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별 펠리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9
김수연 지음, 리페 그림 / 라임 / 2024년 12월
평점 :
반려묘 세 마리의 집사로서, 이 책을 읽으며 제 마음 한구석을 깊게 건드리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고양이별 펠리』는 단순히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한 SF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치우가 고양이별 펠리에서 자신의 반려 고양이 치즈의 반려 인간으로 살아가는 상황을 처음 받아들이는 순간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고양이한테 반드시 좋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듯이, 인간을 좋아한다고 해서 인간한테 반드시 좋은 고양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는 깨달음은 치우가 동물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인간이 동물을 키운다는 일방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또한, 치우가 펠리에서 치즈의 반려 인간으로 살면서 사다리가 치워져 나무집에 갇히거나, 자유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찌를 끊으려 하는 모습은 동물이 우리에게 느낄 수 있는 답답함과 무력감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런 장면들은 현실의 반려동물들이 경험하는 상황을 치우의 입장에서 대입해 보게 만들며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치우가 SNS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치즈의 사진을 올리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동물을 단순히 콘텐츠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와 겹쳐 보였습니다. 치우가 치즈를 “나이 들고 뚱뚱하고 못생긴 고양이일 뿐”이라며 무심히 대할 때, 반려동물을 외모나 유행으로만 평가하고 귀여움이라는 조건에 따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펠리에서 치우가 치즈의 규칙에 얽매여 생활하는 동안 느끼는 답답함은, 우리가 동물에게 강요하는 삶의 틀과 책임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동물을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대하는지, 그리고 동물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았습니다.
특히 치즈가 치우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며 반려 인간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하려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때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양이별 펠리』는 단순한 SF 판타지라기보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입장이 전도된 펠리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는 동물을 키우며 무심코 저질렀던 행동과 태도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은 ‘반려’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질문하며, 단순히 함께 살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펠리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세 시간마다 바뀌는 낮과 밤, 자유로운 고양이들의 생활방식은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치우가 경험한 답답함과 좌절은 단순히 픽션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동물권과 인간의 책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마지막으로, 치우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려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은 동물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애정이 단지 일방적인 것은 아닌지, 그들의 감정과 권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별 펠리』는 흥미진진한 판타지와 더불어 동물권과 인간의 책임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담은 작품입니다. 펠리에서 치우가 겪는 고난과 깨달음은 독자들에게도 역지사지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진정한 공존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동물들에게 베푸는 사랑과 관심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는, 따뜻한 감동과 교훈을 담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