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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역사여행 - 용미리 마애불부터 DMZ까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의 파주는 출판단지로 유명하지만, 예전엔 최전방 군부대로만 알려진 지역이었다. 현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추진 중일때는 파주 일대의 땅값이 들썩일 정도로 남북협력과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고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었다. 파주는 지리적 위치가 군사분계선 아래에 위치하여 비무장지대인 DMZ와도 근접해있다. 책의 저자는 파주의 지리적 위치를 중심으로 역사적 의미를 짚어가는 방식으로 파주여행을 진행한다.

판문점에서 북한 도발로 인해 부상 또는 사망할 수도 있다. 예측 불허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유엔군 및 대한민국, 미국 측은 방문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만일 적의 적대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판문점에 대한 기억은 아람단에서 견학으로 방문했던 정도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책에 소개된 대로 출입절차가 까다로웠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심지어 방문자 서약에 이렇게 무서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다.
판문점에 대해서는 경험보다는 JSA라는 영화 속의 장면이 더 선명하고,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의 만남의 장소로 기억한다. 파주는 서독, 동독의 통일 이후 지구의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버린 한반도에서 끔찍한 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지역이고, 판문점의 서약서에는 분단의 긴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대신하는 유엔사 건물 내부에는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아서 북한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이 만났던 곳은 T2, T3 사이의 군사분계선 상이다. 남과 북을 이렇게 쉽게 오고갈 수 있는데 70여년간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는게 슬프고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40분 한국전쟁
1984년 판문점에서 마투조크라는 소련 학자의 망명때문에 남북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유엔군과 남한병사는 망명자를 도왔고, 북한병사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실제 전투가 벌어졌다.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전투에서 한국 군인 장명기 상병이 전사한다. 이 대목에서 마투조크라는 사람으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군인이 희생되었다는 것이 억울하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 이 망명자는 잘 살고 있을까? 자기로 인해 희생된 사람의 목숨을 빚진 이 사람은 아주 가치있게 살고 있을까?
도라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개성시내와 개성공단은 다른 나라의 영역으로 보이지 않는다. 남한의 DMZ 마을인 대성동과 북한의 DMZ 마을인 기정동의 거리는 2킬로 남짓이고, 시골의 여느 옆동네로 보인다. DMZ에 존재했던 도라산 포로수용소는 전쟁 이후 송환 거부자들의 수용소로 인도 군인에 의해 관리되었다. 포로 수용소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며 4개월 남짓 유지된 후 유엔군쪽, 공산쪽, 제 3국 등으로 이송되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인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면 모두 큰 강 유역에서 위치해 있다. 파주도 임진강과 한강 하류를 끼고 있어 과거의 유물이 많이 발견 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중요한 군사요충지였던 오두산성, 조선시대 인조반정의 무대가 된 덕진산성, 신군부 쿠데타와 관련된 관미성 등 아픈 역사의 자취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파주 역사여행] 에선 나흘에 걸쳐 파주 일대를 돌아보며 그 지역의 역사적 사건, 만들어진 이유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역사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파주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좀 지나간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직접적인 감흥이 들지 않았지만, 첫째날의 코스인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은 현재진행형인 역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몰랐던 것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전쟁의 상처, 분단 현실 등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전쟁에서 세대가 멀어질 수록 통일에 대한 염원이 옅어지는 것 같다. 종전이든 통일이든 현재의 상태보다는 서로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로 발전되기를 희망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