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한강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제나 처럼 힘들다.
붙들어 매려고 애쓰는 - 사랑을, 삶을, 사람을
한강의 소설은 시작부터 나를 불안하게 하고
성대를 울리지 않고 말하는 인선의 입모양을
경하와 함께 읽어가야하는 나는
더할 수 없이 예민해진다.
이토록 긴 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개를 수그리는 아마를 쓰다듬고 쓰다듬고
언제까지? 고개를 수그리지 않을때까지
여자들은 결코 앞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돌아본다. 몰라서? 아니, 알지만 돌아본다.
아니, 알기 때문에 돌아본다.
잠수를 하려면 돌아보아야 한다.
아니, 아니
절단된 신체를 다시 연결 하는 일은
3분 마다 바늘에 찔려야 하는 고통을 견디는 일이다.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일은 그렇게
아프고, 아프다
촛불에 어른거리는 새의 그림자를
울렁거리는 너와 나의 그림자를 그리자.
우리의 그림자는 그 무엇이 아닐지도 모르는 하나가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꿈에서 깨면 편지를 남겨야한다.
건지지 못한 이들 앞으로
소복하게 쌓이는 눈을 맞으며 껴안아 줄 우리가 기다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