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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 명운을 바꾸는 선택과 변화의 순간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니 명리학을 처음 공부하게 된 일이 떠올랐다. 내가 10~20대에 엄마가 어디가서 점을 봤다고 하면 그걸 믿냐며 편견 가득한 말을 쏟아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진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내가 경험했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40대가 되어 내 인생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애들을 키워 보겠다며 수선을 떨었지만 그 시간 동안 명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 당시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는 구절에 꽂혀 주역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어쩌다 명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인생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난 40대가 딱 인생의 가운데라 생각한다. 그쯤 나는 내인생의 중간점검을 했다. 대체 나는 어떤 팔자이길래 이런 삶을 살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신이라며 무시했던 명리학을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주를 보는 일은 자신을 알려는 노력이다. 자신의 꿈과 욕망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고 적절한 실행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사주팔자가 맞아떨어지는 이유는 생겨먹은 대로 살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살기 때문이다. 팔자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을 바꾼다는 뜻이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고, 나를 바꾸는 것은 생각 없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의 다른 가능성을 찾을 때 가능하다. 출근길조차 뻔한 길만 다닌다면, 그 인생 경로 역시 뻔하게 된다. 생긴 대로, 팔자대로 사는 길이다.
흔히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한다. 이 말은 바꿔야 한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운명을 바꾼다.' 다르게 말하면 하던 대로 하면 팔자대로 산다는 뜻이다. 하던 대로 하면 살던 대로 산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안 하던 짓을 하면 현재의 나는 죽고 새로운 내가 태어나니까
(본문 중)
책을 쓴 저자는 '고전 읽기를 취미로 하는 현직 기자'라고 소개한다. 고전은 나에겐 어렵다. 그리스 로마 신화만 봐도 잘 외워지지도 않는 어려운 이름의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그들 사이에 끔찍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신들의 계획이라며 자행되는 일들이 말도 안되는 것들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인간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조금의 과장과 억지를 살짝 뺀다면 인간의 탐욕이 너무나도 솔직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그 중 비극적인 인물들을 명리학의 음양 오행으로 설명한다. 프로메테우스, 아가멤논, 엘렉트라, 아이아스, 오디세우스, 히폴리토스,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등 이들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행동과 성격으로 미루어봐서 그들의 일간와 주변 사주팔자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으니 사주팔자를 보고 심리와 성격을 따라가는 것보다 더 흥미롭다.
봄의 기운이고, 추진력, 따뜻함으로 표현되는 목의 기운 중 프로메테우스는 양의 기운인 갑목을 닮았다. 신들의 왕 제우스의 뜻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주고 도움을 준다. 제우스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크라토스는 세련되지 않고 그저 우직한 원칙주의인 경금에 가깝다. 헤파이스토스는 친구이자 친적인 프로메테우스를 위로하며 설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제우스의 명령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온정적인 합리주의로 설명되는 정화의 모습이다. 쉽게 충고하고 쉽게 화내는 오지랖이 넓은 오케아노스는 병화의 특징을 보인다. 이렇게 목화토금수로 이루어진 오행은 각각 음양 한쌍씩 구성되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등 10개의 천간으로 이루어진다. 사주(4개의 기둥) 팔자(8글자) 중 일간은 그 사람의 특징을 좌우하는데 바로 10개의 천간 중 하나가 그 사람의 고유 특징이 된다.
명리를 공부할때 팔자(8자) 들의 서로 작용을 해석할때 어려웠다. 일간을 제외한 7자의 십성이 정해지고 각각의 역할이 일간을 중심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7자는 각각의 글자들 사이에도 상생과 상극 관계가 생긴다. 남 좋은일 시키는 팔자인 아이아스는 편재를 가지고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목숨 바쳐 싸워도 2인자이기만 한다. 아킬레우스의 갑옷(그리스 최고의 전사라는 명예)을 두고 연설 대결을 오디세우스와 펼치는데 계획적이지 않은 아이아스는 이 대결에서 패한다. 아이아스는 신강한 사람으로 비겁이 있어서 자신이 가진 것은 나누거나 빼앗기는 형국이다. 비겁과 편관은 식신에 의해 잘 다스려졌지만, 편인이 식신을 극하므로 아이아스의 삶은 변했다. 대운과 세운의 음양 오행이 팔자에 각각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미치는 대상이 용신일 경우는 아이아스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오행의 상생상극, 지지(12간지)의 특징, 대운과 세운의 역할, 용신, 합과 충, 신살, 십성 등 명리학의 기본기는 책에서 모두 다루고 있다.

팔자대로 자석이 이끄는 것 처럼, 관성처럼 끌리는데 어떻게 팔자를 바꿀 수 있을까. 내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다면 나는 어떤 성향이며 이런 생각과 행동의 근원이 관성이어서 나는 '의식하고 행동해야함'을 매순간 생각하며 행동해야한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내 행동을 이해하는 것. 바로 그것이 변화의 시작점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명리학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내 마음 공부라고 생각하고 학문으로 명리학을 경험해보자. 아마 서양의 심리학과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근사한 마음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