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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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는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엉뚱함이 재미있어서 작가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역시 팟캐스트를 통해 느꼈던 작가의 감성이 책에서도 잘 표현되었다. 이런 느낌의 책을 읽는다면 김중혁 작가풍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생각했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역시 이전에 느꼈던 김중혁이라는 작가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었다. 바로 옆에서 김중혁 작가 특유의 말투로 시크하게, 글쓰기는 별게 없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물론 세상의 모든 글쓰기에 관련된 책의 결론은 하나다. 하지만 그 하나의 결론으로 가기 위해 독자를 얼마나 격려하느냐, 초보자들도 잘 따라갈 수 있게 얼마나 쉽게 설명해 주느냐가 좋은 글쓰기 안내서인지 아닌지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김중혁 작가의 창작 글쓰기 비밀을 알려주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당장 노트북을 켜고 뭐라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창작 글쓰기의 비밀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 누군가는 '뭐야~이게 비밀이야?'라며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자신있게 '비밀'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은 글쓰기 방법뿐만 아니라 작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소설가 김중혁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우리는 책을 열면서 소설가의 서재를 똑, 똑 두드린다. 어서 오세요. 김중혁 작가가 친절하게 문을 열고 그의 작업실 구석구석을 안내해 줄 것이다. 우리는 그의 안내를 따라 느긋하게 창작의 준비 단계부터 창작 과정, 그리고 작가가 알고 있는 글쓰기의 비밀을 찬찬히 듣기만 하면 된다. 자, 그럼 이제 소설가 김중혁의 작업실로 들어가 볼까?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김중혁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창작의 도구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글쓰기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에서 글을 쓸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를 소개하다니. 작가들은 어떤 방에서 어떤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지, 그리고 그들은 글을 쓸 때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고 싶었다. 작가는 나처럼 이런 독자의 마음을 제대로 간파했구나.

그는 자신의 모든 창작의 도구들을 친절하게, 직접 그림까지 덧붙여 알려준다. 아주 사소한 에스프레소 잔, 몰스킨 뿐만 아니라 1993년부터 현재까지 글을 쓸 때 사용했던 컴퓨터도 소개한다. 작업실 안의 물건들을 봤으니 이제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봐야겠지. 작가는 글을 쓸 때의 일상과 글을 쓰지 않을 때의 일상을 시간대 별로 정확하게, 마치 일기처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글을 쓸 때 음악이 꼭 있어야 한다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법'도 무척 흥미로웠다.


많은 책과 여러 작가들의 말을 덧붙여 창작의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글쓰기 방법을 하나하나씩 번호 붙여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각각의 주제에 따라 한 편의 단편과 같이 창작의 방법을 들려준다. 김중혁 작가가 문장 속에 숨겨놓은 비법들을 숨바꼭질을 하듯 잘 찾아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일이다. 글의 시작이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고, 글의 끝까지 달려가본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재미있게 읽은 이유 중에 하나는 작가의 솔직함이 좋아서였다. 많은 책에서 글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언제나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품어야 하며 글쓰기의 시작은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면서 문장을 써서 벽에 붙이기, 책을 읽을 때 밑줄 치기 등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충고를 한데 끌어모았을 때, 그 교집합이 최고의 비법일까. '열심히 쓴다', '꾸준히 쓴다' 정도만 교집합에 남아 있겠지. 충고 따위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해설을 보지 않고 문제집을 풀 때처럼, 작가들의 충고는 모두 잊고 혼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작은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자기만의 공식이 하나씩 생겨나고, 작가들의 충고가 무슨 말인지 몸으로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 사소한 깨달음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대부분은 창작 글쓰기에 대한 A to Z를 소개하고 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실전 그림 그리기에 대해 설명한다. 책 속에 함께 하는 모든 그림은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런 거라고 하는데 '실전 그림 그리기'에서 작가는 예전에 짧은 웹툰을 그렸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그리게 된다'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별책부록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모아야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흐트러뜨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글을 쓴다는 것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은 창작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글이 안으로 모으는 집중이라면 그림은 바깥으로 분산해야 하는 집중이다. 그림이든 잘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을 못 그리거나, 손재주가 없어서 창피하다는 마음을 버리고 일단 그냥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도 역시 그렇다. 완벽한 한 편의 글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한 문장, 한 줄부터 시작한다. 일기도 되었다가 넋두리도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외의 등장인물이 나오고 주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에서 글과 그림, 두 가지의 창작에 대해 설명하지만 본질은 딱 하나다.


