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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사람이 사주 좋은 사람 이긴다
서익천 지음 / 더블:엔 / 2018년 4월
평점 :
내가 명리학을 만나게 된건 우연찮은 기회의 순간 덕택이었다. 내가 유독히 좋아했던 분이 미래의 흐름을 읽기 위해 주역을 공부한다는 소릴 듣고, 주역이 뭔지 궁금했다. 주역을 공부한다는 것이 나의 무지탓에 명리학으로 흘러가버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명리학과 내가 인연이 있었다고 생각할뿐. 공부하기 전까지 명리학은 나에게 미신이나 무속신앙 쯤으로 여겨졌다. 어른들이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때면 한번쯤 점을 보고 와서 당부하시는 말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치부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어깨에 얹혀지는 세상의 짐이 늘어나면서 내가 노력해도 되지 않는 '무엇'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팔자라던가 운명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긴 싫지만, 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것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명리학이 학문으로 받아들여진 후에는 출간되는 책들을 가능하면 많이 읽어볼려고 노력했다. 명리학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들을 다 익힐 수는 없지만, 내가 납득되는 범위에서는 선택해서 받아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은 제목이 좋다. 사주팔자는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것이니 도리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운이라는 것은 타고나게 주어지는 것과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여지가 있어보여서 좋았다.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여느 책들과는 달리 '생활 속 사주명리'라고 해서, 흔히들 쉽게 말하는 것, 전해지는 말들이 어떻게 그런지 또는 왜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한다. 고루한 명리학 지식을 먼저 풀기보다는 일반인들을 위한 배려인 듯 하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 다음 장에서 명리학을 지식으로 접근한다. 기본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해야 하고, 심지어 암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풍수를 생활 속에서 접목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사주팔자가 같으면 동일한 인생을 사는가'에 대한 문제는 명리학을 공격하는 도구로 많이 쓰인다. 사주팔자로 인간의 운명을 풀이하는 학문이니 이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것임에 맞다. 쌍둥이가 다르게 살아가는 것도 참 의아할 수밖에 없다. 부모, 성장환경, 이름, 배우자의 조건이 달라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쌍둥이의 경우는 많은 조건이 동일하지 않은가. 내가 납득이 가는 이유를 책에서 말한다.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운명이 달리되었다는 것. 무의식적인 선택을 의식적인 선택으로 전환하면서 의식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것이 명리학을 알고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기심 만으로 이 책을 접하는 초심자에겐 어려울 수 있다. 생활 속 사주명리에 일반 용어가 아니라 전문용어가 나오니 말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지식까지 익힌 후 다시 1장을 본다면 조금은 이해하기가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분야가 명리학임은 확실하다. 이 책은 여러 책들 중엔 되도록 쉽게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생활 속 사주명리' 부분은 흔히들 습관적으로 말하고 생각했던 것을 분석하는 재미있는 코너이다.
세상사 모든 원인은 다 자신에게 있으며 길흉화복의 그릇이 정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탐욕과 이기심이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결국 나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 자기통제가 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그릇의 크기가 정해진다. 나의 그릇을 알고 하늘의 뜻을 알면 무리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머리말 중)
현대에 와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인도해주는 가이드로서 명리학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노력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으며,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일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혜를 더해주는 도구 정도로 여기고, 지나치게 믿거나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면 명리학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사주가 음양오행의 과유불급을 논하듯이, 명리학의 쓰임도 과유불급이 중요함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