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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 특이하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 첫 인상같이 책 제목이 그러하다. 상대를 알아갈수록 첫 인상과는 다른 사람일 경우가 많은 것 처럼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 내용이 다르게 와닿을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과 책의 내용이 연결된 느낌이랄까. '달나라'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나 등장함직한 장소고, '소신'은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졌던 작가의 마음으로 느껴진다. 서문에서 작가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어린 딸들이 쉽게 읽을 이야기를 가미한 가계도를 그려 주겠다는 것에서 시작했다지만, 결국은 책을 출간하게 된 것에 빗대어 제목이 이리 되었다 밝혔다. 아무튼 단어선택이 묘하고 재밌다.
작가는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탓에 에세이지만 한자어가 꽤 눈에 띄고, 필력이 좋다. 작가가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소회와 그가 여지껏 기사를 썼던 몇가지 일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휴가기간 동안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 속에 한편의 영화를 보며 느끼는 그의 시각이 언론인의 바로 그것이었다. 알려진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는 것. 사소히 스쳐갈 수 있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는 일면을 글에서 발견한다.
정작 큰일 하겠다는 사람 옆에 사람 없는 것을 자주 본다. 운 좋게 직을 맡아도 피아 구분이 안 되는 사람은 리더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피아 구분이란 반대편 솎아내라는 뜻이 아니다. 나와 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중시하고, 그 사람과 힘을 합쳐 전체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량을 보이라는 것이다. 내 편이 아닌 사람은 어떻게 감싸고, 어떤 기회를 줄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본문 중)
두 딸과 함께 하는 일상, 부인과의 연애사, 집안 가족과의 관계,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지어 반성의 시간도 가져 보기도 한다. 두 부부의 딸을 키우는 모습이 모범적이라고 할까? 난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쳤던 순간이 무척이나 많았다! 이런 세세한 개인사를 들여다보면서 스스로의 모습과 견주어 보니 여러 생각들이 겹친다.
이 책은 수필이지만 내용을 전개함에 있어 평범하지 않다. 각 주제마다 앞부분은 2007년에 뒷부분은 2018년에 쓴 글이라는 점, 그리고 글의 내용이 가까운 현재의 이야기 부터 여지껏 살아온 과거로 거슬러 가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는데, 수필의 구성으로도 손색이 없다. 누군가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타인에게는 소설일 수 있고, 공감이 덜 가는 부분일 수도 있을텐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많이 공감이 갔다. 그리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글로 정리한다는건 나름의 큰 의미가 있을테니까.이 책은 문체를 대면하는 즐거움과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