마치 수능 문제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글쓰기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험 문제가 나왔으니 문제 해설을 보기 전에 먼저, 문제를 풀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틀렸다. 문제 해설을 읽어보면 아하, 무릎을 치게 되지만 이미 답을 틀렸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아직 나의 뇌는 작가의 뇌가 되려면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접하는 방식이라 조금 낯설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차근히 문제를 풀어보고 작가가 설명해주는 문제 해설을 읽다 보면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의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을 시작하며 이제 더 열심히 글을 써볼까 생각해 봤다. 열심히 써야지, 기필코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지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아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글쓰기 비법을 찾아 헤매고 있는가 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 창작 방법에 대한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보고는 싶지만 어떤 가시밭길이 펼쳐질지 잘 알기 때문에 앞서 간 사람들의 작은 조언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가벼운 열정이 자꾸만 글쓰기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무조건 쓰면 된다든가, 일단 이런 방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미 소설가이기에 가벼운 듯 보이지만 <무엇이든 쓰게 된다>에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안쓰러운 시선과 어떤 글을 쓰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힘들게 나온 것임을 알기에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낸다는 위로가 담겨있다.

누군가는 책을 통해서 어떻게 글을 처음 써야할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작가의 소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그림 그리는 연습을 해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나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고 내가 걸어보고 싶은 길이 쉽지 않은 길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필사를 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책을 통해 어렵지만 걸어보고 싶은 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더 확인했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작가 김중혁의 서재에서 나왔다. 맛있는 차를 마시며 작업실도 구경하고 그의 책장에 꽂힌 책들도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건투를 빈다'는 작가의 응원을 들어서 좋았다. 나도 언젠가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단 한 줄을 써보고 싶다. 이제, 읽었으니 쓰는 일만 남았다. 무엇이든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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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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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8년이 시작되었다. 자정이 지나고 늘 그렇듯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은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다. 며칠만 쓰고 일 년 내내 책장에만 꽂아두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의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다이어트나 독서 등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앱을 깔았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뭔가 꽤 멋진 계획을 세워야만 할 것만 같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세우는 계획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작심삼일이 당연한 것처럼 된 2018년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 작은 목표를 통해 해낸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걸 찾으려 한다. 2017년을 마무리하고 2018년을 맞이하는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을 만났다.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의 주옥같고 위트 넘치는 조언들로 가득한 인생 학교 시리즈 중 <소소한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 어떤 책보다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즐거움을 통해 행복을 찾으라는 이야기로 가득한 <소소한 즐거움>은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었던 터라 그다지 큰 기대 없이 첫 창을 펼쳤다. 그리고 곧 그 어떤 책보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책을 덮었다.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책 제목과 달리 책 안에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참 많은 방법들이 들어 있었다. <소소한 즐거움>은 2018년을 시작하면서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인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2018년을 맞이하며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한 해의 목표를 잡게 도와준다거나 마음을 들뜨게 할 멋진 말들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제목 그대로 책 안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고 겪게 되는 모든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안내할 뿐이다.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은 매일 아침 또는 잠들기 전 읽기 좋은 편안한 에세이와도 같았다.

<소소한 즐거움>에서는 1년, 52주에 맞춰 52챕터에 걸쳐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소개한다. 그 즐거움은 이미 나에게도 멋진 추억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앞으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경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준다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로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행복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멋들어진 것에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작아서 그 자리에 있은 줄도 몰랐던 많은 장소, 행동, 사람, 시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몰랐다면 <소소한 즐거움>에서 알려주는 52가지를 기준으로 먼저 찾아보길 바란다.


'생선 가게'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소소한 즐거움>에는 총 52가지의 짧은 이야기와 작은 사진이 담겨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한 편의 에세이이다. 평온하면서도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짧은 이야기는 일 년의 시작을 맞이하면서 한껏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나는 <소소한 즐거움>을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책 속에 담긴 사진은 아름다웠고 알랭 드 보통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가 가졌던 생각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한 더 많은 일상 속 숨은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도와줬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잘 사는 인생, 성공한 삶의 기분은 직업적 발전과 경제적 풍요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생선 가게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작은 섬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또는 밤하늘의 별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따져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상한 시선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의 진가와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의 의미를 아는 것이야말로 뭐라 규정하기 힘들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삶의 질을 높이는 견고한 동력이 된다.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게 그것이 거창하고 극적이며 즉각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소한 즐거움> 속의 소소한 일상들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나의 일상 속에는 어떤 즐거움이 들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출근을 준비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 후 지친 상태로 퇴근을 한다. 몇 시간 동안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은 후 잠자리에 든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변화 없이 굴러가는 내 삶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이 있을까. <소소한 즐거움>에서 들려주는 일상 속 즐거움은 단순히 하루 중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언제나 내 편인 할머니와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의 이륙 순간과 낯선 호텔에서의 하룻밤뿐만 아니라 연인과의 키스, 오래된 스웨터 등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내가 존재하는 모든 순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52가지 중 몇 가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 '부모님의 옛날 사진'이라는 이야기 속의 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부모님의 옛날 사진은 우리가 어릴 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일깨워준다. 바로 부모님 인생에서 우리가 전부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은 우리를 낳아 기를 준비를 하느라 인생 전체를 보내지 않았다.


