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간만에 시집을 읽었다.

꼬꼬마 초등학생 시절, 입학하고 처음 맞이했던 교내 글짓기 대회가 생각난다.

산문과 운문에 대해서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써서 제출하는 학년 글짓기 대회였다.

선생님의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운문이 몇 줄 적지 않아도 되고 편해 보여서 냉큼 난 운문을 쓸 거야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운문이었다.

압축된 몇 줄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에 담아야 하는 글짓기인 운문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첫 경험에서의 느낌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이후 크고 작은 글짓기 시간에서 한 번도 운문, 즉 시를 적어보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

 

이처럼 시에 대한 진입장벽이 마구마구 세워진 나는 시집을 읽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문적인 글쓰기는 아니지만 다양한 책을 읽으며 리뷰를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는 요즘 시집 역시 과거에 가졌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나에게 보이는 듯하다.

형태만 다를 뿐 작가의 감정을 담은 글이라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

 

이경선이 지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라는 시집을 읽었다.

시집은 여타 다른 장르의 책에 비해 페이지가 상당히 적다.

페이지 수가 적다고 해서 마음의 부담감은 한편 내려놓을 수 있지만 은유적이고 함축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봐야 한다는 무게가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집은 너무 많은 집중을 요한 다기보다는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사랑을 시작해서 한창 연애하는 시기의 감정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는 이별과 그리움의 감정에 대해서 노래한다.

에세이든 시든 이렇게 구성을 나누는 부분은 익숙하다.

그래서 구성 자체에는 크게 특이점이 없다.

 

노래 가사나 책, 드라마, 영화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연애의 감정인 것이 한동안은 진부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이 관계만큼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오래 다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본 예능 프로그램 중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가끔 보면 해당 커플들이 하는 말들이 모두 시 같다.

그래서 저자가 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가 엄청 낯간지럽거나 오버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한 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어렵지 않게 내 감정에 충실히 귀 기울이면 시를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끔 한다.

 

앞서 말했듯이, 시집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감 없이 읽어가기에는 좋은 것 같다.

속도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음미하고 자신만의 감정과 감성으로 소화하느냐가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새벽 두 시라는 시가 가장 좋았다.

이 시집에는 유독 '너'를 많이 사용해서 조금 직설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너'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은 시들을 마치 숨바꼭질 술래가 나머지를 찾는 것처럼 찾았는데 새벽 두 시라는 시가 그랬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사랑의 세레나데에 가까운 구절들이 많아서 이 부분은 조금 읽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큼 다가온 봄날뿐만 아니라 이 시집에는 다양한 계절을 배경으로 써 내려간 시들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시집의 세계로 한 번쯤 용기 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시집을 한 번쯤 그 매개체로 활용해보는 것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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