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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독일 동화 여행 - 독일 메르헨 가도를 가다
정유선 지음 / 뮤진트리 / 2019년 6월
평점 :
내가 동화를 처음 접했던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동화 속 이야기들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동물들이 사람인양 말하고 행동하고, 힘든 상황에 빠진 공주를 구해주는 왕자님이 등장하는가 하면, 마녀나 요정이 존재하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들이 어디가 한계인지 모르게 끝없이 펼쳐진다. 아마 동화를 재미있어 할 때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 동화의 세계는 거짓이고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한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할때 쯤이면 상상하기 보다는 어른의 세계에 젖어든다. 이 책은 그렇게 어른이 된, 방송작가인 엄마와 동화의 세계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열살 소녀가 함께 동화의 길로 여행을 떠난다.
독일에는 관광청에서 정한 여섯 개의 길이 있어. 중세 무렵 마차나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까지 갔던 로맨틱 가도, 중세 옛 성들을 만나면서 갖가지 사연과 전설을 채집한 고성 가도,
작가 괴테의 흔적을 따라가는 괴테 가도,
8월에 에리카 꽃이 피는 뤼네부르크 주변으로 음악과 인연이 깊은 도시들을 연결하는 에리카 가도,
남독일의 숲과 고성, 호반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판타스틱 가도,
그리고 바로 우리가 걸어가려고 하는 동화의 길 메르헨 가도까지.. (본문 중)
독일 메르헨 가도를 가다
동화여행의 시작을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시작한다. 월트 디즈니의 로고가 이 성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그 아름다움이 동화의 상징으로 삼을만 하다. 책 속의 모녀는 본격적으로 그림형제 동화의 발자취가 있는 메르헨 가도로 가는데, 시작점인 중부 하나우에서 슈타이나우, 마르부르크, 알스펠트, 카셀, 바트빌둥겐, 하멜른, 폴레 등을 거쳐 북부 브레멘까지 이어진다. 하나우는 그림형제가 태어난 도시여서 시작의 의미가 있었고 생가터는 2차 세계대전때 소실되었지만 현재 위치는 남아있다. 모녀는 메르헨 가도의 도시를 거닐며 그림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여행을 한다. 책의 한켠에는 열살 지안이가 여행에서 느낀 일기와 그림형제의 동화도 함께 소개된다. 책을 읽다보면 모녀가 여행에서 부대끼며 느끼는 감정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어린 딸과 떠난 여행이라 다소 힘들 수 있었겠지만 엄마에게도 어린 딸에게도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여행이었음에 분명하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그림형제 동화의 원본을 읽고 부분적으로 애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었는데, 그들의 고향을 여행한 책이라 반가움이 앞섰다. 아이들도 다 컸고, 나도 동화를 운운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지만 순수했던 동심을 간직했던 시간의 추억은 남아있기에 기억 속의 이야기를 더듬을 수 있었다 . 현대를 사는 아이들은 미디어에 과하게 노출되어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이 되기 이전의 그 시간들만이라도 꿈을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보호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내가 못해보는 것을 책을 읽으며 경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