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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독법, 개정증보판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10월
평점 :

루브르 박물관은 동경했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장소였다. 2000년에 처음 방문했을때는 자유여행으로 가게 되었다. 특별히 사전지식없이 유명한 박물관의 방대한 작품 앞에서 어찌 감상해야할지 난감했다. 곳곳에 no flash 표지판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 없이 찍은 사진은 거의 현상할 수 없는 사진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엔 한국어 해설서가 구비되지 않아 한국 단체여행객들 사이에서 귀동냥으로 해설을 듣기도 했지만 곧 가이드가 알아보고는 그마저도 못듣게 하는것이 아닌가. 루브르의 방대한 작품만으로도 감동스러워 하루를 꼬박 박물관 안을 거닐고 쉬고 하기만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 후 2015년 패키지 여행으로 루브르에 방문했을때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동안 특정 코스를 노련한 해설가와 함께 감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에 남는건 많지 않다. 두번째 방문에서는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작품을 관람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 후 이런 책이 출간되었었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2016년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65점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던 것을 개정판으로 최근에 출간된 책이다.
작가는 첫 유럽여행이었던 1996년 루브르의 방문이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멍한 상태에서 너무 늦게 루브르를 방문해서 폐장 직전 루브르 직원의 안내로 뛰어가서 만난 '자유의 여신'은 함께 간 직원이 어깨를 밀며 '앞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보아라'고 한 덕분에 가까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 후 작가는 파리로 유학을 와서 역사학과 예술사학을 공부한다. 첫만남의 강렬한 인연이 10년이란 시간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책은 4장으로 나뉜다. 신화와 종교, 역사, 예술, 인간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분류하여 역사적 또는 신화적인 내용을 참고하여 그림을 그린 화가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교회의 의뢰에 의해 그려진 작품이었다 하더라도 교회의 의도와 맞지 않아 거절당한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한가지 주제로 여러 작품으로 그려진 경우도 많았다. 화가마다 다양한 해석과 관점의 차이를 경험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입체적인 조각 작품의 경우는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컷의 사진을 수록했고, 회화의 경우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가까이서 들여다 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상세히 풀어가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미술작품이야 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영역이다. 역사적 배경과 예술의 가치를 설명하고, 적절한 그의 의견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표정, 행동, 소품과 분위기등을 따라가도록 섬세하게 가이드한다. 루브르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훌륭한 해설과 함께 멋진 작품 사진이 선명한 컬러로 제공되니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많은걸 알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루브르박물관의 수많은 작품 중 65점만 책에 있다는 것이 아쉽다. 2편이 출간된다면 더 많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