<소소한 즐거움>을 단지 읽기 좋은 에세이로만 읽고 덮어 버린다면 우리는 여전히 행복은 크고 멋진 것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던 우리가 어떻게 지금 당장 책에서 말하는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들을 찾고 느껴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마지막에는 '아주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 알려준다.

1년 52주에 맞춰 일상 속 즐거움을 찾아 볼 수 있는 52가지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주에 하나씩 실천해 보거나 그와 비슷한 주제를 찾아볼 수도 있다. 49번에서는 해 질 무렵의 도서관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간 후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하루의 저무는 붉은 해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순간은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 중의 하나이다. 나는 49번에서 알려주는 즐거움을 느껴봤으니 또 다른 49번을 찾아볼 것이다. 만약에 <소소한 즐거움>을 읽는 당신이 해 질 무렵의 도서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소소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절대 작고 소소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나의 일상을 차근히 살펴본다면 내가 존재하는 그 공간,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즐거움이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큰 즐거움 대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작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 사람들마다 다를 것인데 다들 그냥 작은 것이라는 추상적인 범위만을 알려줄 뿐이다.

매일 아침 편의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행복한 사람도 있고 일주일을 참았다가 금요일 저녁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비싼 커피 한 잔으로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사람도 있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행복을 찾는 방법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자신에게 집중하길 바란다. <소소한 즐거움>을 읽으며 책 한권 읽는 걸로 만족하느냐, 책을 통해 더욱 행복한 2018년을 맞이하느냐는 오직 자신을 얼마나 잘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차분히 나를, 그리고 체계적으로 일상을 바라보자. 내 삶 속에 어떤 반짝이는 순간이 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2018년은 당신에게 어느 해 보다 마음껏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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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내가 본 미래 -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마윈 지음, 알리바바그룹 엮음, 최지희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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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기업인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지금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구석구석에 너무 많다. 자신의 눈에는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못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꽤 긴 인터뷰 기사였는데 다른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딱 이 문장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것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깊고 넒은 사람들이다. 인터뷰 기사를 읽고 며칠 동안 주변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펴봤다. 그 기업인은 도대체 뭘 보는 걸까. 그들은 일반인들이 보지 못한 걸 보고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걸까. 궁금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 앞으로 올 세상을 예견하는 지혜를 가지는 그들이 궁금했고 비록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그런 넓은 시각을 가지고 싶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은 중국을 넘어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타오바오가 알리바바, 마윈이 만든 것이라는 걸 <마윈, 내가 본 미래>를 통해 알았다. 마윈이 대단하다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말처럼 그는 수많은 면접에서 떨어졌으며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수많은 곳을 찾아다닌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책에서도 그는 계속 이야기한다. 자신은 컴퓨터를 몰라서 컴퓨터 기술자를 존중한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다고 말이다.

<마윈, 내가 본 미래>는 최근 3년 동안 마윈의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앞으로의 30년, 다음 10년을 내다보는 눈, 인터넷을 어떻게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 인터넷 세상을 대비해야 하는지 등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중국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업을 시작한 그의 용기, 자신이 내다본 미래를 믿고 나아간 그의 결단이 존경스러웠다.


강연을 주제별로 나눠 글로 엮은 <마윈, 내가 본 미래>는 길지 않은 글로 읽기가 쉬웠으며 마윈이 직접 설명해 주듯 생동감이 넘쳤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부터 찾아서 읽어봐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꽤 많은 부분에 줄을 치며 메모를 했는데 앞으로 내다보는 그의 생각도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세상을 보는 생각을 바꾸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구절들이 마음에 들었다.

