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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ㅣ 동화는 내 친구 67
강무홍 지음, 소복이 그림 / 논장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하고 나하고
강무홍 글/소복이 글/논장 펴냄
출판사 논장은 <뼈>라는 책으로 인상깊게 만나본 출판사였기에 신간이 나오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요번에 새로 출간된 <아빠하고 나하고>를 아이와 함께 만나보았어요. 이 책은 모두 5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느낌을 먹는 음식의 맛으로 비유하자면 막 쪄낸 감자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글과 그림에서 특유의 담백함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5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빠와 아이들의 따뜻한 사랑을 잘 그려내고 있는데요 책 말미에 읽어보니 작가가 어린시절 직접 체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 경우도 있더라구요. 아이들의 시선을 빌어 풀어나간 이야기들이기에 책을 읽는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아이들 특유의 해맑은 감성에 젖게 만들어 어른들이 읽어도 참 재미있는 책이네요. 그림은 연필과 색연필로 부드럽게 그려 담백하고 맑은 느낌을 살렸습니다. 책의 두께가 얇고 작아서 아이들이 휴대하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하게 만들어졌어요.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대상 연령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입니다. 글밥이 많고 그림이 많지 않아 유아도서는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가 글을 못읽는다고 해도 책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유아들도 충분히 알아듣고 상황 판단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부모가 읽어준다면 4~7세 유아에게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면 별것 아닌 작은일에도 하늘이 무너질듯 걱정했던 경우가 있었지요. 작고 소소한 일이지만 어린 시절엔 하늘이 깜깜해지는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하다가 나중엔 도저히 두려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아빠나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 부모님께서는 두려움의 무게를 덜어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이 책에도 마찬가지의 경우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다섯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나옵니다. 다섯가지 이야기의 간단 줄거리를 풀어볼게요.
<재판>
건이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낯선 골목에서 심술궂게 생긴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심술궂은 아이는 돈을 바란것도 아니건만 건이는 얼떨결에 자신이 먼저 돈을 주겠다고 말해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를 빠져나오지만, 학생인 건이가 어떻게 돈을 마련할까요. 엄마는 도대체 네가 왜 돈이 필요하냐고만 하시고 하루하루 줄 돈은 불어나고... 급기야 학교 가기가 싫어지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지요. 그러다 어느날 집까지 쫒아온 심술쟁이 아이와 집앞에서 실갱이를 하다 아빠에게 들키고야 맙니다. 상황을 들으신 아빠는 아빠는 재판관으로 나서 아이들의 갈등을 현명하게 중재 하십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만들지 않고 친구까지 만들어 주며 아이들끼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빠의 현명한 모습에 저도 한 수 배웠다지요.
<사과가 봉봉봉>
오늘은 과수원에 농약을 치는 날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잔뜩 기대에 부푼 정아만 남겨 둔 채 무심하게 손수레를 끌고 가 버립니다. 홀로 남은 정아는 심심해서 온몸이 배배 꼬일 정도에요. 사과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그때 시무룩한 정아 앞에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빨간 사과 한 알을 싣고 시냇물이 떠내려 옵니다. 잠시 혼자 외로웠던 정아에게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반가운 소식이자 커다란 위로가 됩니다.
<자랑스러운 거야>
어쩌다보니 얼떨결에 친구를 고자질 하게된 현우는 밥도 안 들어갈 정도로 마음이 괴롭습니다. 커다란 바위가 자꾸만 앞으로 굴러오는 꿈까지 꾸고, 차라리 바위밑에 깔렸으면 좋겠건만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꿈이 두렵기만 합니다. 심지어 나처럼 비겁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슬프고 두렵고 힘들어 하는 현우에게 아빠는 ‘자랑스럽다’라고 말해 줍니다. 현우가 괴로움을 꾹 참고 자기 잘못을 생각하고 반성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십니다.
<밤 한 알을>
깜깜한 밤, 따뜻한 방에서 아빠랑 하는 손가락 놀이를 하는 소연이는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이제 그만하고 자자고 하십니다. 재밌게 놀다가 그만하라는 말씀에 소연이는 화가 납니다. 아빠한테 알은척도 않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는데, 베개 밑에 작은 알밤 하나가 놓여 있지 뭐에요. 겨울 밤, 밤 한 알을 아빠가 선물로 보내 준 거다. 작은 알밤 한 알.
<어린나무>
아직 쌀쌀한 봄날, 정아는 아빠와 같이 어린 사과나무를 심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에서도 사과가 열릴까?하는 의문이 들만큼 작은 나무에요. 하지만 어느덧 어린나무에 콩알만 한 열매들이 열려 점점 자라납니다. 무거워서 나뭇가지가 자꾸 처지자 아빠는 가치치기를 하십니다. 하지만 정아는 작은 열매들을 솎아내는 아빠의 마음을 알리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죠. 하지만 아빠는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려면 지금은 힘들어도 참고 견뎌 내야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책의 저자 강무홍 작가는 '추운 겨울 나무꾼 한테 햇살이 위로가 되듯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는데요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니 그의 뜻에 동감하게 됩니다. 이 책에 등장하시는 다섯 분의 아빠들 만큼이나 지혜롭고 다정하신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참 좋을 따뜻한 책이네요.
밥을 먹기 싫을 정도로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혼자서만 고민하지 마세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꼭 안아주는 아빠가 있잖아요.
아빠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가슴속에 있는 돌덩어리가 쑤욱 빠져나가요.
아빠는 늘 우리 곁에 있어요!
-본문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