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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재밌게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창비 북클럽)
김원아 작가가 말하기를 “귀여운 녀석들이 한가득 등장”하는 책이다. 그런데 그 귀여운 녀석들이란 어떤 녀석들인가. 책을 시작하며 우주, 아라, 다은 등 책에 등장하는 ‘우리반 친구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이 귀여운 이름과 얼굴(?)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가령 우주는 발표보다는 “속으로만 생각하는 친구”다. 나영이는 독서 시간에 “자꾸 남은 쪽수를 세는 친구”이고, 노아는 “대출증을” 자주 잃어버려 필요할 때 쓰지 못하고, 또 남들에게 빌려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수찬이는 왜 “연필 끝을 씹는” 것이냐…
사실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 어린이들을 마냥 “귀여운 녀석들”이라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겪었을 혹은 겪고 있을 어려운 “귀여운 어린이” 사연이 떠오르지 않을까. 으아악.
이렇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 입장이 되어버렸다. 내가 만난 여러 모습의 어린이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선생님 뿐이랴. 아이들 서로도 마찬가지일테지. 서로 다른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라 교실은 늘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진다. “맞아맞아” 이런 애 진짜 있어 하면서, “나는 진짜 이런 애 힘들던데”를 떠올리면서, 결국은 “맞아 맞아, 어린이들은 정말 모두 달라”가 된다.
교실 안에 “글씨체가 반듯한 친구”, 쉬는 시간에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친구”만 있다면 얼마나 이상한가. 내 구미에 맞는 아이만 있기를 바라며 지도한다면 그것 지도가 아니라 폭력일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나와 같기를 바랄 때 서로에게 쉽게 거칠어지겠지.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괜찮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움의 시작점은 지금 나, 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부정하며 “이건 잘못됐어, 이건 고쳐야할 거야”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것. 지금 나는 이렇구나, 지금 내 친구는 이런 모습이구나를 끄덕끄덕 하는 데서 새로운 배움의 자리도 생기는 것일 거다. 그래서 “이럴 땐 이렇게”가 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해본 어른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때때로 아니 어쩌면 많은 경우 어린이들은 “이런 것 까지” 싶은 것을 알려줘야 한다. 또 배워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자주 말하지만, 그렇건 어쩌건 지금의 모름이 배우는 출발점이 되긴 해야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그것 말고 또 있을까. 대출증 챙기는 법, 발표 잘하는 법, 모둠활동 하는 법 등등. 이 작디 작은 배움들은 절대 작지 않다. 또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많은 “귀여운 녀석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교실에서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내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친구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이럴 땐 이렇게”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어른‘의 입장에서 읽었지만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집에서 어린이들과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책일 것이라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교사인 나에게도, 어린이들에게도 읽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