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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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책을 만났다.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가를 찾았다. 아무런 정보없이 처음 <모스크바의 신사>를 받아 들었을때, 무척 남감했다. 먼저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가 부담스러웠다. 러시아에 관한 소설은 이름부터 배경까지 모든 것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과연 내가 <모스크바의 신사>를 잘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놀랍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다음 장이 궁금했고 잠잘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더더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되었다. 

그냥 소설일 뿐일까.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의 수감이 시작된 1922년, 러시아에 진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궁금해 책을 읽다 멈추고 검색을 했다. 1917년 10월에 혁명이 일어났고 1922년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 세워졌다. 귀족의 시대가 끝나고 사회주의 사회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과거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그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시를 쓴 백작은 자신이 머물던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평생 갇혀 지내게 된다.

당시의 러시아는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힌 시대였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토록 혼란스럽고 격정적인 시대를 이토록 평온하게 표현하다니. 책을 읽을수록 깊은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라앉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자꾸만 빠져들었다. 오래만에 묘하게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1922년 호텔 연금이 시작된 해부터 1954년까지 로스토프 백작이라는 인간의 32년간 삶을 고스런히 보여준다. 백작 또는 당시에 백작과 함께 지냈던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소설화 시킨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스크바의 신사>의 묘사와 감정들은 무척 디테일하다. 러시아 혁명후의 이야기지만 이 책은 혁명 후 러시아의 상황이나 혁명을 돌파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백작은 혁명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현실에 적응해 간다. 과연 이런 인물이 있을까. 

부유하고 고귀한 백작은 하루아침에 스위트룸에서 작은 골방으로 쫒겨난다. 그것보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평생을 메트로폴 호텔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죽음만이 그를 자유롭게 할뿐. 그에게 주어진 자유는 호텔 안이 전부였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호텔이라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가 머무는 곳은 호텔 안이지만 그의 삶은 러시아의 변화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런 변화 과정들이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가 놀라웠다.


긍정적이고 지적이며 겸손한 백작의 성격은 예전과는 다른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호텔 안의 직원, 호텔 투숙객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맺어가는 백작의 행동은 흥미로웠다. 백작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니나 쿨리코바라는 아홉 살 배기 여자아이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러시아 여배우 안나와의 관계, 32년간 좋은 친구이자 직장동료로 함께 지낸 에밀, 안드레이, 마리아등 <모스크바의 신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백작처럼 따뜻하고 독특하고 즐거웠다. 하물며 백작을 감시하고 미워하는 악역인 비숍의 행동조차 '각자 자기만의 이유가 있으니까'라고 납득하게 된다. 제목처럼 책 속의 모든 인물이 각자 나름대로의 신사였다. 

백작의 삶은 크게 소피야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니나가 잠시 맡아달라는 그녀의 딸 소피야는 어느새 백작의 딸, 소피야 로스토프로 살아간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누구보다 똑똑한 백작의 전부인 소피야. 아마 백작에게 소피야가 없었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감금된 장소가 호텔이 아니라 자신의 집이었다면 그는 32년간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모스크바의 신사>는 단순하게 혼란의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의 인생을 읊조리는 책이 아니다. 결코 마지막까지 읽지 않고서는 알수 없는 이유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는 소설이었다.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 행운가가 되리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가 말했다. 

지독한 불운이 나중에는 행운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의 백작에게 평생 연금형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아마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어떤 부분에서는 혼란스러운 러시아에서 벗어난 호텔에서의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분노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글 뒤에 숨겨진 백작의 좌절과 혼돈을 느낄 수 있었던 구절에서는 과연 이런 삶을, 산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살아낸다고 말해야 할까. 끊임없이 질문했다. 글과 주인공은 평온한데 책을 읽는 내 머릿속만 혼란으로 가득찼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잔잔한 호수에서 갑자기 꽤 큰 물고기가 뭍으로 펄떡 뛰어나와서 놀래키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의 흐름보다 상황에 대처하는 백작의 우아함에 빠져있었다. 32년간 그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 백작은 그 엄청난 일을 준비했을까. 

