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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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출판사 시리즈 중 하나인 트리플 시리즈 13번째 순서로 최미래 작가님의 녹색 갈증을 읽었다.

녹색 갈증의 겉표지를 보면 '아 이 이야기들은 경쾌하지 않겠구나'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레이 톤의 하늘과 사막과 같은 척박함이 보이는 대부분의 공간 그리고 가장 앞쪽에 보이는 드라이한 느낌의 무성의한 풀까지

어두운 느낌을 자아낸다.

녹색 갈증은 프롤로그 / 설탕으로 만든 사람 / 빈뇨 감각 / 뒷장으로부터 총 4개의 단편소설과

에세이 내 어깨 위의 도깨비 한 편을 담았다.

총 4개의 단편 소설은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연작소설의 성격을 띠는데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읽어나갔기에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읽으면서 이야기들이 이어지겠구나 생각을 했다.

완독한 책들에 대해서 늘 주관적인 느낌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지만 까다로운 장르는 여전히 소설이다.

특히 트리플 시리즈와 같이 새로운 시선과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은 더욱 그렇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어설프게 서술하기보다는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을 간단하게 밝혀본다.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련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녹색 갈증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정의와 같은 개념인데 인간이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은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은 하나같이 녹색 갈증을 느끼는 인물들인데 그래서 '산'을 대부분 찾는다.

할머니는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었는지 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으나, 할머니가 말하는 산의 모습이 생생해서 흙냄새가 맡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는 엄마랑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는데.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었는데도 올라가고 나면 꼭 함성을 지르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P48 설탕으로 만든 사람 중에서

엄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등산이 아니라 산림욕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도래하기 전 엄마의 취미 중 하나는 목욕탕에 가는 거였다. (중략) 가봤자 우울한 이야기가 뜨거운 김처럼 돌아다니고 물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어쩌면 엄마는 목욕탕을 대신할 어떤 공간에 완전히 몸을 담그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P125 뒷장으로부터 중에서

극적인 사건뿐만이 아니라 코로나19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의 반경과 방식을 급격하게 축소하거나 바꾸게 만드는 큰 이벤트를 통해 내재되어 있던 본능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등산이라는 카테고리가 폭넓은 세대들에게 주목받게 된 계기는 코로나19때문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유로움이 막히면서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그때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는 녹색 갈증을 많이 겪은 것은 아닐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요즘에도 산을 찾아 떠나는 인구는 확연하게 줄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푸른 자연과 숲 그리고 산의 공간에 들어서면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갈증을 풀고 오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는 크고 작은 녹색 갈증을 느끼며 일시적인 갈증 해소와 다시 갈증을 느끼는 반복의 스텝을 밟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내용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좀 더 극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가슴을 관통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하나 좀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자면 굳이 동성애를 꼭 소재로 가져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젊은 문학인들의 글들에서 항상 드는 의문이다.

특히 더욱 신진 작가들일수록 두드러지는 부분인데 한 번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와는 별개로 최미래 작가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구성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고 꼭 밝히고 싶다.

 

*자모단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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