과거에는 창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자원인 필요했으며 모든 종류의 콴시가 필요했다. 미래에는 기술, 데이터, 혁신만 있다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에서 내년부터 더 이상 전자상거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10년, 20년 후에는 전자상거래라는 말 대신이 신유통이라는 말이 통용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이 열어준 새로운 세계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세상에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큰 꿈을 꾼다면 마윈의 말처럼 미래와 대립하지 말고, 미래를 파악하며, 오늘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마윈, 내가 본 미래>의 한 구절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어놓았다. 알리바바에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If not me, then who? If not now, then when?" 즉, "내가 아니라면 누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라는 뜻이다. 중국인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 부르지 않고 대륙인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스스로를 대륙인이라고 부르는 중국인들의 끝없는 자신감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비즈니스 환경은 매우 훌륭하고 월마트가 3,4선 도 시가지 없는 곳이 없어 전자상거래가 파고들기 어렵기 때문에 그저 소매업의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중국은 마트와 쇼핑몰이 잘 갖춰 있지 않아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어제의 장점이 오늘의 단점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모바일 간편결제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앞서가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시장의 선두주자인 알리바바, 마윈의 글을 읽으니 왜 중국에서 간편결제가 그렇게 빨리 보편화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불평이 있는 곳에는 발전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비롯한 모든 아주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평만 할 뿐 그걸 이용해 발전의 기회로 삼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밤새 수천 갈래길을 생각하고 아침이 되면 원래 길로 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밤에는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다가 아침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한다. 당장 지금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동은 모든 변화의 근본이다.


<마윈, 내가 본 미래>의 마지막 6장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시작으로 쥐즈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마크 저커버그와 실리콘밸리 엘리트, 재계 엘리트들과의 대화는 세상을 잠시라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은 마치 여러 편으로 이어지는 강연을 보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나는 많은 부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기도, 중국에서 불모지였던 인터넷을 개척한 그의 열정이 존경스러웠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중국인 특유의 자신감과 마윈의 알리바바 부심이 거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연 모음은 앞으로 우리가 인터넷의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부터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마윈처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은 수많은 청춘들에게 꽉 찬 조언을 들려준다.

<마윈, 내가 본 미래>를 보고 각자 바라볼 수 있는 미래의 넓이는 제각각일 것이다. 우리보다 더욱 폐쇄적인 나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중국을 대표하고 전 세계의 사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윈의 저력은 분명 남다르다. 여전히 MADE IN CHINA 를 하찮게 보는가. 여전히 중국은 한국보다 여러모로 덜 발전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이미 마윈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가를 앞세운 중국은 이미 중국을 넘어섰다. <마윈, 내가 본 미래>를 통해 그들의 남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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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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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씨>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템페스트>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템페스트>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다. 셰익스피어의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선뜻 잡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책보다는 연극이나 영화로 먼저 알게 된 후 책을 읽게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고전을 다시 해석해서 나온 작품들이 고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어려운 고전을 꾸역꾸역 읽는 것보다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소설을 통해 먼저 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처럼 <마녀의 씨>를 읽고 <템페스트>가 궁금해 셰익스피어의 책을 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녀의 씨>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작가들이 그의 작품들을 다시 쓰는 프로젝트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겨울 이야기',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함께 다시 쓰여진 <마녀의 씨>는 우리에게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가 <템페스트>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녀가 쓴 <마녀의 씨>는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는 책이었다.

<템페스트>의 내용을 모른 채 <마녀의 씨>를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한 남자의 복수로의 여정'이다. 최고의 예술 감독인 주인공은 오직 공연 연출에만 집중하는 일 중독자이다. 일에만 몰두하던 중에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자신의 전부였던 아이마저 잃게 된다. 그리고 믿고 모든 것을 맡겼던 부하직원에게 배신을 당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는 그 세계에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만 볼 수 있는 딸, 미란다와 함께 이름을 바꾸고 다른 세계로 잠적해 버린다. 그가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때 배신했던 부하는 승승장구한다.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또 다른 자로 살아가던 그에게 배신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복수를 위한 연출을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기초로 다시 쓰여진 책인 만큼 <마녀의 씨>를 읽는 내내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녀의 씨>안에는 여러 개의 연극 무대가 있고 장면 장면이 바뀌며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주인공이 연출 감독으로 승승장구하던 무대, 환영인 딸과 잠적해 살고 있는 외딴곳의 허름한 집, 감옥 안에서 수형자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르치는 무대 그리고 복수를 위해 준비한 템페스트, 최고의 피날레 무대가 책 안을 꽉 채우고 있다. 하나의 무대의 불이 꺼지면 어김없이 다른 곳에 불이 켜진다. 우리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그녀가 책 속의 안내자로 창조한 필릭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그 수많은 얼굴들에서 필릭스는 기이한 감동을 발견했다. 그들은 그들의 삶에서 이번 한 번만큼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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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쓴 리뷰는 무척 개인적이다. 작품을 분석하거나 평가를 내릴 능력도 없을뿐더러 책이라는 게 지독히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의 같은 구절을 읽어도 각자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바로 책이다. 내가 읽고 쓴 리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분석보다는 감정에 따라 글을 쓴다. 잠시 분석적인 리뷰를 써보고 싶어 메모를 하고 형식에 따라 적어봤지만 역시나 글을 쓰다 보면 온통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투성이었다. 이런 리뷰 성향에 충실해 버리면 이번 와이즈베리에서 나온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 이야기가 아닌 책을 읽으며 들었던 나의 미숙했던 관계들에 관해 적어야 한다. 그래서 <관계> 리뷰를 적는 지금, 나는 아주 신중하게 글을 쓴다. 책을 읽던 중에 느꼈던 울컥함과 옛 관계들에 대한 후회가 일기처럼 마구 쓰여질까 두렵다.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에서 출간된 책 중에 남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계>는 연인 또는 부부관계에 미숙한 수많은 성숙하지 못한 감정을 가진 몸만 어른인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를 읽으며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왜 그런 결과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충분히 어른이고, 충분히 노련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관계>를 읽으며 깨달았다. 오만이었구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인생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남녀관계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라는 두 가지 접근법으로 나눠서 비교 설명한다. <관계>를 읽으면 그동안 우리가 '낭만주의'라는 듣기 좋은 이름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관계>에서 말하는 고전주의적 접근법에 따르면 '누구나 알고 보면 깊숙한 문제가 있고 함께 살기가 힘든 사람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직 잘 모르는 사람뿐이다.'라고 '사랑은 그저 좇아가야 할 충동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말한다.