읽을수록 책의 두께가 상관 없어지는 책이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러시아의 격정적인 시대를 담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러시아를 살아온 열정적인 투사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역사의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만의 삶을 고요하게 이끌어가는 백작의 이야기이다. 급변하는 사건들이 많지만 <모스크바의 신사>는 그 모든 굴곡을 당연한 듯 꿀꺽 삼켜 버린다. 신기한 책이다. 미국 작가가 쓴 볼셰비키 혁명 이후를 사는 러시아 인의 이야기. 32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도록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 흥미로운 책이다. 흥미로운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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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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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에 맞춰 바쁘게 미션 클리어를 하던 여행보다 여유롭게 현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남아 여행은 패키지가 정식이라는 공식이 사라진지는 오래되었다.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생생하게 현지의 음식, 숙소, 볼거리 소식을 업데이트해주는 가이드북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각 지역별로 꼼꼼하게 나눠 알려주는 셀프트래블 덕분에 두려움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셀프트래블 다낭>은 대한민국 최초의 다낭 전문 가이드 북인 <셀프트래블 다낭, 나트랑>의 저자가 이번에는 나트랑이 아닌 호이안과 후에를 소개한다. 호이안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지역이었다. 예전 베트남 쿠킹 클래스에서 음식을 배우던 박나래를 TV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현지에서 배우는 데이 쿠킹클래스는 여행 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정이었다. 그중에서도 이왕이면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을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검색을 통해 하노이와 호이안 쿠킹클래스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왕이면 휴양을 즐기는 다낭과 함께 갈 수 있는 호이안이 더 끌리는 건 당연한 거겠지.

어느 여행지이건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곳이 있겠는가. 그중에서도 꼭 다낭과 호이안, 후에를 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찾아놨으니 <셀프트래블 다낭>을 더 자세하게 읽어봐야겠다.

 

저자는 <셀프트래블 다낭>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이 책은 다낭을 중심으로 호이안, 후에 지역만을 수록했다, 숙소는 3성급 이상을 중심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저렴한 숙소의 정보는 부족할 수 있다, 현지인이 맛 집이나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맛 집을 조사해 한식 레스토랑 정보가 없다 그리고 골프장 소개가 없다. 만약에 게스트하우스를 원하거나 현지에 가서도 꼭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점을 유의하고 읽어보길 바란다.

 

 

여행을 가기 전에 먼저 그곳에서 먹고 해야 할 일들을 알아봐야 한다. <셀프트래블 다낭>에서는 다낭에서 해봐야 할 미션들을 소개한다. 유명한 테마파트 3곳의 비교를 시작으로 다낭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BEST 10, 베트남에 가서 빼놓지 않아야 할 마사지, 다낭 먹방 여행, 열대과일 제대로 맛보기, 그리고 유명한 베트남 커피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휴양지인 다낭은 연인,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즐기기에도 완벽한 여행지이다. 특히 다낭은 지방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운영되고 있어 서울까지 이동하기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셀프트래블 다낭>에서는 아이와 함께 하는 3박 4일,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온 가족의 3박 4일처럼 여행 동반자 맞춤형 일정 짜기를 도와준다. 

 

 

<셀프트래블 다낭>은 다낭의 교통 편, 관광지, 액티비티, 음식, 숙소를 소개한다. 아직 다낭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TV나 여행 블로그의 글을 통해 자주 봐서 그런지 왠지 사진을 통해서 만나는 다낭의 곳곳이 낯설지 않았다. 다양한 베트남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헬리오 센터 야시장, 절투어를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 가볼 만한 영응사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바나힐 리조트까지 누구와 가더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서 다낭이 인기 있는 게 아닐까. 

 

 

호이안,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호이안은 요즘 다낭보다 더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유명한 관광지보다 작은 소도시, 조용한 마을에서 머무는 걸 더 좋아하는데 호이안은 내가 원하는 그런 여행지일 것만 같다. 무엇보다 베트남 음식 쿠킹 클래스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다. 

 

 

호이안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올드타운은 산책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둘러봐도 좋다. 독특한 분위기의 옛 가옥이 많으니 즉흥적으로 발길 닿는 데로 걸어보기에 완벽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호이안을 상징하는 내원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동네 산책하듯 설렁설렁 둘러본 후 허기가 느껴지면 호이안 재래시장에서 저렴한 베트남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겠지.

 

 

에코투어와 쿠킹클래스, 사이클링 투어 등 호이안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있지만 유적지를 좋아한다면 올드타운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미선 유적지를 방문해 보자. 1999년에 호이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니 옛 베트남을 만나고 싶은 탐험가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후에의 구시가지는 호이안과 더불어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발달한 신시가지와 세계문화유산인 구시가지가 함께 공존하는 후에는 서둘러 둘러보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인 것 같다. 

