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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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의 서평을 2번에 나누어서 작성하고 있다.

Part1에서는 소설의 구성과 작가의 의도 등을 기초로 작성해봤다.

이번 Part2에서는 Part1처럼 인상적이었던 구절 소개와 함께 완독 후 전체적인 '먼 바다'라는 소설의 느낌과 내가 생각했던 점들을 간략하게나마 서술해보고자 한다.

공지영 작가의 신작 '먼 바다'는 완숙미가 더해진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소설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도 많았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약간 잘못했을 때 인정하면 약간 잘못하는 것이 되는데, 잘못이 하나도 없다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커지더라구요."

P237 중에서

 

주인공인 그녀와 40년 만에 재회한 그의 여동생과의 대화에서 여동생이 한 말이다.

어른들은 항상 인생은 참 오묘하고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는 말씀들을 하셨다.

그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일한 대처에서 오는 상황의 급격한 변화 같은 것들이다.

별일 아니라면 방심하고 나면 항상 그것이 발단이 되어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또 어젯밤 잘 못 이루며 걱정했던 일은 막상 오늘은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다.

소설의 매력은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배웠다.

그의 여동생이 말하는 저 문장은 백 번 끄덕일 수 있는 진리와 같은 말이다.

소설의 내용도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작은 거짓말이 초래한 큰 사고나 상처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짐해본다. 사과할 건 자존심 다 내려놓고 눈치도 보지 말고 빠르고 진중하게 사과하자고. 

 

한 사람은 그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고 약속했고 한 사람은 그 약속을 위해 사랑을 양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P230 중에서 

 

40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남녀에게는 사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시 이 문장에서도 인생은 참 오묘한 것이구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필 엇갈리는 그 시간.

하필 그때 생각한 것들이 누군가에는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것들.

그래서 많은 시간을 가슴 졸이며 아파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곤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기라는 것도 하게 된다.

이 책에서의 두 사람처럼 많은 사람들도 가슴속 한편에 남겨놓은 그 어떠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어떠한 선택이든 어떠한 추억이든 말이다.  

 

"많이도 미워하고 많이도 원망했었다. 그러나 이만큼 살고 죽음이 더는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날씨가 춥죠? 하고 인사하고 ....... 살아보니 이 두 마디 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싶다. 살아보니 이게 다인 것 같아. 미호야."

P251 중에서

 

이 책에서 던지고자 하는 말의 중심은 이 문장에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던지는 이 말들이 말이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는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값진 말들을 인생에 투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소설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죽을 것 같은 어떤 일도 지나고 나면 그때만큼은 아닌 것이 되곤 한다.

그래서 쉽지는 않지만 미움의 감정을 가지기보다는 긍정의 감정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들에게 온전히 그때그때 내 마음을 표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오묘한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선은 내가 먼저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아끼고 나에 대해서 온전히 파악했을 때 나의 주변을 살피고 아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공지영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그 읽기의 과정은 즐겁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 기회였다.

여전히 공지영의 글을 매력적이고 대중적인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는 그녀를 공지영으로 대입해서 읽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몰입이 되고 많은 감정이 교차된 읽기의 과정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자신만의 즐겁게 읽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본다면 재미가 더해지는 소설 '먼 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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