<관계>의 서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러브스토리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 태반은 러브스토리의 '시작'이다. 사랑에서 정말로 투지 넘치는 도전은 어떻게 오랫동안 사랑을 지속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관계> 속에는 지금 관계에 문제가 있는 연인, 부부들에게 현명한 답을 들려줄 이야기가 가득했다.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누구든, 현재 혼자인 누구든, 최근에 헤어진 누구든 간에 각자에게 필요한 해답을 마법처럼 찾아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지만 내가 읽고 느낀 것은 <관계> 속의 모든 이야기는 남녀라는 틀에서 벗어나 인간관계 속에서도 필요한 것들이었다.

<관계>에는 많은 질문이 들어있다. '우리는 왜 좋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가까운 사람에게 더 화를 낼까?'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외교'를 하라, '있는 모습 그대로'사랑하기라는 환상'등 관계 속에 있는 사람부터 관계가 서툰 사람들까지 관계를 하면서 궁금했지만 누구 하나 시원한 답을 들려주지 못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나는 관계에 서툰 인간이다. 학창시절부터 직장을 다니며, 연애를 하면서도 늘 관계가 어렵고 성숙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놓치기 아까운, 좋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결국 관계에 서툰 내 잘못 때문에 예전에 알던 추억속의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럼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계>는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과 달리 두 접근법에 대한 설명은 놀라웠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랑과 연인 관계에 대해 내뱉었던 대부분의 것들이 '낭만주의'라는 허울만 좋은 재앙에 현혹된 것이었다. <관계>에서는 과감히 말한다. 낭만주의는 사랑을 망치는 재앙이다. 나 역시도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많은 부분을 낭만주의의 틀 안에서만 맴돌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제짝이 있다는 주장, 진정한 사랑은 나를 만족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본능이라는 낭만주의에 우리는 너무 심취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관계>를 읽고 낭만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현재의 관계에서 조금 더 현명한 방향으로 몇 발자국 앞서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책 속에는 스스로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문장 완성해 보기가 제시되어 있는데 책을 읽어도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면 <관계>가 짧게 담아둔 문장의 뒷부분을 적어봄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관계> 속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백년해로라는 신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낭만주의는 혼자이면서 정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낭만주의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대부분 역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있는 사람을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 취급한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듯이 결혼이 맞지 않거나 혼자가 좋은 사람도 있다. 결혼에 상관없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부분 역시 남녀관계를 기반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벗어나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책이 들려주는 연인, 부부관계에 대한 조언들 중에는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는 남녀관계인데도 항상 관계가 서툴러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거나 늘 삐걱댄다면 그것 또한 관계의 오만이 아닐까. <관계>는 허울좋은 이론은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삶의 지혜와 통찰을 들려준다는 인생 학교답게 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준다.

왜 나는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는 그 사람을 좋아했을까? 왜 그 남자는 처음과 달리 남자답지 못하고 아이 같을까? 왜 그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을까? 왜 나는 인연을 만나지 못할까? 등 남녀관계에 붙는 모든 '왜'라는 질문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계>를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낭만주의'에서 당장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른다.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것에서 벗어난다면 더 자유롭고 더 마음껏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삶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랑'을 조금 더 사랑하기 위해 <관계>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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