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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평점 :
계동은 역병을 피해 도망치며 경숙이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소리꾼을 꿈꾸는 줄꾼이 되어 '날치'라는 예명을 얻었다. 양반 소리꾼이 다 해 먹는 세상이 되어 출신 때문에 소리꾼이 되지 못한다는 말에, 이날치는 돈을 모아 면천을 하고 소리꾼 송방울의 제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다. 날치가 속한 화정패는 의빈 채상록의 생가에 의탁해 지내는 데, 날치는 같은 집의 뒷골방에서 지내던 백연이라는 맹인 곡비(장례에 대신 곡을 하는 종)를 만나고 가까워진다. 채상록은 자헌 공주의 부마지만 공주가 일찍 세상을 뜬 후 도성에 갇혀지내는 신세로, 날치와 소리에 대해 이야기가 잘 통한다 하여 화정패에게 방을 내어주고 다 죽어가던 백연을 기이한 연으로 만나 구해와 마찬가지로 생가의 방을 내어준다.
화정패의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썩 곱지만은 않아도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유쾌하고 우스워서 읽다 보면 실실 웃게 된다.(특히 돌삼이와 얼쑤절쑤ㅋㅋ) 인물을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작가의 솜씨와 인물을 통해 뱉어지는 대사의 생동감이 인상적이다. 주연 삼인방을 제외하고는 주로 푼수 떼기 같지만 살아있는 대사를 통통 내뱉는 인물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날치도 잘 어울리는 무리인지라 주연 셋 중에는 가장 농과 능청스러움이 많기는 하다.)
책날개에 실린 작가 소개를 보면 현재 프랑스 거주 중인데 조선시대를 동경한다는 다소 독특한 소개말이 나오는데, 그 애정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조선시대의 인물상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고유어를 이렇게 잔뜩, 자연스럽게 문장에 풀어내는 것도 기가 막힌다. 완전히 온뜻은 몰라도 문맥상 느낌상 어림하여 술술 읽히긴 하는데 약간 낯설다, 내가 아는 단어랑 한 끗이 다르다. 싶은 단어들은 모조리 고유어였다. 어감이 부드럽고 예쁜 것들이 많아 보이는 대로 적어두었다가 뜻을 알아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어렵게 느껴지거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까지는 없었는데, 고유어나 옛 단어들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곡비, 장명루, 물미장 정도는 미리 뜻을 알아두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날치는 실제로 조선시대 명창으로 알려진 인물로 줄꾼이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고 했다. 이날치 밴드를 통해 사실 이름만 익숙했지 실존 인물이라는 자각도 별로 없었기에 나에게는 완전히 소설로만 읽혔다. 사실 남아있는 기록도 많지 않아 자료조사부터 힘들었다는 내용이 후기에도 쓰여있다. 천출로 태어나 임금의 명을 받은 소리꾼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정말 파란만장했겠지만, 작가님의 상상력이 빚어낸 두 인물의 삶과 인연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중반 이후로는 정말 속을 끓이며 읽었던 것 같다.
어린 백연과 어린 계동이 부모를 잃고 만난 인물들이라고는 겉으론 위하는 척하고 속으론 제 이윤만을 챙기는 정도 없는 인물들이었고, 두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너무 가엾어서 하나 둘 사연이 밝혀질 때마다 '그래, 둘이 만나! 제발 둘 다 행복해!' 하고 마음속으로 빌어주며 읽었다. 작가의 전작인 <탄금>이 그리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먼저 읽고 이 책도 기다렸는데 두 작품 다 주인공의 삶에 비극이 하나 이상 등장해 독자의 마음도 함께 울린다는 점 등 공통점이 보여서 흥미로웠다.(과몰입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님이 좀 더 주인공들에게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ㅜ) 이야기 속 인물들의 대사, 행동, 묘사를 담은 모든 문장들이 너무 생생해서 영상화도 엄청 기대되는 작품이다. <탄금>이 현재 드라마로 제작 중이라던데, <이날치, 파란만장> 역시 드라마나 영화로 꼭 제작되길 기대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