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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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Faintover입니다.

오늘은 신간 에세이 도서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이성진, 책 제목은 #오늘도한껏무용하게 입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무용하게라는 말에 대해서 단번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래서 오랜만에 네이버에서 어학사전을 검색했는데요.

무용하다는 말은 쓸모가 없다, 볼 일이 없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얼마나 효율적인지,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생각하게끔 환경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저자가 붙인 이 제목은 어쩌면 그런 요즘의 세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무용하다는 글자 안에 함축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 저와 함께 신간 에세이 #오늘도한껏무용하게 를 잠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대학생인 저자 이성진 님이 쓴 글입니다.

장르는 에세이인데, 작가님께서는 남성이지만 뜨개질을 취미로 가진 분이셨습니다.

취미나 직업에 있어서 성별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저 역시 뜨개질하는 남성이라고 하니 조금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실제로 작가님은 뜨개질을 한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책에서 고백하는데요.

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그저 뜨개질을 즐길 수 있는 작가님이 부러워 보였습니다.

부제는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입니다.

무용하게라는 말과 부제를 보니 이 책이 어떤 메시지를 들려줄지 조금은 짐작이 되었는데요.

요즘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곳곳에서 외치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문득 도대체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이 살아가는 흐름처럼 흘러가지 않으면 어른들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은 일단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던져버리죠. 어쩌면 뜨개질을 한다는 행위도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을 함축한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양성을 더욱 강조하는 말이 자주 귀에 들린다면 역설적으로 획일화가 더욱 진행되는 것의 반증이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형식답게 이 책의 하나의 글마다 5페이지 내외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개인적으로 내용도 알찬 느낌이었지만 대학생의 나이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문장이 탄탄하고 놀라운 구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내용의 약간 아쉬움을 문장의 표현력이 방어해 주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깐요.

저는 이 문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다움', 어쩌면 영원히 닫지 못할 종착점이자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여정은 설령 무용할지라도 빛이 난다. 그런 이유로, 나답다는 말의 상자를 들여다보는 연습의 자취를 여기에 소복하게 담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빛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인의 말이 마지막 장까지 당신에게 쓸 만한 책갈피가 되어줄 것이다.

너는 너다울 때 가장 빛난다. 품사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어디 두어도 변하지 않을 당신을 찾아가기를.

P12 ~ P13 프롤로그 품사는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중에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본문을 먼저 쓰고 가장 마지막에 쓰는 것이 프롤로그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책의 첫인상이자 이 책의 관심도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프롤로그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신간도서를 읽으면서 좋은 서문을 많이 읽었지만, 이 서문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 스스로 관찰하고 발견한 품사의 원리를 자신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잘 적용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카테고리인 뜨개질을 시작하기에는 여름이 좋다의 글들은 특히 뜨개질을 할 때의 행위나 손놀림과 연관시켜 작가 스스로가 느낀 점을 일상이나 삶의 태도에 접목하여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뜨개질이 취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가 때론 있었던 것 같고, 막상 선물한 사람과는 다르게 쓰이거나 혹은 예쁜 쓰레기가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 역시 삶에서 가져야 할 태도와 연관시킨 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차피 창작의 고통에서 비롯된 애착을 타인에게 온전히 느끼게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만든 사람이 바라는 작품의 쓸모와 받는 사람이 느끼는 쓸모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이자. 없어 보이는 것보다는 있어 보이는 게 낫고 못난 쓰레기보다는 예쁜 쓰레기가 낫다. 작품에 새겨진 시간과 정성을 예쁘게 봐주는 것으로 그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한 셈이다. 예쁜 쓰레기, 이렇게 보니 듬쑥하게 쓸모 있는 녀석이지 않나

P29 오히려 예쁜 쓰레기가 낫다 중에서

상대방이 못 받아들이거나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나 반응이 오지 않으면 사실 사람인 이상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끝없이 매달리다 보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나라는 결론이 또 돌아옵니다.

그저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내가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연습 또한 필요합니다. 작가님처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보면 누구도 우리를 대신할 수도 없고, 약한 부분이나 단점을 보호해 주지도 않습니다.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지켜주고 인정해 주고 나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뜨개질하는 작가님처럼 우리도 남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열등의식을 가지기보다는 당당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이 책을 읽으면서 했습니다.

저도 조금은 더 저 자신을 어제보다 더 사랑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어여쁘게 봐주길 바랍니다.

 

* 물방울 서평단 15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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