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 원숭이와 꽃
글과 그림 우사/번역 최순희BF 북스 펴냄/양장제본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사랑을 쏟아주는 일이 쉬울듯 해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그 관계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의 관계로 시작되었다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지요. 보통 자기 핏줄들에게는 온갖 정성을 다 쏟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남에게 정성을 쏟는 일은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요 <꼬마원숭이와 꽃>은 전혀 상관없을듯한 두 생명체가 만나 서로에게 깊숙이 스며드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사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뜻한 느낌의 그림과 함께 보여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인성동화란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저자 우사는 일본 지바현에 거주하는 글, 그림작가라고 합니다. 첫 그림책 <이젠 쉬어요>가 최우수 어린이 책으로 뽑히면서 그림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부모 형제도 없이 홀로 외롭던 아기 원숭이는 어느 날 사람들에게 밟혀 시들어가는 하얀 꽃 한 송이를 발견합니다. 하얀꽃을 안쓰럽게여긴 원숭이는 하얀 꽃을 정성껏 돌봅니다. 그 덕분에 싱싱하게 되살아난 하얀 꽃은 그때부터 원숭이와 함께 지내며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주지요. 하지만 모든 만물이 태어나면 또 사라짐이 있듯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시들게 되고, 원숭이는 이를 슬퍼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윽고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고 원숭이는 한밤중이 될 때까지 목놓아 웁니다. 아마도 또 홀로 외로움을 감내해야할 시간이 두려웠을테고 그동안 함께 해주었던 꽃이 자신의 곁을 떠남이 너무 아쉬웠겠죠. '목노아 울었다'는 대목이 참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꽃이 떠난 다음날 아침이 되고, 원숭이는 자신의 옆에 새로 난 새싹들을 발견합니다. 자신이 지고 난 다음에 홀로 남을 원숭이를 걱정하여 씨앗을 남긴 꽃의 사랑을 깨달은 원숭이는 더 이상 슬프지 않지요.
아기 원숭이는 꽃을 돌보고 꽃과 함께 함으로써 늘 외롭던 마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것,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혼자였던 원숭이가 처음으로 느끼는 따스함입니다. 진심을 다해 꽃을 돌보는 원숭이의 모습을 통해 마치 자식을 돌보는 부모을 보는 듯 했어요. 어떤 기대도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주는 사랑을 통해 더욱 큰 행복을 느끼는 부모의 사랑말입니다. 아마도 원숭이도 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베풀며 하얀 꽃에 대해 가족애를 느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항상 옆에 있어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보았어요.
꼬마 원숭이는 언제나 꽃과 함께 지냈어요.
원숭이가 웃음을 터뜨리면, 꽃잎도 즐겁게 흔들렸어요.
원숭이가 외로워하면, 꽃은 살며시 그에게 몸을 기대왔어요.
둘 사이엔 말이 필요 없었어요.
종일토록 비가 내리거나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때도
꼬마 원숭이는 꽃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본문발췌-
꽃의 존재 자체가 원숭이에겐 기쁨이었으며, 함께란 이유만으로도 먹지 않아도, 비를 맞아도 행복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부모들에겐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이고 환희고 사랑이죠. 그리고 자신의 죽음보다 홀로 남게 될 원숭이를 걱정해 자신의 씨앗을 남긴 꽃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또 한 번 사랑의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부모님에서 태어난 우리가 다시 자녀 세대로의 연결되어 죽음이 단절이 아닌 생명의 순환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원숭이와 꽃의 이야기를 통해 잘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의 따뜻한 느낌이어서 유아부터 초등저학년에게 읽히기 좋은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