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2018년이 시작되었다. 자정이 지나고 늘 그렇듯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은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다. 며칠만 쓰고 일 년 내내 책장에만 꽂아두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2018년의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다이어트나 독서 등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앱을 깔았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뭔가 꽤 멋진 계획을 세워야만 할 것만 같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세우는 계획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작심삼일이 당연한 것처럼 된 2018년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 작은 목표를 통해 해낸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걸 찾으려 한다. 2017년을 마무리하고 2018년을 맞이하는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을 만났다.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 학교의 주옥같고 위트 넘치는 조언들로 가득한 인생 학교 시리즈 중 <소소한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그 어떤 책보다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즐거움을 통해 행복을 찾으라는 이야기로 가득한 <소소한 즐거움>은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었던 터라 그다지 큰 기대 없이 첫 창을 펼쳤다. 그리고 곧 그 어떤 책보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책을 덮었다.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책 제목과 달리 책 안에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참 많은 방법들이 들어 있었다. <소소한 즐거움>은 2018년을 시작하면서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인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2018년을 맞이하며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한 해의 목표를 잡게 도와준다거나 마음을 들뜨게 할 멋진 말들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제목 그대로 책 안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고 겪게 되는 모든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안내할 뿐이다.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은 매일 아침 또는 잠들기 전 읽기 좋은 편안한 에세이와도 같았다.

<소소한 즐거움>에서는 1년, 52주에 맞춰 52챕터에 걸쳐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소개한다. 그 즐거움은 이미 나에게도 멋진 추억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 앞으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경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준다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로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행복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멋들어진 것에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너무 작아서 그 자리에 있은 줄도 몰랐던 많은 장소, 행동, 사람, 시간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몰랐다면 <소소한 즐거움>에서 알려주는 52가지를 기준으로 먼저 찾아보길 바란다.


'생선 가게'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소소한 즐거움>에는 총 52가지의 짧은 이야기와 작은 사진이 담겨있다. 하나의 이야기는 한 편의 에세이이다. 평온하면서도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짧은 이야기는 일 년의 시작을 맞이하면서 한껏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나는 <소소한 즐거움>을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책 속에 담긴 사진은 아름다웠고 알랭 드 보통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가 가졌던 생각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한 더 많은 일상 속 숨은 즐거움을 찾아내도록 도와줬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잘 사는 인생, 성공한 삶의 기분은 직업적 발전과 경제적 풍요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생선 가게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작은 섬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또는 밤하늘의 별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따져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상한 시선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의 진가와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의 의미를 아는 것이야말로 뭐라 규정하기 힘들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삶의 질을 높이는 견고한 동력이 된다.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게 그것이 거창하고 극적이며 즉각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소한 즐거움> 속의 소소한 일상들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나의 일상 속에는 어떤 즐거움이 들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출근을 준비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 후 지친 상태로 퇴근을 한다. 몇 시간 동안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읽은 후 잠자리에 든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나는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변화 없이 굴러가는 내 삶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이 있을까. <소소한 즐거움>에서 들려주는 일상 속 즐거움은 단순히 하루 중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언제나 내 편인 할머니와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의 이륙 순간과 낯선 호텔에서의 하룻밤뿐만 아니라 연인과의 키스, 오래된 스웨터 등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내가 존재하는 모든 순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52가지 중 몇 가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 '부모님의 옛날 사진'이라는 이야기 속의 한 구절이 인상 깊었다.

부모님의 옛날 사진은 우리가 어릴 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일깨워준다. 바로 부모님 인생에서 우리가 전부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은 우리를 낳아 기를 준비를 하느라 인생 전체를 보내지 않았다.


<소소한 즐거움>을 단지 읽기 좋은 에세이로만 읽고 덮어 버린다면 우리는 여전히 행복은 크고 멋진 것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던 우리가 어떻게 지금 당장 책에서 말하는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들을 찾고 느껴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마지막에는 '아주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 알려준다.

1년 52주에 맞춰 일상 속 즐거움을 찾아 볼 수 있는 52가지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주에 하나씩 실천해 보거나 그와 비슷한 주제를 찾아볼 수도 있다. 49번에서는 해 질 무렵의 도서관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간 후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하루의 저무는 붉은 해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순간은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 중의 하나이다. 나는 49번에서 알려주는 즐거움을 느껴봤으니 또 다른 49번을 찾아볼 것이다. 만약에 <소소한 즐거움>을 읽는 당신이 해 질 무렵의 도서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소소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절대 작고 소소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나의 일상을 차근히 살펴본다면 내가 존재하는 그 공간,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즐거움이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큰 즐거움 대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작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 사람들마다 다를 것인데 다들 그냥 작은 것이라는 추상적인 범위만을 알려줄 뿐이다.

매일 아침 편의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행복한 사람도 있고 일주일을 참았다가 금요일 저녁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비싼 커피 한 잔으로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사람도 있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행복을 찾는 방법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자신에게 집중하길 바란다. <소소한 즐거움>을 읽으며 책 한권 읽는 걸로 만족하느냐, 책을 통해 더욱 행복한 2018년을 맞이하느냐는 오직 자신을 얼마나 잘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차분히 나를, 그리고 체계적으로 일상을 바라보자. 내 삶 속에 어떤 반짝이는 순간이 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2018년은 당신에게 어느 해 보다 마음껏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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