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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시간 여행 ㅣ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시간이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이란 걸 해보기 전에 나에게 시간은 철저히 지켜야 하는 대상이라고 가정교육을 통해서 습관화 되었다. 그리고 결혼 후 남편을 통해 시간에 대해 느긋함을 경험하면서 시간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출근시간, 업무요청에 따른 마감시간, 프로젝트 오픈일, 장애 복구시간 등 시간을 의식하되 고민해보지는 않은 채 보내게 된다. 어린시절엔 동네 친구들과 누가 언니네 누가 동생이네 이런 나이경쟁을 하면서 나이가 더 많은게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중고등 여학생들은 어른 흉내를 내면서 자신의 인생을 맘대로 살 수 있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된 이들은 젊음을 즐기며 그 젊음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듯 그때를 누리면서 살아간다. 20대 후반 30대 초에는 어느새 한껏 누리던 젊음을 그리워하며 지나간 세월을 되돌리고 싶어한다. 30대를 지나가면서는 어떻게든 세월의 속도를 늦추고 더디가게 하고 싶어한다. 불혹의 나이 40대에는 이 모든 것에 흔들림 없이 초연해질 수 있을까? 40대에는 시간이 시속 40km로, 50대에는 시속 50km로 지나간다는데 말이다.
이 책은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가 정신과 의사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화소설이다. 꾸뻬라는 파리의 바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들의 ‘시간’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만났던 노승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일어나는 사건들, 현실과 꿈을 오가는 가운데 경험하는 것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어간다. 꾸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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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항상 젊은 듯,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듯 행동하면서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그것과 싸우는 게 나은 것인가? 아니며 시간은 흐르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차라리 다른 걸 생각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나은가? 아니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게 더 나은가? 아니면 당장 내일이라도. 어쨋든 머지않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더 나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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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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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온전히 즐길 시간을 원한다는 사빈, 자신의 남은 시간을 개의 수명으로 계산하는 페르낭, 당장 어른이 되어 자신의 할 것을 결정하고 싶다는 어린 꾸뻬,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위베르,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을 보이는 마리 아녜스, 꾸뻬의 연인 클라라를 통해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시간에 대한 생각은 비슷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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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9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한다. 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을 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존재한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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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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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꾸뻬의 꿈속에 등장하는 달리는 기차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이란 주제에서 다뤄지는 한 부분에서는 상대성이론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이론을 설명할 때 이해가 쉽게 설명되는 것이 달리는 차에 있는 사람의 시간은 그 것을 지켜보는 사람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상대론의 시간지연) 이 원리로 가끔 영화에 우주여행을 간 사람이 일년 뒤 지구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가족은 이미 무덤에 있고, 다음 세대가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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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18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트레버와 캐서린에게서 배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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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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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의 나라에서 모든 시간이 동일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는 에두아르, 인생은 음악과 같이 흘러가는 것이라 말해주는 꿈 속의 두 노인은 이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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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했던 삶이라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걸세. 왜냐하면 자신의 생애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채운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말일세. 살다보면 자신의 삶을 실수로도 채우게 되는 법이지. 중요한건 어느 순간에 그걸 잘 채우는 거지. 아니, 중요한 건 어떤 순간들을 충만하게 사는 거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 그리고 현재를 가득 메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자주 공백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법일세. … 인생은 채워야 할 병 같은 게 아닐세. 그보다는 차라리 음악에 가깝지. 어느 순간에는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음악 말이세. 음악은 시간에 관한 아주 훌륭한 생각들을 제공해준다네. 어떤 음이 자네를 강동시키는 건 오직 자네가 그 이전의 음을 기억하고 그 다음의 음을 기다리기 때문일세.. 각각의 음은 어느 정도의 과거와 미래에 둘러싸여 있을 때만 그 의미를 가진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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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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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이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것은 첫번째 관점은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잘 계획하고 준비해서 낭비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두번째 관점은 현재를 영원처럼 느끼라는 것인데 왜냐하면 모든 시간이 우리에겐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해 초연해지는 것이다.

책을 처음 대했을때는 동화책 같은 표지에 손에 쥐어지는 작은 책에 예쁜 삽화에 편안한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꺼란 생각을 가졌었는데, 책의 마지막을 보고 덮은 뒤에도 아리송하면서 뭔가 명확하지 않은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분명히 읽었는데 이해되지 않아서 되돌아가기도 하고, 꼽씹어보기도 하면서 생각하면서 예상보다는 많은 시간을 소요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는 명확하게 뭐는 뭐다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자세히 읽은 사람들에게는 발견했을꺼란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쩜 나도 이미 알고 있는데 좀 더 확신이 필요한 것일 수도, 세월을 덜 살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