후에는 궁과 왕묘가 관광의 핵심이다. 중국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느낌의 베트남 왕조의 왕궁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곳에 비해 볼거리가 적지만 그래서 더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에이다.

 

 

<셀프트래블 다낭>의 마지막에는 베트남 여행을 간다면 꼭 알아야 할 필수 정보들을 소개한다. 기본적인 여행 준비와 베트남 출입국부터 필수 연락처,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 곤란한 상황에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관광지 정보도 중요하지만 SOS 연락처를 꼭 챙겨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인기 있는 휴양지 다낭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베트남 관광지, 호이안과 후에의 매력을 알게 된 <셀프트래블 다낭>. 꼭 해보고 싶은 호이안의 쿠킹클래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휴양지를 간다면 멀지 않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다낭과 호이안, 후에 가 적당할 것 같다. 추운 겨울이 오면 부모님을 모시고 다낭의 해변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호이안의 쿠킹클래스에서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배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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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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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은 언제나 놀랍다. 새로운 세상, 신기한 종족들에 대한 묘사는 내게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탄생하고 소멸하는 제국에 대한 서사시. 수많은 공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던 그때, 판타지 소설은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장르였다. 어느 날 우연히 '드래곤 라자'를 읽었다. 그 책 덕분에 판타지 소설에 제대로 입덕했지만 동시에 내겐 판타지를 쓸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시작'이라고 하면 이영도 작가가 떠오른다. 웹 소설의 인기로 수많은 판타지를 접하고 있지만, 한국 판타지 소설의 세계를 확장한 작가는 바로 이영도이다. 동생이 읽던 '드래곤 라자'를 우연히 읽은 후 '피를 마시는 새' 등 그의 책을 도장 깨기 하듯 읽어나가며 이영도만의 판타지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의 책을 기다렸다. 화려한 책표지만큼 화려한 그의 판타지 세계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2018년 6월 21일, 이영도만의 판타지 세계가 <오버 더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렸다.


<오버 더 초이스>를 읽기 전에는 책표지가 참 예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다시 표지를 보니 처음과 전혀 다른, <오버 더 초이스>가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만약에 당신이 이영도의 팬이라면 문제없다.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다거나, 판타지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버 더 초이스> 읽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읽히는 일반 판타지와는 다른 책이다. '판타지'를 쉽고 유치한 장르로 생각했다면 <오버 더 초이스>를 통해 그런 선입견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오버 더 초이스>에 나오는 지역은 제국 전체가 아니라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은 생물계를 아우르는 넓고 깊은 이야기이다. 단순한 사건, 사고가 아니라 식물과 동물이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원인을 소개하기 위해 첫 단계는 일단 참아야 한다. 나는 100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오버 더 초이스>의 세계가 보였다. 처음에는 도대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늙어서 이제 판타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 왠지 씁쓸한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100페이지가 넘어가며 판타지 읽는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고작 여섯 살인 아이, 서니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서니의 엄마인 포인도트 부인은 독미나리풀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부활. "그 칼만 찾아내면 지데 양도 되살아날 수 있어요." 포인도트 부인이 말하는 그 칼이란 사고에서 구해낸 황족 덴워드의 장검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나의 사건만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왜 티르 스트라이크의 옷이 초록색으로 물들었을까, 왜 덴워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있는 걸까, 딸의 부활을 외치던 포인도트 부인은 왜 갑자기 아이들을 공격하는 걸까, 지상과 지하의 주인은 진짜 악마를 의미하는 걸까. 한껏 뻗어나간 작은 줄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손으로 모으며 읽어야 한다. 

"앞으로 120일 후 인류의 1/3이 죽을 거라는 이야기라면 어떤가요?"
"그리고 300일 후 다시 1/3, 그러니까 살아남은 자들 중 반이 죽을 테고요."

포인도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가 목을 베어 죽인 웨어울프 지데가 부활했다. 부활한 지데는 식물 왕을 대신해 동물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식물들과의 약속을 엄중히 지킨다면, 그 대가로 식물은 사람이 죽어도 되살아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부활이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인데 120일 후에는 식물들에 의해 동물계가 멸망한다고 말한다. 작은 마을의 보안관보인 티르는 어떻게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오버 더 초이스>안에 담긴 철학으로 인해 단숨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오버 더 초이스>를 읽으며 각자마다 다른 질문이 주어질 거라 생각한다. 나는 책 속에서 등장하는 부활자들을 보며 '다시 나로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목을 베어져 죽은 지데는 늑대로 변하지 못한다. 환기공에 빠져 죽은 단 하나뿐인 딸 서니는 열명 이상 끊임없이 부활한다. 대마법사는 다시 태어났지만 마법은 부리지 못한다. 정작 그 사람을 나타내는 중요한 본질 없이 외형이 비슷한 채로 태어난다는 것은 진정한 부활일까. 만약에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그 사람은 나일까? 나를 닮고 비슷한 기억을 가진 또 다른 나일까? 어짜피 죽어도 다시 살아날텐데 부활한 후의 삶에 '의미'라는 것을 부여할 수 있을까.

