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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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다는 것은 분명 여행과 다르다. 짧지 않은 시간이라 해도 일상이 아닌 여행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모든 것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같은 장소라도 일상으로 보낸다면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소소동경>은 그런 책이다.

누군가가 여행자로 다녀온 도쿄를 저자는 4년 동안 머물렀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그리고 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도쿄는 짧은 여행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제목 그대로 소소하고 담백한 곳이었다. 유명 관광지만 바쁘게 다녀온 도쿄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숨겨진 진짜 도쿄의 모습'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소동경>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기 전에 가보고 싶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 많았다.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쨍한 느낌의 사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글을 읽기 전 <소소동경>에 담긴 사진들을 먼저 차례차례 보았다. 일상의 찰나를 무심한 듯 담아낸 사진들. 마치 지금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상 에세이는 그곳의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책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하는 여행지에서 살아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꿈을 이루기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대신해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본다. 그렇다고 밋밋한 사진이어서는 안된다. 어쨌든 일상이지만 그곳은 내게 낯선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소소동경>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에세이였다. 일상인 듯 여행인 듯한 느낌이 가득한 저자의 사진과 글은 동경이었고 설렘이었다. 


번화하지 않은 도쿄의 사진들은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다. 산책길을 자박자박 걷는 듯한 저자의 글 또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각 이야기의 말미에 소개해 주는 가볼 만한 거리와 장소들은 도쿄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 꼭 가보라고 알려주고 싶은 곳들이었다. 

<소소동경>에서 소개하는 도쿄 중에서 마쓰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비슷하면서도 많은 것이 다른 일본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았다. 덥고 습한 일본의 여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유카타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7월부터 9월까지 온통 축제 분위기인 일본의 마쓰리가 지역 공동체를 한데 묶어 사회 문제를 돌파하고 한여름의 무더위를 다 같이 신나게 이겨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마치 경기하듯 먹게 되는 흐르는 소면 건져먹기, 도쿄 사람들이 즐겨먹는 몬자야키, 한 칸짜리 열차를 타고 도쿄 한 바퀴 돌아보기는 도쿄에 가게 되면 한 번씩 먹어보고, 해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곳인 에도도쿄다테모노엔이라는 박물관이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박물관을 도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축제와 맛있는 음식, 푸름이 가득한 사진도 좋았지만 그중에서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좋았다. 학교 가는 학생들의 예쁜 뒷모습, 식구들을 모두 출근시키고 본격적인 엄마의 볼일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엄마들의 뒷모습 그리고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뒷모습까지 도쿄 사람들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은 어떤 사진보다 편안했다.

4년, 현지인이 되기엔 짧고 여행이라고 하기엔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소소동경>은 어느 쪽도 아니지만 모든 것에 속해 있는 책이었다. 편안하지만 설렜다. 저자가 머물렀던 도쿄에 살아보고 싶지만 우선은 책으로 만족한다. 일단은 그걸로 충분하다.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소소동경>을 읽는 그 순간, 이곳은 도쿄의 조용한 주택가의 뒷골목이었고 작은 동네 카페였으며 습하지만 기분 좋은 마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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