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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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전공한 1인으로 경제와 관련된 도서를 읽을 때면 늘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신박한 책이 나왔을까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경제/경영학을 구분하지 못하며(사실 구분을 못한다라기보다 관심이 없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하면 재테크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식이 많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물론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 출신이라면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경제 흐름을 파악하거나 은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돈 냄새를 잘 맡는 투자자와 경제학자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최근에 다양한 경제/재테크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투자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난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도리 아닌 도리 중에 주식을 사줘서 생일 선물하기보다는 괜찮을 경제 도서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은 나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알찬 경제 인문도서인지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 김재수는 현재 인디애나 퍼듀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다.

책에 적힌 저자의 프로필을 읽어보니 우연한 기회에 경제학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는데 경제학 첫 시험에서 빵점을 맞았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수라는 사람들은 시험의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빵점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인간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굳이 밝혀도 되지 않는 자신의 과거를 프로필에 밝힌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독서였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각각의 소제목이 딱딱하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관심을 갖게끔 작문했다.

 

이 책에는 경제학 원론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개념을 소개한다.

기회비용, 역선택, 도덕적 해이, 절대 우위, 비교 우위, 무역, 가격 차별, 독과점 이론 등 이름만 들어봐도 별로 안 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경제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까, 단순한 균형 뒤에 숨은 복잡한 세상과 같은 의문문 혹은 서술형 형태의 제목을

통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게끔 유도했다.

 

2. 최근 경제학자들의 연구 동향도 소개한다.

 

케케묵은 개념이나 과거의 주장만을 단순히 쉽게 설명하려 했다면 이 책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다행히도 저자는 경제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유명 인사나 단순한 예를 들어 설명한 뒤,

주제의 마지막 즈음에는 최근 해당 개념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이 어떤 관점이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구를 하고 있는지도 함께 서술했다.

예를 들어, 무역에서 나오는 절대 우위, 비교 우위 개념을 소개한 뒤 기존에는 총 혜택이 총 손실보다 크면 되고, 그 남는 총 혜택을 분배하면 된다

는 기존의 논리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분배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제점이 있고 그에 따라 지금의 경제학자들은 그 점을 정확히 인식

하여 오히려 더 많은 변수와 요인을 고려한 연구로 방향이 변하고 있음을 말한다. 보이는 이익과 손실만 계산했던 과거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돌아오는 혜택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실 예를 들면, 기본 인권의 무시, 노동력 착취 등을 고려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무역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연구는 확신에 찬 결과를 주장한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무역 분야는 파면 팔수록 가장 어려운

연구 분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3. 최근 이슈와 기업 자료를 반영했다.

 2번과 같은 맥락으로 저자는 경제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최근의 이슈 사항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경제학을 관련을 하고 있는가라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갑질이 경제학에서는 독과점 이슈와 충분히 연관이 되어 학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점도 설명한다. 또한, 구글 등 현재 가장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과 연관된 경제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내가 경제학과를 다니던 대학생 시절에도 기존의 서울대 3인 공저의 경제학 원론과 함께 '맨큐의 경제학'이 핫했는데 그 이유는 내용이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고 접근하기가 쉬우며 지금 세대에 맞는 예시를 적절히 반영해서 책을 편집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험 목적에는 어떨까라는 답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중, 고등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입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책도 맨큐의 경제학처럼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창 대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에 행동경제학이 확 뜨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시장, 세상을 균형 잇게 보는 눈'을 읽어보니 이제 행동 경제학은 신선한 주제가 아닌 무조건 다루고 고려해야 할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저자는 상당히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만약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했다면 오히려 이 책은 나에게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왜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제를 주장했는지, 그렇지만 옳다고 했던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무언지를 통해 경제는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단순한 현상 분석이 아닌 복잡한 연구로 갈 수밖에 없음을 담백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래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상을 볼 때 찬찬히 많은 것을 따져봐야 함을 온전히 제대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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