매일 다른 반찬을 싸준다는 것 만으로 나에게는 벅차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그치만 마음 한켠엔 여전히 더 근사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 책이 나에게 와준 것이다.

분명 요리책인데... 앞부분을 보면 사랑을 만들어가는 여자의 마음이 에세이처럼 엮여져 있다. 여자가 사랑할때 유치해도 그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들의 연애는 될 수 없다는 것, 사랑하는 연인이 아들로 빙의가 되기도 하여 맛있는 것 챙겨 먹이고 싶고, 안해보던 도시락도 싸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요리하는 엄마와 연애하는 딸이 함께 알콩달콩 소꼽놀이 하듯이 채워나가고 있다. 요리 잘하는 엄마가 요리 못하는 딸에게 하나 하나 사소한 요령과 다정한 설명으로 쉽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키는 대로만 따라하면 저절로 멋진 도시락이 완성된다고 하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마구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먹는 음식뿐만아니라 도시락을 싸는 보자기도 다양하게 보여주며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보쌈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한다. ^^
음식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이다. 이 분들 솜씨가 팔방미인이다.


해물채소영양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은 평소에 만들었던 것과는 달리 훨~씬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시락 뚜껑을 열었을때 와~ 라는 감탄사가 나올 듯 하다. 나도 이렇게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싶은 맘이 굴뚝같으나 당장은 못하고 우선 재료를 사와서 준비를 해봐야겠다.

책을 보고 있자니 뭐라도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맘이 들어서 집에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쌈무채소말이를 금새 만들었다. 한번도 이렇게 말아서 먹어본 적은 없던터라 쉽게 만들어지고 모양은 그럴듯 한 것이 만들고도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건 내일 도시락 반찬으로 넣어줄 참이다.
책의 구성의 독특함도 있지만 책 표지도 여느 책들과는 좀 다르다. 일반적인 요리책들은 책장이 자꾸 넘어가서 무언가로 지지대를 사용해야하고 심지어는 요리하다 말고 손으로 책을 만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책은 완전히 180도로 안정적으로 펴지는 제본을 한탓에 요리할때 참고하기도 편하게 만들었다. 서툰 요리솜씨의 딸이 책장 넘기느라 허둥댈것을 미리 염려한 엄마의 자상한 배려인 것이다.
연애도시락이란 제목이지만 현재 나는 아이와 남편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고 있으니 연애라는 부분에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게 된다. 그때도 난 바쁜 직장을 다녔고, 지금의 남편에게 이쁜 도시락 한번 만들어준 적 없었으니.. 지금이라도 멋진 도시락을 만들어 감동시켜볼까? 남편의 생일날? 뭐...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비싼 돈 쓰지않고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으로 자신의 사랑을 연인에게 전하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