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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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평소와 다름없이 낚시를 하고 집에 들어가던 날 당연히 음식을 만들어 있을거라 생각한 어머니는 온데간데 없고 어머니의 앞치마만 의자에 덩그라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또한 사라지고 조나단과 그이 누이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친척 아저씨 집에서 얹혀  농사일을 도우며 산다. 그렇게 농사꾼으로 살아가는데 재미를 붙일 무렵 3년간의 병역의무를 지고 오니 이번엔 누이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 남은 조나단에게 결혼을 권유하게 되고 결혼을 한 아내 마리는 결혼 후 4개월만에 아이를 낳고 다른 남자와 줄행랑을 친다. 그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운명일까. 모든 불행이란 불행을 다 겪는 남자 조나단은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살던 지역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그는 다만 삶의 마땅찮은 불상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수 있고 어느 누구도 자기를 내쫒을수 없는 그런 확실한 곳으로 온전하게 자기 혼자만의 소유로 할수 있는 곳을 찾았다 (p.9)

 

파리 온후 은행 경비원으로 취직하고 고정적인 월급으로 자신의 안식처를 찾아 안정적으로 살게 되는데 그에게 집과 직장은 모든 불행으로부터의 방패이며 안식처로 첫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자신의 집과 직장을 사랑하며 산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퇴근후 안식처에서 포근하게 지내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인 남자

 

그곳은 조나단에게 불안한 세상속의 안정한 섬 같은 곳이었고 확실한 안식처였으며 , 도피처였다. 그곳은 그를 따뜻하게 아주는 애인,정말 애인 같은 장소였다. (p.11)

 

어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눈을 떠 현관문을 열었을 때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자신을 똟어져라 쳐다보는 비둘기와 마주한다. 무표정한듯 하나 외부의 빛을 모두 빨아 들릴 듯 새까만 단추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는 비둘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조나단은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에 휩싸인다

 

오 하느님. 하느님.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왜 제게 이다지도 큰 벌을 내리시나이까 ?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제발 저를 저 비둘기로부터 구해주소서 ! 아멘! (p.19)

 

어린 시절 자신을 감싸고 있던 모든 불행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30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이 그어온 방어막에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쳐 들어온 비둘기 한마리. 그것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지금껏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며 그의 몸과 마음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가며 그를 흔들어댄다

 

쉰 셋 되는 해에 어쩌다 큰 위기를 겪게되어 주도면밀하게 세워두었던 인생의 계획을 몽땅 수포로 돌려버리고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 되었으며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으로 기껏 건포도가 든 달팽이 모양의 빵 따위나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p.58)

 

그의 출근길은 심상치 않다.온통 비둘기가 싸 놓은 똥을 피해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오는가 하면 업무중에 일어나는 계속되는 실수. 엎친데 덮친다고 옷은 찢기고 비둘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호텔에 숙박하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그는 결국 자살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내일 자살해야지 .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 다음날 눈을 뜬 조나단은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에 자신이 잠들어 있는 이 방이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것에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며 혼미해지기 시작해 앞뒤 없이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

 

100 페이지가 안되는 짧은 내용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지켜오던 일상이 무너지는 한 남자의 하루를 따라가는 이야기인데 초반엔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오는데 그것도 잠시 그의 불안에 나도 동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기 시작한다. 그는 어린시절 불행했다고는 하나 20세 이후 안정된 직장과 다소 억압되어 보이기는 하나 절제된 삶을 살아내고 있던 평범한 한 중년의 남자일 뿐인데 우리의 모습이 가히 그와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일 듯하다. 조류공포증이라는 걸 검색도 해보는 데 그런 증상이 실제로 있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난 결말도 너무 맘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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