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림
황선혁 지음 / 북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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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지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체가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일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당시에 땅에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취하여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이 용사라 고대에 유명한 사람이었더라. (창세기 6장 1-4)


네피림이라는 제목이 생소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성경에서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예전에는 무심결에 넘겼던 구절을 자세히 읽게 된다.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모두 하나님이 지으신 사람의 후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소설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지섭'이 꿈을 꾸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섭의 아내 희주는 긴 시간 불임으로 고통스러워 하다가 세번의 유산 후 우을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희주를 몹시도 사랑하며 슬퍼하던 지섭은 동료 세혁의 적극적인 권유로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 지섭과 세혁은 생명공학분야 연구원이었고, 식물인간이 된 희주를 이용해서 복제인간의 탄생을 계획한다. 그 즈음 중국의 AI 씬쉬찌로 실험용 침팬지의 기억,지식을 심는 연구를 하고 있었고, 희주의 기억을 씬쉬찌를 이용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임시술을 위해 준비해둔 희주의 난자와 개발하고 있는 인공자궁을 이용한다면 생전의 희주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에서 성장하고 있는 '노토 아이코'. 유난히 정의감이 강한 아이코는 엄마와 둘만 살았다. 엄마 사와코는 유전병인 심각한 천식때문에 아빠에게 버림받고, 딸과 시골에 내려왔다. 아이코가 어릴적 동네에 사는 푸들이 똥개의 새끼를 가졌다는 이유로 새끼를 없애야 한다는 어른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해서는 일본-태국 혼열아인 유키가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다가 결국 본인이 험한 소문에 시달리며 철저히 친구들의 세계에서 차단되는 시간을 경험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남에도 불구하고 어릴적 배추벌레가 아름다운 흰나비가 되기까지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을 견디는 모습을 떠올리며, 공부에만 매진한다. 그녀의 목표는 하나. 엄마나 자신처럼 유전 질환을 사라지게 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 유전자변형을 통해 가장 뛰어난 형질만을 가진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두사람의 꿈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여론과 가치관에 의해 거부되고 배척 당했다. 특히 복제인간과 유전자변형은 모두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두사람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떠나 꿈꾸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월북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네피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만난다. 둘의 기술이 만나 인간을 넘어서는 신인류를 배양해내고 그들을 전투병사로 이용해서 한반도의 침략을 수행하는데..

 
단숨에 읽어버린 소설이다. AI 기술의 발전, 그리고 몇십년전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루었던 복제인간이라는 말도 안되어 보였던 일들이 양을 복제하고, 원숭이 복제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듯 싶다. 수십년간 지켜본 많은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미래를 예견하였고, 현실화되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네피림>을 쓴 작가의 상상력도 완전 터무니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단 북한과의 종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기에 유사한 배경에서 북한이 배신하는 내용이라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긴 했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작가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나에게도 아쉬웠다. 앞부분 주인공들의 스토리는 디테일이 좋았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오히려 네피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인류가 배양되는 시간이 몇년이나 됨에도 그 분량이 작았고, 그들을 교육하는 과정과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두 주인공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핵탄두의 암호를 푸는 아낙의 이야기도 너무 짧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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