10년 만에 돌아온 이영도의 세계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짧고 단순한 호흡의 판타지에 익숙해져서인지 진중하고 철학적인 그의 이야기에 적응하기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가며 읽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식물계의 반란, 식물에 의한 부활에 관한 이야기는 놀라웠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너머에 있는 세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곳이다. 이영도의 팬이라면, 깊이 있는 판타지를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영도만의 판타지 세계 <오버 더 초이스>로 들어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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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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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다는 것은 분명 여행과 다르다. 짧지 않은 시간이라 해도 일상이 아닌 여행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모든 것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같은 장소라도 일상으로 보낸다면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소소동경>은 그런 책이다.

누군가가 여행자로 다녀온 도쿄를 저자는 4년 동안 머물렀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그리고 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도쿄는 짧은 여행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제목 그대로 소소하고 담백한 곳이었다. 유명 관광지만 바쁘게 다녀온 도쿄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숨겨진 진짜 도쿄의 모습'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소동경>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기 전에 가보고 싶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 많았다.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쨍한 느낌의 사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글을 읽기 전 <소소동경>에 담긴 사진들을 먼저 차례차례 보았다. 일상의 찰나를 무심한 듯 담아낸 사진들. 마치 지금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상 에세이는 그곳의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책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하는 여행지에서 살아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꿈을 이루기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대신해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본다. 그렇다고 밋밋한 사진이어서는 안된다. 어쨌든 일상이지만 그곳은 내게 낯선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소소동경>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에세이였다. 일상인 듯 여행인 듯한 느낌이 가득한 저자의 사진과 글은 동경이었고 설렘이었다. 


번화하지 않은 도쿄의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다. 산책길을 자박자박 걷는 듯한 저자의 글 또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각 이야기의 말미에 소개해 주는 가볼 만한 거리와 장소들은 도쿄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 꼭 가보라고 알려주고 싶은 곳들이었다. 

<소소동경>에서 소개하는 도쿄 중에서 마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비슷하면서도 많은 것이 다른 일본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았다. 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유카타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7월부터 9월까지 온통 축제 분위기인 일본의 마쓰리가 지역 공동체를 한데 묶어 사회 문제를 돌파하고 한여름의 무더위를 다 같이 신나게 이겨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마치 경기하듯 먹게 되는 흐르는 소면 건져먹기, 도쿄 사람들이 즐겨먹는 몬자야키, 한 칸짜리 열차를 타고 도쿄 한 바퀴 돌아보기는 도쿄에 가게 되면 한 번씩 먹어보고, 해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곳인 에도도쿄다테모노엔이라는 박물관이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박물관을 도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축제와 맛있는 음식, 푸름이 가득한 사진도 좋았지만 그중에서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좋았다. 학교 가는 학생들의 예쁜 뒷모습, 식구들을 모두 출근시키고 본격적인 엄마의 볼일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엄마들의 뒷모습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뒷모습까지 도쿄 사람들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은 어떤 사진보다 편안했다.

4년, 현지인이 되기엔 짧고 여행이라고 하기엔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소소동경>은 어느 쪽도 아니지만 모든 것에 속해 있는 책이었다. 편안하지만 설렜다. 저자가 머물렀던 도쿄에 살아보고 싶지만 우선은 책으로 만족한다. 일단은 그걸로 충분하다.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소소동경>을 읽는 그 순간, 이곳은 도쿄의 조용한 주택가의 뒷골목이었고 작은 동네 카페였으며 습하지만 기분 좋은 마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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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통장 (합본호)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10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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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출간된 <4개의 통장>을 읽었다. 당시에도 나는 직장인이었고 매달 월급을 받았지만 늘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 투자는 고사하고 돈을 모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4개의 통장>은 나처럼 돈 관리에 어설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책에서 알려주는 데로 통장을 4개로 나눠 돈 관리를 했고 조금씩 돈을 모으는 재미도 느껴보았다. 

