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개 우리의 주변에선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 한다. 작년에 돌어가신 친정아버지도 마지막의 순간에 다다라서 병원으로 이송되셨고,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기에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직접적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간접적으로는 범죄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면 참혹한 죽음을 볼 수 있는데 죽음 뒤의 남은 일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할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초상을 치른 후 상복을 입고 술집에 가게 된 아사이, 술집에는 또 다른 사람이 상복을 입고 있었고 그 사람이 데드모닝의 사장 사사가와 였다. 우연한 만남으로 아사이는 특수청소 전문회사인 데드모닝의 일일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데드모닝의 업무는 고독사, 자살, 살인현장 등 인생의 마지막이었던 장소를 청소하거나, 사망한 사람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아사이가 데드모닝에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소는 고독사한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시체가 치워진 장소에는 시체가 녹아내린 흔적이 남고, 썩은 곳에는 파리와 같은 벌레가 생긴다. 무엇보다 고약한 냄새는 주변에 쉽게 퍼져서 인간의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는 옆집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아사이는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 버티지 못한다. 도망가고 싶은 것을 가에데(폐기물 수집 운반업자)의 도발로 억지로 마지막까지 시간을 채운다. 아사이는 유품이 든 봉투를 무심코 바닥에 던졌고, 그것을 본 가에데는 아사이의 태도를 심하게 질책한다.

아사이는 데드모닝 사무실에 전자사전을 찾으러 들렀다가 두번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두번째는 20대 남성이 목을 매어 자살한 현장이었다. 자살한 남성은 자신의 마지막을 수습할 사람들을 위해 완벽한 배려까지 염두에 둔 사람이다. 의뢰인은 자살한 아들을 발견했던 어머니. 아사이는 이렇게 현장과 의뢰인들을 만나면서 자기 스스로 갖혀 있는 세상에서 조금씩 밖으로 나오게 된다. 아사이의 변화는 큰 슬픔을 짊어지고 매일을 그저 버티고 있는 사사가와의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마침내 데드모닝이라는 회사이름이 굿모닝으로 된 것 처럼.

나는 그런 것 같아.

처음부터 좋은 말은 존재하지 않아.

그저 좋게 들리는 말만 있을 뿐이지.

그렇지만 말이야.

아주 서툰 말이든 다그치는 말이든

언젠가 생각났을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면

그건 정말 좋은 말이거든.

모든 말은 좋은 말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어.

( P117 )

데드모닝의 사장 사사가와는 어떤 현장에서도 고인에 대한 예의를 다 한다. 그 어떤 이도 소중한 존재이며, 애통한 죽음이라고. 귀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고. 죽음의 현장에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남은 흔적을 지우면서 며칠,

적어도 몇 시간이라도 기억하자.

이 방에 또렷하게 존재했던

누군가의 삶을

( P 328 )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