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우리가 교육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
살만 칸 지음, 김희경.김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중고등시절 수학수업시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담임이셨던 수학선생님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우리를 보고 공식을 외우고, 유형을 외우고 수학을 암기과목 같이 생각하라는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 수업시간이 되면 거의 무작위로 문제를 풀게 시키시고 우리는 유형대로 암기하면서 수학이라는 산에 데롱데롱 메달려서 간신히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좀 더 학문적으로 접근한 경우들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연습하면서 응용학습을 하는 경우 말이다.

살만 칸의 소개
나의 학창시절을 뒤로 하고 성인이 된 후 교육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두 아들을 키우면서 시작되었다. 첫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일제고사가 전국적으로 시행되었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문제집을 풀리면서 중간, 기말고사를 준비시키며 대체 왜 이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좀 느리고 빨리 깨우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진도를 쫓아가기 어렵고, 또래보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그런 느린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다른 방법의 보충을 해야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행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미 알고 오는 아이들에게 개념을 이해시키려고는 하지 않는 모습, 숙제를 통해서 학원을 통해서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교과를 공부하고, 학교는 평가위주의 지도를 해나가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예체능 수업을 최소화하고 공부라는 경기에 줄세워두고 빨리 달리고 잘 따라가는 아이들만 살아남는 이 교육현실이 과연 전인교육이 될 수 있나. 여기에서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로봇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해결하는 능동적인 인격체가 되어야 하는데 이 교육이 과연해낼 수 있나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보다 부제가 더 눈길을 끈다. '우리가 교육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 나는 이 문구때문에 책을 꼭 읽고 싶었다. 내가 꿈꾸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꿈이 현실 가능한가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해줄까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보았다. 들어가는 말에서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 이라는 큰 전제를 던진다. 칸 아카데미의 이상이며 궁극적인 목표를 이 한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목차
4부에 걸친 내용에서 1부는 칸 아카데미를 시작하게된 동기와 해나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촌의 뒤떨어진 수학공부를 돕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한번 망친 시험으로 자신감과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고민과 현 교육시스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은 다른 속도로 배운다는 것을 말하며 이 것은 단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의 문제일뿐이라고, 그 것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별적인 동영상학습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교육의 현장에서는 수업이 1시간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평균 15분으로 말하고 있다. 15분 단위의 동영상 학습강의로 기본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면서 완전학습을 추구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100점 만점에 시험통과점수를 70-80점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연속으로 100점이 되어야만 완전히 개념을 이해했다고 말하며, 95점이어도 완전학습에서 부족한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기본개념을 이해시키기 보다는 동영상 학습으로 개인의 속도에 맞게 개별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멘토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http://www.khanacademy.org
2부에선 현 교육시스템이 있기까지 역사적인 배경과 문제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현재의 교육체제를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그 체제의 문제점과 그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 단락에서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교육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있다. 우리가 하루 세끼의 밥을 습관처럼 먹듯이 이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쉽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주어진 체제에서 번영하는 권력자들은 그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자 사용 이전의 수렵채집사회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실습하면서 생존기술을 가르쳤다. 이 후 언어의 발달과 사회의 전문화로 부모가 가르치기엔 기술과 지식의 분야가 넓어지면서 여러방식의 도제 제도가 생겨났고 이 것이 인류 역사에서 처음의 교육을 가족 밖에서 실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제 제도는 최초의 직업학교였고 그 것이 수천 년간 존재해왔다. 교육이 실용적이고 생존을 위한 정보와 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해야한다는 한쪽편의 입장에서 존립해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진실을 향한 깊은 탐구로써의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두가지 주장은 함께 존재하고 이어오고 있으며 현대의 대학에서도 이 두가지 배움의 목표 이상에 대한 갈등을 하고 있다고 본다. 초중고 12년 과정, 수업일과 학년, 수업시간, 과목 등의 제한은 18세기 프로시아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이 의무적인 공교육은 독립적인 사람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교회, 왕의 권위에 충성스럽게 복종하는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결국은 정치적인 세뇌인 것이다. 이 오래된 현 교육체제의 모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왜냐하면 그 새로운 시도를 위한 비용과 노력(많은 책과 학용품을 위한 비용의 증대)이 많이 들었기에 실천하기 어려운 모델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교육제도에서 완전학습을 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제점, 시험이라는 불완전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모순점, 숙제라는 공부와는 상관없는 시간낭비를 과연 지속해야 하나. 그 보다 가족이 함께 생각을 교환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진심으로 보여줄때 아이들은 가치와 동기부여,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며 열정적인 학습자로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작게 시작했지만 교육에 대한 이상과 도구들을 현실에서 실험해보고 있다. 수학 동영상자료는 2007년 초반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체계적인 실험을 원했던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 수학수업을 진행해서 현재 교육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그 결과가 긍정적인지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의 인식은 어떤지 이 모든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실험결과는 학생과 교사들이 상당히 만족스러워할 정도로 실력의 향상을 보였고, 더 큰 실험모델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4부에서는 한세상학교라는 제목으로 미래에 대해 더 큰 꿈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나이로 구분된 학급과 과목이란 것으로 분화되어 있는 수업들은 통합해서 나이가 다른 아이들끼리 수업을 통해 사회를 경험하고 과목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함으로써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교육이라는 원대한 이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학습에 대해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현존하고 있고 이미 몇년간 시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누구든 원할때 그 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살만 칸은 고정관념이란 틀을 벗어나 교육의 미래를 청사진으로 보여주며 그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알려 준다. 현 우리 교육체제에서는 부모의 재력이 자식에게 대물림될 수 뿐이 없다. 고비용의 과외와 학원비를 충당할 수 있는 부모는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고 그 자녀는 좋은 직장을 얻게 되고 이런 순환의 고리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곳곳에 최소의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빈부와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고 자신의 타고난 재능에 의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어린 시절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떤 강요도 있어서는 안 된다네. 강요로 얻은 지식은 마음에 남지 않기 때문이지.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하네. 그래야 아이의 타고난 소질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네. - 플라톤(국가론)
책의 내용중 삽입되어 있는 글이다. 이 글 속에서 참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2011년 살만 칸이 "Let's use video to reinvent education!"을 주제로 한 TED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