개정판으로 출간된 <4개의 통장> 2018년 버전 역시 예전과 다름없이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물론 시대 변화에 맞춰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돈 관리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4개의 통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한순간에 어디론가 마구 빠져나가는 월급통장을 보며 한숨 쉬고,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직장인으로 살고 있구나. 그래서 다시 <4개의 통장>을 읽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들 다 한다는 투자나 증권에 기웃거리지 않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일단 돈 관리의 기본은 저축이다.


<4개의 통장-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돈을 버는 일보다 들어온 돈을 관리하고 불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4개의 통장은 목적과 용도에 맞게 관리한다. 그로 인해 돈이 쌓이고 불어나면 투자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미 자신만의 목돈을 만드는 비법이나 여러 곳에 투자를 하며 돈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4개의 통장>에 실망할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헤매고 있는 사람 등 돈 관리 초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매달 수익이 생기지만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4개의 통장>은 돈 관리 초보들이 목돈을 만들고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본 발판을 마련하도록 도와준다.


<4개의 통장>은 부에 대한 생각, 돈 관리법, 돈을 모은 후에 불릴 수 있는 실전투자 관리를 비롯해 각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계획까지 총 6장에 걸쳐 돈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책 곳곳에서 알려주는 TIP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누구에게 묻기 쑥스러운 내용들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돈 걱정을 줄이는 데 있어 많이 벌기보다는 적게 쓰기가 나에게는 쉬웠고, 비교적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 내가 생각할 때 '돈 걱정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습관'은 다음에 3가지 질문에 자신이 스스로 답을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1. 돈, 어떻게 안 쓸 것인가? 2. 돈,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3. 돈, 어떻게 벌 것인가?

저자 역시 처음에는 저축 목표를 세우고 매월 자신이 정한 한도 내에서 지출을 했다고 한다. 물론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할 수 없는 방법이다. 신용카드에 익숙하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불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개의 통장>을 통해 지금과는 다르게 돈 관리를 해보고 싶다면 일단 시작해 보자. 지출액을 정하고 꼭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쓰는 알뜰 생활부터 해보길 추천한다. 


책에서 말하는 3단계 돈 관리법은 지출 관리, 예비자금 관리, 투자 관리이다. 돈 관리를 하기 위해 <4개의 통장> 저자는 돈의 용도를 구분해 서로 다른 4개의 통장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급여 수령 및 고정 지출을 관리하는 급여 통장, 변동 지출 관리 용인 소비 통장, 예비자금을 관리하는 예비 통장, 투자 관리 용인 투자통장이 바로 꼭 필요한 4개의 통장이다. 돈 관리가 어려운 사람들은 무조건 한 곳에 모아서 사용하거나 특별히 구분 짓지 않고 여러 통장을 사용할 것이다. 먼저 자신이 사용하는 통장을 꺼내서 살펴보길 바란다. 

<4개의 통장>을 활용해 목돈을 모았다면 이제 실전 투자 관리를 시작해보자. 무조건 돈을 불리는 투자가 아닌 자녀교육 자금 마련, 노후 자금 마련, 주택 자금 마련 등으로 분류해서 각 목적에 맞는 투자 방법을 알려준다. 


평균적으로 인생에서 큰돈이 필요한 경우를 5가지로 요약한다. 결혼할 때, 주택을 구입할 때,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 자녀를 결혼시킬 때, 은퇴한 후. 5가지 사항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 사항에 맞는 투자 방법 설명은 막연히 그때가 되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들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돈 관리 지름길을 알려준다. 물론 <4개의 통장>에서 말하는 금액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각자 수익에 맞춰 저축과 투자를 계획하면 된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사람과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 돈을 잘 다루는 기본이다.

막연하게 '부'나 '돈'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 아니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며 무조건적인 투자를 권유하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나는 여전히 돈에 무지하고,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내 상황은 2009년에 <4개의 통장>을 읽었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그때보다 더 많은 자금을 계획하고 모아야 할 상황이다.

<4개의 통장>은 경제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일단 돈을 저축하고 새는 돈을 관리하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돈의 관리부터 한 단계 더 나아간 투자와 자금 계획까지, <4개의 통장>에 담긴 단계별 방법 중 일단 나는 1단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돈 관리 시스템이 잘 굴어가기 시작한다면 언젠가 나도 부자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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